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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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21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기존과 같은 'Aa2, 안정적‘ 수준으로 유지했다. 다만, 고령화 대응 등을 위해 앞으로도 확장재정 기조가 이어지며 한국의 국가채무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무디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의 신용등급과 전망(Aa2, 안정적)은 다변화된 경제구조 및 높은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한 한국경제의 견고한 성장 전망, 고령화 등 중장기 리스크에 대한 제도적 대응역량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Aa2는 무디스 평가 기준에서 Aaa, Aa1에 이어 세 번째 상위 등급으로, 한국은 2015년 12월 18일 이후 이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또, 올해 한국 경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글로벌 성장 약화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 속에서도 반도체 호조와 민간 소비 회복 등으로 2.7%의 완만한 성장률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무디스는 우수한 혁신 역량·경쟁력, 한국형 뉴딜 등 디지털·그린 경제로의 전환 노력 등이 고령화 인구와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로 인한 도전을 상쇄하면서 향후 몇 년 동안 2%대 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이 하향되는 요인으로 대내외 충격에 따른 잠재성장의 구조적 훼손, 정부 재정의 중대한 악화,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를 지목했다. 

남북 간 대치 등에 따른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단기간 내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지속적인 등급부담 요인으로 작용 중이라고 봤다. 무디스는 “최근 다수의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 등에도 불구하고 긴장 조성 강도는 과거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를 비롯해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공통적으로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재정소요 증가 및 정부의 재정안정화 노력 등에 주목하고 있다. 

유엔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 연령 인구는 2020년에서 2040년 사이에 23% 감소할 전망이다.

무디스는 “높은 교육비와 생활비, 기타 사회적 규범 등이 총 출산율의 극적인 감소에 기여했다”면서도 “1998년과 2017년 사이에 64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11% 이상 증가했지만,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의 노인 노동력 참여로 인해 경제의 잠재 성장에 대한 영향이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관리 재정 적자(연결 적자에서 사회 보장 기금을 차감)를 기준으로 광범위하게 계산되는 부채 부담은 2019년 GDP의 37.6%에서 2022년 GDP의 50.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채 부담은 증가해 2025년까지 GDP의 58.4%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무디스의 분석이다.

고령화로 인한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부채 수준은 여전히 ​​높을 것이고 특히, 재정적자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정부는 적자를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세입 강화 방안을 아직 제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에서 재정건전성 회복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도 재정안정화를 위한 어떤 대책도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50조원 규모의 추경을 통한 손실보상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재정 건전성과 물가 급등이라는 거대 장애물 앞에 인수위는 선뜻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기초연금 지급액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10만원 인상 시 윤 당선인 측이 전망했던 5년간 필요 추가 예산인 35조4000억원보다 10조원 가량이 더 들어간다는 보건복지부의 추산 자료도 나왔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3일 윤석열 정부의 4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재정건전성을 꼽은 데 이어 4일 "대한민국 부채가 너무 빨리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정책의 건전성에 대해 대내외적인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는 발언에 미루어 대규모 재정지출보다는 재정 안정성이 핵심 국정과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S&P,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 공개하는 국가신용등급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일본보다 2단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 등 국가 기술력이 아닌 국가부채채무비율이 낮은 것에 기인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000대 글로벌 연구·개발(R&D) 투자 기업에 해당하는 일본 기업의 수는 한국보다 5배 이상 많다. 무디스는 “한국의 부채 감당 능력이 일정하게 유지된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부채 금액과 국내 금리를 낮고 안정적으로 유지해온 한국은행의 과거 인플레이션 관리 실적에 뒷받침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무디스는 한국의 주요 성장과 소비에 대한 또 다른 도전으로 가계 부채의 증가를 꼽았다. 가계 대출은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주로 주택 모기지 증가에 힘입어 2021년 3분기 기준 GDP의 106.5%로 부채 수준이 가장 부채가 많은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가채무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포용성장・고령화 대응을 위해 팬데믹 긴급 지원조치 종료 이후에도 확장재정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재정부담은 관리가능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여타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낮은 수준이며, 향후 재정준칙 시행은 부채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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