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액티비스트들이 5일 이동식 LED 전광판을 들고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 사진=그린피스
그린피스 액티비스트들이 5일 이동식 LED 전광판을 들고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 사진=그린피스

[이코리아] 세계는 지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내연기관 경쟁이 한창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주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2035년까지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산업계에서는 향후 4년이 국내 미래차의 향방을 좌우하는 키가 될 것으로 보는 가운데 환경단체는 정부가 공약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주요국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더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3년 뒤인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규 등록을 금지한다. 2030년에는 덴마크,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오스트리아, 그리스, 미국 워싱턴주가 내연기관차 퇴출에 나선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EU 27개국 환경부 장관들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법안을 승인했다. EU집행위원회는 이번 표결결과를 토대로 EU와 협상을 이어갈 예정으로, 최종안은 올해 말 합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EU집행위원회가 1990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감축하기로 한 목표를 지키기 위해 지난해 7월 제안한 안건이다. 자동차는 유럽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다.

알렉스 케인즈 유럽운송환경연합의 친환경차 담당자는 “이는 자동차 업계가 전기자동차 생산을 늘려야 하는 확실한 이유가 될 수 있다”며 “(전기차)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포드, 볼보 등이 이번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고, 폭스바겐 등 일부 업체는 2035년까지 유럽에서 내연기관 신차 판매 중단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기후환경위기 대응’ 차원에서 2035년까지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후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지난 5월 3일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전기차·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 확대” 및 “2035년 무공해차 전환 목표 설정 추진”을 다시 한 번 약속했다.

산업계에서도 국내 미래차의 향후 4년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기에 생태계 조성 및 연구개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5일 오전 10시 전국경제인연합회·벤처기업협회·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신산업 글로벌 선두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전기동력 자율주행차로 정의되는 미래차 부품의 70%를 차지하는 전장부품의 국내 부품업체 비중은 10% 미만이고, 2030년까지 총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량용 SW 분야의 국내 인력은 미미한 수준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 세계 자동차업체가 2026년까지 소프트웨어 기반 전기동력 커넥티드카 양산 체계 구축 방침을 밝히고 있어 향후 4년이 미래차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미래차 생태계 조성,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는 국내 교통부문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 한국도 빠르게 탈내연기관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영국의 경제 컨설팅 전문기관인 케임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Cambridge Econometrics)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한국이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경우, 2050년 석유수입이 40.2% 감소하고, 일자리가 5만 7천 개 증가하며, 국내총생산(GDP)은 0.26%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3대 자동차 시장인 유럽, 미국, 중국에서는 물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서도 전기차 전환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한국이 신속하게 전기차 전환을 하지 못하면 수출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조속한 전기차 전환을 위한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린피스는 5일 오전 대통령실 건너편에 위치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2035년 내연기관차 신규 생산 금지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용산 대통령실 길 건너편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 가로 4.5m 세로 4.5m의 LED 전광판 등으로 이뤄진 비디오 아트 작품을 설치했는데, 전광판에는 “PRESIDENT YOON, KEEP YOUR CLIMATE PROMISE BAN FOSSIL FUEL CARS BY 2035(윤석열 대통령님, 기후공약을 지키세요. 2035년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라는 영문 메시지도 출력됐다. 

최은서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2035년 내연기관차 신규 등록 금지를 공약하고도 새정부 출범 후 두 달이 다 가도록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이번 전광판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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