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정부 인선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검찰 출신 인사가 요직에 다수 임명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보수 성향 매체조차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조상준 전 서울고검 차장검사를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으로, 박성근 전 순천지청장을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한동훈 법무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이노공 법무부 차관 등을 더하면 검찰 출신 인사 6명이 새로 장·차관급에 임명된 셈이다. 

대통령실에는 복두규 인사기획관, 윤재순 총무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강의구 부속실장 등이 임명되면서 비서관급 이상 40여명 중 6명이 검찰 출신으로 채워졌다. 공직기강비서관이나 법률비서관을 제외하면, 검찰 출신 인사가 임명된 것은 이례적인 직책들이다. 지난 7일에는 경제·금융수사통으로 알려진 이복현 전 부장검사가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됐는데, 금감원장에 검찰 출신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검찰 인사 논란, 핵심 키워드는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의 검찰 중용은 언론에게도 심각한 이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검찰’과 ‘인사’, ‘인선’ 등을 검색하자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총 937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이 임명된 다음 날인 8일 268건으로 가장 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검찰 인사 관련 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대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반박한 바 있다. 지난 7일에는 “우리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라고 반박했는데, 이 때문인지 ‘적재적소’도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 상위권에 올랐다. 

윤 대통령 다음으로 자주 언급된 연관키워드는 ‘금감원장’이었다. 사상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 임명에 언론도 높은 관심을 보인 것. 특히 일부 매체는 검찰 출신 금감원장 임명으로 인해 금감원이 사정기관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세계일보는 지난 7일 기사에서 “경제관료 출신이 가던 자리에 검찰 출신이 내정된 것도 처음일뿐더러 직급 역시 실무자인 ‘부장검사’에 해당해 인사 의도를 두고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며 “금융권에서는 금감원 등이 금융정책의 집행 차원을 넘어 사정기관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지난 6~10일 보도된 검찰 인사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지난 6~10일 보도된 검찰 인사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 보수 매체, “尹 검찰 편중 인사 우려” 한 목소리

언론은 윤 대통령의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며 논란에 반박한 윤 대통령의 인식에 대해서는 보수 성향 매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9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말은 ‘문 정권에서 민변 편중 인사를 했으니 새 정부도 검찰 편중 인사를 해도 된다’는 것처럼 들린다”며 “그렇다면 새 정부가 다른 것은 무엇인가”라고 반분했다. 조선일보는 “검찰 출신이라고 해도 다른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른 경우도 있다. 임명된 검찰 출신들 중 상당수는 실제 그렇기도 하다”라면서도 “하지만 대통령의 공직 인사는 ‘실무 능력’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인사로 국민에게 제시하는 많은 가치가 있다. ‘편중’은 무엇이든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민변’ 발언에 대해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비판이 야권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닌데도 전 정부의 행태를 갖다 대는가 싶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미국에서는 거버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 정부 법률대리인)들이 정·관계에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에서 많은 정계 인사가 변호사(lawyer) 출신이긴 하지만 검사 출신은 아니다. 특히 관계에서는 검사 출신이 맡는 최고위 자리는 법무장관 정도”라고 반박했다. 

◇ 檢 출신 금감원장 임명에 금융권 자율· 창의성 위축

이복현 금감원장 임명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언론은 윤 대통령이 정부 부처 및 대통령실 요직을 검찰 출신으로 채운 상황에서 금융당국까지 검찰 출신을 임명한 것은 지나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8일 사설에서 이 원장에 대해 “현대차 비자금 사건이나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 등의 수사 참여에서 보듯 기업과 금융을 ‘범죄’란 프리즘으로 바라봤던 사람”이라며 “그간 봐주기 논란을 빚은 라임·옵티머스 사건 재수사와 각종 금융범죄 수사를 원활히 지원할 순 있겠으나 금감원의 업무는 그보다 훨씬 복잡다단하다”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경제계에선 특수통 검찰에 대해 ‘누구나 잡아들일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이번 인사로 금융권의 자율과 창의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며 “독립성과 전문성이 필요한 기관까지 검찰 출신을 줄줄이 앉히는 건 지나치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또한 7일 사설에서 이 원장에 대해 “사정기관 경험만으로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혼란을 바로잡고 금융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일보는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거센 파고가 밀려오고 있다”라며 “하필 금융시장 안정에 힘쓸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에 사정 지원을 위한 수사전문가를 배치하는 격이란 경제계 우려가 틀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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