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업체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전월세 신고제)의 폐지·축소하겠다는 입장이 나오면서 정치권과 부동산 시장에서는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29일 임대차 3법이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며 개편 의지를 강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해 폐지 또는 축소를 포함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차3법 폐지는 오히려 서민 주거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30일 논평을 통해 "임대차 3법은 임차인의 보호와 서민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급격한 정책 변화는 세입자의 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며,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의 폐지 및 축소는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이어 "주택 임대차 계약 특성상 장기간이 소요되고,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임대차 3법은 원칙적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직인수위의 임대차 3법 폐지·축소 방침에 대해, 시민단체도 명백한 개악이라며 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주거, 세입자, 청년, 시민단체 등 100여개 단체로 구성된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는 30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단체는 “2년마다 임대료를 올려 주거나 이사를 해야 했던 세입자들이 임대차 3법 개정으로 혜택을 보게 됐다”며 “법 시행 이후 계약 갱신률이 높아지고 갱신 계약의 77% 이상이 임대료를 5% 이하로 인상하는 등 세입자 부담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월세 가격 폭등 원인은 임대차 3법이 아닌 시장의 무질서를 내버려 뒀기 때문”이라며, “임대차 3법에 사각지대와 미비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개선하지도 않고 성급히 법 폐지와 축소를 언급하는 행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4개 국가 중 신규임대차계약의 임대료 수준을 규제하는 국가는 13개국이고, 정기적으로 임대료 인상에 대해 규제하는 국가는 23개국에 달한다"며 "해외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임대차법 축소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회견에는 주거권 보장을 촉구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청년 주거 상담을 진행하는 민달팽이유니온의 지수 위원장은 “한 청년은 계약 갱신 과정에서 임대인이 너무 높은 보증금 인상을 요구했을 때 법이 바뀌어서 그럴 수 없다고 대응했고,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해 5% 범위 안의 임대료 인상으로 합의했다면서, 법이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 법이 없었다면 임대인이 부르는 대로, 계속해서 오르는 보증금을 그저 감당해야만 했을 거라는 설명이다.

지수 위원장은 "이렇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을 법이 만든 것"이라며 "그런데 그 법을 없애겠다고 하니 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한 공약들이 다 거짓말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임대차 3법 폐지·축소에 대해 누리꾼들의 반응은 어떨까.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에서는 “전세 제도 손봐서 4년 전세도 이제 없어질 예정이에여… 전세분들 벨트 꽉 매세요” “나름 자리잡히는 것 같은데... 다주택자 탈출구 만들기 여념이 없네요” “자영업자들 곡소리 들리네요” 등 반대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편 임대차 3법 폐지를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30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지금껏 개인 간 합의할 수 있는 사항을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시장질서가 어그러진 상황”이라면서 “다시 2년으로 환원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 자체가 수요와 공급을 인위적으로 막기에 현실과 맞지 않고, 또 장기적으로 전세금을 한 번에 올려버리는 악영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법은 적용하는 쪽이나 적용받는 입장이나 쉽게 이해되고 쓸 수 있어야 좋은 것인데, 임대차 3법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은 명확한 법은 아니다. 또 법을 보완하겠다는 목적으로 세제 인센티브 같은 것이 더해지면 본래도 복잡한 법이 더 복잡해지는 결과가 초래한다"면서 "시행한 지 얼마 안 되었을때 폐지도 검토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임대차 3법이 폐지되면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등의 논리를 펴는데, 기존 계약분까지만 적용하고 법폐지 후에 체결되는 임대차계약에는 미적용하면 된다"며 "법령을 폐지하고 이렇게 대처한 선례는 넘쳐날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 책임연구원은 "전세기간 2년이 너무 짧아서 문제라면 그걸 3년으로 늘리면 된다"면서 "한 번에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너무 길기도 하거니와 한방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접근은 현실에선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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