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청와대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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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새 정부 출범을 하루 앞두고 문을 닫았다. 그간 국민들의 정책참여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공론장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 운영을 9일 종료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차에 개설된 뒤 약 5년 만이다. 청원 등록·동의와 답변은 중단됐지만, 기존 게시글들은 아직 열람할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제안으로 미국 백악관의 국민정책참여플랫폼 ‘위더피플’을 참조해 마련했다. 이후 국내에서 가장 이용이 활발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그간 등록된 청원은 111만 건이었다. 게시판에 방문한 누리꾼은 5억1600만 명, 동의참여 건수는 2억3000만 건에 달했다.

청와대 및 정부부처 관계자는 등록 30일 내 동의 20만 명을 넘어선 청원에 답변했다. 이런 요건을 충족한 청원은 286건이었다. 이 가운데 성범죄 관련 청원은 42건으로, 전체의 14.6% 비중을 차지했다.

누리꾼들은 ‘데이트 폭력 범죄 처벌’ ‘낙태죄 폐지’ ‘아동음란물 사이트 운영자 처벌’ 등 청원에 동의하며 공론화를 이끌었다. 특히 ‘n번방’ 사건에 대한 청원들 중 청와대 답변 요건을 충족한 글은 9건, 동의참여 건수는 총 769만 명이었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2020년 4월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에 나서기도 했다. 같은 달 ‘성폭력처벌법’ ‘형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같은 해 5월에는 ‘아동·청소년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했다.

사진 출처=청와대 누리집
사진 출처=청와대 누리집

이처럼 성범죄 이슈 공론화에 기여했던 청와대 국민청원 운영 종료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처벌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사문화된 ‘청원권’을 부활시키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 말 모든 정부기관에는 온라인 청원 시스템이 도입된다.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도 관련 창구를 운영할 방침이다.

차기 정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계승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국민청원·광화문1번가·국민신문고·국민생각함 등 플랫폼을 통폐합하고 단일화한 창구를 개설한다.

인수위는 새 플랫폼을 청와대 국민청원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청원은 사장되는 경우가 있고, 여론도 왜곡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수위가 지금까지 밝힌 내용을 종합해보면, ‘등록 30일 내 동의 20만 명 이상’ 요건은 완화하거나 삭제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대통령실 또는 정부부처 관계자가 대중들의 관심이 적은 의제를 포함해 검토하고 선별해 답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인수위는 현재 국민제안 창구인 ‘국민이 당선인에 바란다’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해당 창구에서는 국민들이 글을 등록하면 인수위가 담당할 분과를 지정한다. 이후 각 분과에서 논의하고 국정과제로 채택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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