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유세 부과 기준이 되는 주택 공시가격을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하면서 올해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 업체 밀집 상가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부가 1주택자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땜질식 처방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금 폭탄을 우려하는 다주택자 반발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똘똘한 한 채' 선호도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등은 지난 23일 20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하면서 1세대 1주택자 부담 완화 방안을 공개했다. 부담 완화 방안의 골자는 올해 6월 1일 기준 1세대 1주택자는 올해 재산세‧종부세 과표를 산정할 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것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같거나 낮은 경우 올해 가격을 적용한다. 

최근 공시가격의 급등에 더해 다주택자와 규제지역에 대한 종부세율 상향,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 부담 상한선 상승이 맞물리며 부동산 보유 과세 부담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1주택자 부담 완화 방안으로 올해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대폭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추가적인 감세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내년에 세금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가령 올해 공시가격 12억5000만원으로 14%가량 오른 집이 한 채 있다면 일단 올해 내는 보유세는 333만원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내년에 감세 없이 올해 공시가를 그대로 적용하면, 내야 할 보유세가 28%가량 늘어난다. 만약 내년에도 올해만큼 공시가격이 오른다면 보유세 부담은 474만원으로 40% 넘게 오르게 된다. 

다주택자들의 불만도 크다. 올해 공시가격 26억원 서초 반포자이와 12억 원 광장현대 두 채를 가졌다면 내야 할 보유세가 1억1000만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30% 넘게 오르는 셈이다.  

두 아파트를 한 채씩 가진 1주택자 두 명이 낼 보유세를 합한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상속 등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사람들은 불만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다주택자들은 중과세율은 적용받지 않지만 1주택자처럼 공시가 11억원 이상만 종부세를 내는 게 아니라, 합산금액이 6억원 이상이면 초과분에 대해선 세금을 내야 한다. 결국 중저가 아파트 두 채보다 고가 한 채 세 부담이 더 싸다 보니 '똘똘한 한 채' 선호도 더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종부세 관련 과표 동결 효과 및 가격 구간별 보유세 모의 분석. 자료=국토교통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1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 완화 조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25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집값 하향 안정화를 원한다면 다주택자들의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한시적이라도 거래세를 완화해주면 틀림없이 매물이 증가하게 되며, 그런 매물들이 주택 가격 하향 안정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조세 원리와 납세자의 세 부담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장의 의견이 일부 반영되며 정부가 보유세 과세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면서도 "보유세 완화에 따른 주택 거래량 회복과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부터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커진 데다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에 따른 경기 회복 둔화 우려가 주택 구매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다. 

함 랩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주택을 매입하기 위한 환경이 악화된 상황"이라며 "(일시적인) 이번 과세 부담 완화 조치는 실수요자의 주택 보유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낮추고, 1주택 교체 수요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효과에 한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문재인 정부 신규공급(입주)물량을 살펴보면 과거 정부에 비해 절대로 부족하진 않았다. 다만 주택임대사업자기간을 10년 단위로 늘리면서 다주택자들의 주택거래를 막았으며 다주택자 양도세율 강화에 따라 매도를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이를 조금이라도 완화해준다면 주택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리서치팀장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또는 한시적 완화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면서도 “다주택자 보유세나 취득세 완화는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부동산과 관련한 세금을 대폭 깎아주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부동산 공시가를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보유세와 거래세 등 거의 모든 세금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세부담 상한을 낮추고 보유세 상승률도 상한을 정해 내년에도 부담을 낮추자는 입장이다.  

이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5일 국토부 업무보고를 받는데,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조치가 가장 먼저 시행될 공약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조치들이 집값 하향세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안전진단 완화책은 시장에 맞게끔 구조안정성을 낮추는 거라 상당히 좋은 정책”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움직여서 가격이 올라간다. 하지만 안전진단완화책으로 공급이 풍부하게 이뤄지면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봤다. 

일각에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춰, 다주택자의 세 부담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종부세의 경우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작년 95%에서 올해 100%로 올라 다주택자들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임 수석전문위원은 “제1안은 과도한 세금을 정상화시키고 형평성의 측면에서 다주택자들에게도 1주택자처럼 종부세에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보유세 완화 혜택이 없는 2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의 경우 세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보유세를 임대료로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1안이 채택이 되지 못한다면 재산세 조정 도입도 괜찮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의 조정은 양도세가 아니라 재산세를 조정하는 것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5% 가량 낮추는 것은 금액 면에서도 미미하며, 효과도 별로 없다. 10~20% 수준으로 낮춰서 세제 혜택을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게 형평성 측면에서 맞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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