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접견실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접견실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최근 경제단체장들과 잇따라 만나 ‘핫라인’ 구축을 약속하면서 환경규제 완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재계는 규제 완화로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기대하는 모습이지만 환경단체는 환경부가 본분을 망각했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6일 규제합리화 협력을 위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방문해 탄소중립 정책 추진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한화진 장관은 대한상의 최태원 회장, 우태희 상근부회장, 이형희 서울상의 부회장(SK수펙스 SV위원장), 조영준 지속가능경영원장 등을 만나 탄소중립 정책과 규제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주요국의 기후펀드 규모가 2배씩 성장하는 등 글로벌 자산이 탄소중립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기업의 더 많은 투자와 창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규제 걸림돌 해소를 비롯해 정부의 명확한 정책 시그널과 경제적 보상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청했다.

한 장관은 “정부는 기업이 탄소중립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인(인센티브)구조를 강화하는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며, 이 과정에서 환경부-산업계의 긴밀한 협력체계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탄소중립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마트한 방식으로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직통회선(핫라인)을 통해 환경부와 대한상의가 서로 협조하고 상시 연락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환경부는 대한상의가 지난 5월에 발표한 '산업계 탄소중립 관련 규제실태와 개선과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5월 27일 환경 규제개혁을 전담하는 조직인 차관 직속 '환경규제 현장대응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한 장관이 폐기물 중간처리업체를 방문해 중복규제 개선 계획을 공개하는 등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전기차 폐배터리를 폐기물 규제에서 면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제조규격 관련 규정을 검토한 후 조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또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 기술(CCUS)'과 관련해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폐기물이 아니라고 유권해석하여 일부 건의는 이미 해소했으며, 재활용 범위 확대를 위해 올해 말까지 예정된 실증사업 결과를 토대로 폐기물 규제 제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한 장관은 지난달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해 환경규제 개선을 위한 핫라인 구축과 더불어 전경련 측의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합리화 등 업계의 규제 개선 건의사항 26건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 한 장관은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을 만나 “환경은 한 번 훼손되면 복원하기 어려워 환경규제는 예방 차원에서 경직적으로 설계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술혁신이 가속화해 규제 수단·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장관이 환경규제가 경직적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환경규제 완화는 예고된 상황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경제6단체장과 핫라인 구축을 약속하며 “기업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제거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윤 정부가 규제 혁파를 언급한 이후 특히 환경부가 기업들의 경영 활동 지원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환경부 장관의 적극적인 규제혁신 의지를 반기면서 환경부의 규제개혁 추진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가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면서 우려도 나온다.

환경보호 및 규제가 최우선일 수밖에 없는 환경부에서 직접 산업계와 소통채널을 구축해 규제를 풀겠다고 나서는 이러한 ‘친산업계’적인 행보에 필요한 규제까지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다. 

게다가 환경부는 지난 5월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시행을 불과 3주 앞두고 미루면서 환경정책 후퇴라는 비판과 함께 환경부의 행정 능력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보호를 위해 규제에 앞장서야 하는 환경부가 기업들의 규제완화를 위해 핫라인까지 구축하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임성희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7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특정 사안이 있을 때 환경부에 공식 면담요청을 하거나 혹은 이해관계자에 속하다 보니 비공개 간담회나 민간협의회를 가동하기는 한다”면서도 “환경부와의 핫라인 같은 새 소통채널 계획 등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제대로 된 규제가 없어서 탄소가 배출되어 왔던 것이고, 다른 정부부서가 개발에 나서면 환경규제를 통제하라고 만든 부서가 환경부인데 환경부 측이 나서서 규제 혁파를 하겠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국장은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하려면 정책 도입을 위해 여러 가지 투자며 각종 비용을 더 부담해야 되는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탄소중립 규제완화 해소를 위한 것은 환경부가 고민해야 되는 일이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환경 피해를 줄이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한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하고 근로자들이 안전한 작업장에서 일하도록 필요에 의해 최소한의 환경 규제를 만든 것인데, 화학물질이나 기타 여러 환경안전 문제에 있어 기업들이 힘들다고 환경부가 나서서 규제완화를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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