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 영장실질심사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 영장실질심사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2500억원이 넘는 피해를 낳은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중단 사건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피해자들이 기존 분쟁조정 결과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금감원은 디스커버리펀드 분쟁조정위원회를 재 개최하여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하라”로 촉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일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부실한 미국 P2P 대출채권에 투자하면서도 고수익이 보장되는 안전한 투자라고 속여 370여명에게 1348억원 상당의 펀드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장 대표는 펀드의 기초자산인 대출채권의 부실로 환매 중단이 우려되자 2017년 8월 조세회피처에 특수목적법인(SPV)를 설립해 대출채권 5500만 달러를 넘겨 위기를 넘겼다. 이후 장 대표는 2018년 대출채권을 실사한 결과 대부분 70% 손실이 났고, 나머지 원금 상환도 이뤄지지 않아 4200만 달러 중 4000만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면서도 투자자들에게 펀드를 판매했다. 2019년 2월까지 1215억원 규모의 펀드가 판매됐으나 결국 모두 환매가 중단됐다.

피해자들은 검찰 수사로 장 대표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분쟁조정위원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5월 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펀드와 관련해 불완전판매 등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불완전판매 사례 2건에 대해 각각 60%, 64%의 배상비율을 적용한 바 있다. 또한, 나머지 투자자에 대해서는 40~80%의 배상비율로 자율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분조위 권고를 수용한 기업은행과 달리, 분쟁조정 대표사례자 이모 씨는 분쟁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았다. 이모 씨와 대책위는 계약취소에 따른 100% 보상을 요구하는 상태다.

대책위는 “경찰의 수사 및 검찰의 기소로 디스커버리펀드 설계· 판매·운용 전 과정에서 사기 혐의가 명확히 사실로 확인될 것”이라며 “금감원도 이미 두 차례의 검사를 통해 이러한 사기성을 인지하였으나, 제재심과 분조위에서 디스커버리펀드의 사기성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감원 분조위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일부 및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투자원금 100%를 보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주요 투자자산의 부실로 투자원금의 상당 부분(76~98%)이 부실화된 상태였지만, 운용사는 투자제안서에 수익률·투자위험 등을 허위로 기재하고 판매사도 이를 투자자에게 그대로 설명해 착오를 유발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옵티머스 펀드 또한 판매사가 운용사의 투자제안서에만 의존해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한다고 설명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옵티머스 펀드는 실제로는 편입 자산의 98%가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이 아닌 비상장 기업이 발행한 사모사채에 투자됐다.

피해자들은 장 대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디스커버리 펀드에도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할 수 있는 증거가 발견될 수 있다며, ‘불완전판매’로 결론을 낸 분조위의 판단을 비판하고 있다. 대책위는 “금감원은 2021년 5월 24일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디스커버리 사모펀드 사태는 판매과정에서 직원들의 단순 실수(불완전 판매)가 원인인 것처럼 결론내리고, 피해 고객들도 자기책임을 인정하도록 조정결정을 했다”며 “이번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공소제기 내용에 근거하여 금감원이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또는 사기에 의한 계약 무효’로 결정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책위는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사인 기업은행에 대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은행 스스로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라며 “은행 스스로 피해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피해배(보)상을 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부실 사모펀드 피해자에 대한 100% 보상을 단행한 바 있다.

대책위는 “무책임한 기업은행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은 업무상 배임의 소지가 없다는 법률적 검토를 하는 등 충분하고 신중한 과정을 통해 합리적 경영판단을 한 것”이라며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디스커버리펀드 사태 해결을 위한 피해자 배상 대책부터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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