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1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1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이코리아] 자영업자에게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할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추가경정예산이 확정됐다. 역대 가장 많은 59조4000억원으로, 가뜩이나 높은 물가에 기름을 부을 거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를 완전히 극복하고 민생안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2022년도 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이번 추경 규모는 총 59조4000억원이나 초과세수(53조3000억원) 발생에 따른 법정 지방 이전지출 제외 시 39조4000억원이다. 적자국채 발행은 없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이번 추경은 추가 국채발행 없이 마련하기 때문에 금리나 물가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국가채무비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50.1%에서 49.6%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적으로는 ▲소상공인에 대한 온전한 손실보상 26조3000억원, ▲방역보강 및 향후 일반 의료체계 전환 지원 6조1000억원, ▲고물가, 산불 등에 따른 민생안정 지원 3조1000억원, ▲하반기 코로나 재유행 등에 대비한 예비비 보강 1조원으로 구성된다. 

손실보존금의 경우 지원대상은 소상공인과 소기업, 그리고 매출액 10억~30억원 사이 중기업 등 모두 370만 곳이다. 매출 규모와 매출 감소율에 따라 지원 금액이 달라진다.

연매출 기준으로 2억원 미만, 2억~4억원 사이, 4억원 이상으로 나눠, 매출 감소율을 60% 이상 감소, 40%~60% 감소, 40% 미만 감소로 구분해, 최소 600만원 이상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매출액이 2억 미만이고 매출이 줄었다면 600만원을, 매출액이 4억 이상으로 큰 데 매출이 60% 이상 줄었다면 8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여행업과 항공운송업, 공연전시업 등 50여개 매출 40% 이상 감소 업종 및 방역조치대상 중기업은 7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손실보전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2억원 미만 영세 소상공인은 매출 감소폭에 상관없이 기본 600만원을 받는다. 

한편, 정부 방역 조치로 손해를 본 업체에 주는 법정 손실보상금 보상률도 기존 90%에서 100%로 올려 손실 전부를 메꿔 주기로 했다. 분기별 하한액도 기존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높였다. 여기에  저소득층·취약계층 225만가구에 대해 긴급생활지원금을 한시적으로 75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추가 지원키로 했다. 정부는 12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3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추경안 전체 모습. 자료=기획재정부
추경안 전체 모습. 자료=기획재정부

재정당국은 이 같은 추경재원 조달방안을 마련한 근거로 세수 호조를 꼽았다. 고광효 기획재정부 조세총괄국장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2차 추경안 사전브리핑'에서 “올해 크게 세수가 증가하는 종목으로 법인세는 약 30조원, 근로소득세가 10조원, 세입예산 대비 양도소득세가 10조원 정도 된다”며 “대략적으로 모두 50조원이다. 53조3000억원은 과대추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59조4000억원 추경은 기존 최대 기록인 2020년 3차 추경인 35조1000억원보다도 24조3000억원이 더 많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1·4분기 세수를 기준으로 50조원이 넘는 세입경정은 이례적이다. 고 국장은 “1분기 세액경정은 외환위기 때 유일했다. 1998년 3월에 감액 추경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초과 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 것이라는 전제로 대규모 추경 편성을 한 점이다. 이 대목에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대선 직전인 올해 2월 1차 추경 당시 기재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들며 더불어 민주당의 추경 확대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정부는 추경 규모를 17조원으로 줄이면서 국채 11조원을 발행했는데, 불과 석 달 사이 기재부 얘기가 달라진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대기업들이 호실적을 거두면서 예상보다 올해 세수가 훨씬 많이 걷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기재부의 세수 추계 오류에 대해 국정조사도 거론하면서 별도로 TF를 구성해 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또 59조원이 넘게 추경이 편성되고 실제 돈이 시중에 풀리면 이미 5%에 육박한 물가 상승률이 더 큰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물가를 안정시키지 못할 경우 민심 악화로 국정 운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공식 취임 이튿날인 11일 주재한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물가가 가장 문제입니다”라면서 물가 상승 억제 대책을 강력 주문한 바 있다. 

대규모 추경과 물가 안정은 서로 상충되는 면이 있다. 2차 추경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대한 손실보전금만 23조원이 지급된다. 시중에 막대한 현금이 풀리면 소비로 직결되면서 치솟는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정부도 이미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그린북' 5월호를 통해 “물가 상승세가 지속 확대” 됐다고 표현하면서 지난달에는 없던 '지속'이란 단어를 추가했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3%에서 2.5%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봉쇄로 인한 공급망 혼란 등 대외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시중금리 인상으로 인한 내수 부진 우려도 반영된 결과다. 투자는 부진하고 수출 회복도 더딘 상황이라 저성장·고물가 딜레마는 더 심화되는 상황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 4.8%로, 13년 6개월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게다가 오는 6월을 전후로 물가 상승률이 최고치에 다다르면서 월간 상승률이 6%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달 26일에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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