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송파구 잠실 5단지.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시장은 기대 심리만으로 움직여 서울의 노후 아파트 단지는 급매물이 쏙 들어가고 신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시장 불안 조짐이 보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정책 속도 조절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31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통계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21일 기준)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나란히 0.01% 올라 8주 만에 상승 전환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초구와 강남구는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는 재건축 단지 위주로 신고가가 발생해 상승 전환됐다”며 “여의도 재건축 단지도 매수세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의도와 강남권의 대표적인 유명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울아파트 전용면적 139㎡도 지난 21일 42억5000만원(12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10일에 기록한 종전 최고가 40억5천만원(4층) 대비 2억원이 뛰었다. 준공된 지 46년차라 재건축 연한(30년)을 이미 훌쩍 넘겼다. 

1982년에 준공된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전용 183㎡는 지난 17일 59억5000만원(4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전 최고가는 작년 3월 거래된 50억원(5층)이었다. 

자료=국토교통부
자료=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준공 39년차 대치동 개포우성1차 전용 158.54㎡ 역시 19일에 51억원(12층)에 팔려 역대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전 거래는 2019년 10월이 마지막으로, 34억5000만원(1층)에 매매됐다. 

현재 재건축 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서초구 서초동 현대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12일 20억5000만원(11층)에 거래되며 종전 최고가(20억원·3층)을 넘겼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 250만호 이상 공급을 공약했는데, 특히 재건축·재개발 47만호(수도권 31만호) 공급을 약속했다. 또 재건축 규제 완화와 관련해 안전 진단 기준 조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분양가 규제 합리화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재건축 안전 진단의 문턱을 낮추는 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선 직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가 재건축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서구 가양동 준공 31년차 아파트인 강변3단지가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사업을 선회했다. 또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준공 35년차 제일아파트를 비롯해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는 것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곧 재건축 연한에 도래하는 분당 등 1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관련 규제 완화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는 지난 주(3월 넷째주) 0.05% 상승했다. 

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에서도 시장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인수위는 지난 25일 국토교통부 업무 보고를 받은 뒤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30일 첫 부동산 TF 회의에서도 “세제·대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이 단기적 시장 불안 요인이 되지 않도록 면밀한 이행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 면제 공약 폐기가 우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규제를 풀기도 전에 부작용부터 걱정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걱정하는 것보다 주택 공급을 통해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은 시간 싸움이다. 규제완화가 되면 재건축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이 많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은 안정화가 된다”고 말했다. 

35층 층고제한이 풀리면서 특히 한강변의 경우 최고가 랜드마크 아파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상징성의 이유로도 어차피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임 수석전문위원은 “주택공급을 늘리는 상황에서 단기 가격 상승은 어쩔 수 없다. 시장 공급을 빨리 늘릴 수 있게 전향적으로 생각을 바꾸는 게 좋다”면서 “윤 당선인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손보겠다고 공약한 만큼 공급을 확실히 하기 위해 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선 단기적으로 일부 가격 호가상승은 감내해야 한다”며 “실제 시장에서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 배제를 기다리는 게 많기 때문에 팔려고 매도하는 분들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남이나 일부 재건축단지는 워낙 집값 자체가 높게 형성되어 있다 보니 실제 거래는 자금력 있는 수요자 진입만 가능한 실정이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실거주 의무가 있는 만큼 거래가 많지 않아 호가 위주의 상승이라는 설명이다. 

여 수석연구원은 “서울과 1기 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서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지만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상승을 이끌기엔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며 “장기화된 거래 부진이 시장에 더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주택가격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책을 보완하기 보다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처럼 유연하게 관리하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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