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박성중 간사. 사진 출처=유튜브 박성중TV 채널

[이코리아] 포털의 뉴스 편집권을 규제해야 한다는 데 여야가 입을 모으고 있다. 여야가 추진하는 포털 뉴스서비스 규제는 해외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력하다.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빅테크 규제 시행을 앞둔 유럽보다도 ‘포털’에 한해서는 수위가 높다. <이코리아>는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규제안과 유럽연합의 포털 규제 정책을 비교해봤다.

◇여야 “포털 뉴스 서비스, 전면 아웃링크 전환”

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박성중 간사는 포털 뉴스서비스 신뢰성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정책방향에 대해 지난 2일 발표했다. 골자는 여론에 대한 포털의 영향력이 커져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간사는 “포털 중심의 생태계는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중소 언론사에 새로운 기회를 주기도 한다”며 “그러나 포털은 이제 언론사를 취사선택하고 뉴스 배열 등 사실상의 편집권을 행사해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위의 첫째 목표는 뉴스 배열 알고리즘을 검증하고 공개하는 것이다. 포털들은 최근 여론 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뉴스 편집을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에 맡기고 있다. 다만 알고리즘도 사람이 설계하다 보니, 필터버블이나 확증편향과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

필터버블이란 디지털서비스 이용자가 맞춤형 정보에 둘라싸이는 현상을 뜻한다. 디지털서비스 사업자가 이용자의 웹페이지 체류 시간과 콘텐츠 선호도 등을 분석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우선 노출시키면서 이런 역기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차기 정부는 포털 내부에 ‘알고리즘 투명성 위원회(가칭)’ 설치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포털의 뉴스 배열 알고리즘을 검증해, 그 결과를 이용자들에게 공개하는 방식이다.

포털의 뉴스 제공 방법도 조정한다. 현재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카카오는 언론사와 세 가지 형태로 제휴를 맺어 뉴스서비스를 제공한다. 인링크 방식의 콘텐츠 제휴, 아웃링크 방식의 스탠드와 검색 제휴다.

인링크는 포털이 자사 누리집에 언론사 콘텐츠를 싣는 방식이다. 아웃링크는 이용자들에게 뉴스 제목과 간추린 내용만 노출하고, 원문은 해당 언론 누리집에서 읽을 수 있도록 매개하는 것이다.

인수위는 인링크 방식이 언론에 대한 포털의 지배력을 강화한다고 판단, 점진적으로 아웃링크 방식으로만 뉴스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제할 계획이다. 이로 인한 개선 효과가 미미할 경우, 포털의 알고리즘 편집권도 없애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인수위가 모범적 사례로 꼽는 포털은 ‘구글’이다. 구글은 뉴스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모두 아웃링크 방식이다. 언론 제휴 절차도 비교적 간단하고 문턱도 낮은 편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도 대체로 인수위와 같은 방향성을 당론으로 굳혔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포털 뉴스서비스를 전면 아웃링크로 전환하는 조항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민주당 의원 171명 전원이 서명했다.

◇유럽보다 강도 높은 규제, 포털·언론 생태계 미칠 영향은?

포털 뉴스서비스 규제와 관련해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 의회는 지난달 ‘디지털서비스법(DSA, Digital Services Act) 제정에 합의했다. DSA는 관계 기관들의 승인을 거쳐 이르면 2024년에 시행될 전망이다.

DSA 적용 대상은 포털을 비롯한 모든 디지털서비스다. 특히 월 이용자 4500만 명 이상인 빅테크들에게는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수범자만 봐도 네이버·카카오만 겨냥한 국내 법안보다 광범위한 규제다.

DSA에는 구글·아마존·메타·애플 등 디지털서비스 사업자가 맞춤형 정보 추천 알고리즘 공개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디지털서비스가 편향된 콘텐츠를 어떻게 제공하는지를 네티즌이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불법적인 가짜뉴스나 혐오발언, 아동 학대, 테러 선동 등 유해 콘텐츠 유통도 예방한다. 예를 들어 유튜브는 이 같은 콘텐츠를 발견할 시 즉시 삭제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DSA를 위반하는 기업은 연간 매출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받는다. 만약 페이스북이 적발될 경우, 지난해 매출 기준 70억 달러(약 8조7000억 원)를 내야 한다.

DSA는 디지털서비스의 알고리즘 투명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다. 콘텐츠가 무수히 쏟아지고 있어, 맞춤형 정보 제공을 위한 알고리즘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반면 국내 법안은 포털의 사업 방식을 고치는 데까지 관여한다. 알고리즘 공개에 그치지 않고, 전면 아웃링크 강제로 이를 활용한 사업 금지까지 검토하려는 것이다.

대중들의 포털 중심 뉴스 소비 성향으로 인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수위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의 일평균 이용자 수는 지난해 기준 8082만 명에 달한다. 뉴스를 접하는 창구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검색엔진이 88.5%로 일간지(5.6%), 인터넷신문(2.3%)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포털의 뉴스 편집권을 제한할 경우 언론 수익 다각화와 같은 순기능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는 뉴스 직접 편집에서 손을 뗀 뒤 유료 온라인콘텐츠 구독 플랫폼 ‘프리미엄콘텐츠’를 오픈한 바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워싱턴타임스 등 현지 주요 언론들은 자체적으로 인터넷뉴스를 유료 구독자들에게 제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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