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2일 오전 10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위기의 시대, 영리병원 재점화 논란과 한국의료의 위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여연대는 2일 오전 10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위기의 시대, 영리병원 재점화 논란과 한국의료의 위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코리아]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잇단 승소 판결이 나오면서 영리병원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승소해 영리병원의 국내 설립이 가능하게 됐고, 얼마 전 조건부 허가 소송 1심에서 내국인 진료도 가능한 것으로 판결이 나온 것이다.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소송은 2018년 12월 5일 제주도가 녹지제주(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에 대해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녹지국제병원을 운영하도록 하는 조건부 허가를 내면서 촉발됐다. 

제주녹지병원의 허가 처분과 관련한 소송은 2개다. 첫 번째로 내국인 진료제한 소송은 지난 4일자로 녹지제주의 1심 승소판결이 선고됐다. 두 번째로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소송은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제주도 측의 상고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결정으로 판결 이유 기재 없이 패소가 확정됐다. 법원은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2018년 12월 병원 허가 당시 걸었던 조건 중 하나인 진료 대상 제한에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제주도는 영리병원 소송 결과와 별개로 녹지 병원이 최근 병원 건물과 부지를 국내 법인에 매각한 것과 관련해 병원 개설 취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영리병원 도입은 민주주의의 부정이자 극심한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보험회사의 건강관리서비스가 이미 허용된 상태로 미국식 의료민영화의 현실화 행보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영리병원 도입 허용법 개정을 통해 우회적 영리병원 도입 및 의료민영화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해, 2일 오전 10시 '위기의 시대, 영리병원 재점화 논란과 한국의료의 위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보건의료단체연합∙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전국농민회총연맹∙참여연대∙한국진보연대가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와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이 발제자로 나섰다. 이어 오상원 의료영리화저지제주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 송기호 변호사,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미국의 공공병원 20%, 한국은 공공병원 5%

발제자로 나선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의사)는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의 비용에 대한 연구에서 오히려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비용이 19% 더 높게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국민들이 필수의료에 지불하는 진료비 상승에 의한 효과이므로 정부가 목표, 지향하는 산업효과로 보기 어렵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2009년 KDI가 발표한 보건산업진흥원 영리병원보고서에 따르면 개인병원의 20%가 영리병원으로 전환될 경우 지역 중소병원 약 92개를 폐쇄해야 하고 연 4.3조 의료비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미국 영리병원체인에 대한 15개 연구 메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영리병원은 10~15%의 투자자배분과 경영진의 높은 보수로 인해 숙련 전문의료진을 덜 고용해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 OECD의 국가 모두가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문했다. 이들 국가들의 경우 공공병원의 비중이 높고 비영리병원이 공공병원과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 대표는 “한국과 유사한 의료체계인 일본의 경우 영리병원을 금지하고 있고, 공공병원이 30%에 이른다. 영리병원을 허용한 미국은 의료체계가 OECD 최하위임에도 공공병원 비율이 22%”라면서 “반면 한국은 공공병원이 5% 수준밖에 되지 않고 비영리병원의 수익성 추구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리병원을 허용한다면 의료비 폭등, 지역병원 폐쇄, 건강보험재정고갈 등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우 대표는 “공공병원은 계속 없어지는 추세로, 사회적으로 영리병원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물적 토대가 없어서 영리병원 이슈는 계속 ‘뜨거운 감자’”라며 “국내 보험회사, 빅테크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까지도 한국의 의료시장을 노릴 정도로 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가 집중적으로 영리병원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리병원 직접추진은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됐으나 영리병원 근거법은 여전히 남겨뒀다”면서 “병원경영지원회사 MSO, 병원 영리자회사, 보험회사의 의료행위 허용 등 우회적 영리병원화는 양당 모두 추진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영리병원 및 의료민영화 이슈가 ‘정권 교체’와 연관된 것이라는 걸 깨닫고 경거망동하지 말 것”이라며 경고했다. 

우 대표는 “영리병원 도입을 허용하는 법을 개정해 우회적 영리법원 도입 및 의료민영화의 추진을 막아야한다”면서 “공공병원을 대폭 확충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공공의료 및 의료 공공성 강화에 정책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참여연대는 "'외국 영리법인' 허용이라는 법률적 요건은 편법과 우회적 투자 논란을 초래해왔다"며 "당연지정제와 비영리 의료법인이라는 국내 의료 공공성의 버팀목을 흔드는 핵심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외국 영리법인' 허용이라는 법률적 요건은 편법과 우회적 투자 논란을 초래해왔다"며 "당연지정제와 비영리 의료법인이라는 국내 의료 공공성의 버팀목을 흔드는 핵심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변호사)은 “우선 영리병원은 건강보험통제시스템을 벗어나게 하는 것”이라며 “영리병원의 개념에 대해서 일반 시민들이 개인병원의사와 오해하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위원은 “제주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두 개의 판결은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건강보험상의 수가 및 의료행위 법정제한 시스템에서 벗어날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기계적 해석론을 적용했다”면서 “이는 한국의 공적 의료체계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외국의료기관 근거법률조항의 폐지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허황된 ‘의료허브’를 목적으로 한 지난 18년의 실험과 그 유일한 사생아 격인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의 최초의 실증적 사례인 중국자본의 ‘녹지 제주’가 과연 의료허브에 맞는지 의료선진서비스의 국내 도입을 통한 국민건강권 확대에 부합되었는지 의심스럽다”며 “국회는 경제자유구역법 제주특별법 상의 외국의료기관 근거규정을 폐지해야 하고, 새 정부 역시 외국의료기관 법률 근거규정의 폐지에 신속하게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특별법·경제자유구역법 내 영리병원 허용조항 삭제해야

이어진 토론에서 오상원 의료영리화저지제주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제주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법이 있었기에 영리병원 논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제주특별법 내 의료기관 개설 등에 관한 특례 조항은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 조항이며, 경제자유구역법상 영리병원 개설이 가능한 경제자유구역은 전국 8도에 분포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제주를 포함, 우리나라 전국 어디에서나 영리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제주특별법 내 영리병원 허용 조항 완전삭제’를 골자로 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행안위에서 법안 발의를 한 지 6개월이 지났으나 법률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 정책기획국장은 “영리병원은 국내 의료법에서 불가능한 것을 제주특별법에서 허가한 것으로, 애초에 영리병원의 목적은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외국인 전용병원으로 영리병원을 한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한 영리병원이 부동산그룹이 공급자이고, 응급실조차 없는 영리병원이라는 걸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영리병원의 최종적 수혜를 국민이냐 자본이냐를 따진다면 영리병원의 수혜는 투자자본이 모두 가져갈 것이라 본다”고 주장했다.   

오 국장은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도민의 복리와 국제자유도시의 규제 완화가 과연 같이 갈 수 있을 것인가”라면서 “제주도민의 열망에 부합하지 않은 제주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법 내 영리병원 허용 조항 전면삭제만이 해묵은 영리병원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는 길”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제주특별법에서의 영리법원 설립 특례와 한중 FTA 관점에서 송기호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자문변호사는 “한중 FTA는 중국인 투자자에 대해 공정·공평 대우 등을 제공하도록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중국인 투자자는 한국정부를 국제중재에 회부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제주녹지병원의 경우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해 다시 동일한 소를 국제중재에 회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미, 한중 FTA의 최혜국대우 의무 조항이 있어 결국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독일의 자본이 투자한 영리병원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규제 권한이 훼손될 위기에 있다”면서 “한미FTA 영리병원 조항을 폐지해야 하며, 폐지 또한 한미 FTA 규범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의료민영화 반대를 넘어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시민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는 공공의료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대응 방향으로 “의료민영화는 시민건강권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으로 새정부 시장중심 경제정책방향의 흐름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노동시민사회단체의 공동 대응과 실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영리병원이 빅테크 자본과 결합해 의료영리화의 시너지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은 “현재 기업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라이프로그 정보 수준에만 접근이 가능하나 이보다 훨씬 민감한 개인의 의학적 과거력과 검사결과, 처방내용 등의 의료 데이터는 병원에서 발생하고 축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리병원이 허가된다면 데이터가 의료기관 밖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될 것이며 심지어 빅테크 기업들이 직접 의료기관 설립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기획국장은 “우리나라는 의료자원의 절대 다수를 민간이 공급하고, 영리적 의료행위가 용인되는 상황에서 영리병원을 허가한다면 국민의 생명이 상품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인공지능이 일차의료와 의료인력을 대체하면서 환자안전과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헬스케어산업에 흘러들어가는 막대한 공공재정과 공공자원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생명을 살리는 의료 공공성 강화 대책이 필요한 지금, 영리병원 논의와 영리적 디지털헬스산업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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