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 업체 밀집 상가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오는 23일 발표될 주택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공시가격이 폭등하기 전인 2020년 수준으로 환원될 가능성이 유력시 되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해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보유세 인하로 다주택자 '매물잠김' 부작용 및 서울 외 지자체의 반대 가능성도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與, 1가구 1주택자 부동산 보유세 '2020년 수준' 동결 추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23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한다. 같은 날 국토교통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공개한다.

정부는 재산세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유력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세 산정에 쓰이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춰 세 부담을 작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세금 부과 기준인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이다. 올해는 재산세의 경우 60%, 종부세는 100%가 적용된다. 법에 규정된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재산세 40~80%(주택 기준), 종부세 60~100%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다.

정부는 또 올해 보유세를 산정할 때 작년 공시가를 가져다 쓰는 방안으로 선회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가지 방안의 결정적 차이는 공정시장비율 조정은 대통령령 개정 사안이고, 작년 공시가를 쓰는 방식은 법 개정 사안이라는 점이다. 공정시장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은 정부 시행령만으로 개정할 수 있으며, 세법 개정은 정부안을 제출한 후 국회가 수정할 수 있다. 

국회에선 여야 모두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1가구 1주택자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21일 오전 정책위 및 상임위 간사단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하고, 관련 내용을 정부에 전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비대위원은 전일 비대위 회의에서 "1가구 1주택자면 누구나 재산세·종부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게, 2020년 공시가격을 활용해 과세표준을 산정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재산세와 종부세와 관련해 "납세자 개개인은 2020년 납부액 이상으로 세금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되고, 건강보험 부담도 가중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9% 오른 데 이어 올해도 20% 안팎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집값 급등 이전의 공시가격으로 세금을 부과해 조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막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구상이다.

다만 민주당 비대위 회의에선 부동산 조세부담 완화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권지웅 비대위원은 비대위 회의에서 "추가로 부동산 세금을 깎아주는 조치를 함부로 취해서는 안 된다"며 "시민의 43%는 세입자로 살아가는 등 부동산 세 완화로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뉴시스 

◇윤석열 당선인, 공시가 2020년 수준 환원 공약

앞서 윤석열 당선인은 부동산 조세 공약으로 부동산 세부담 완화책을 들고 나왔다. 2022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책정해 부담 낮추고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유세의 세율 조정이나 세부담 상한선 규제 완화는 없으나 2년전 공시가격을 활용해 과표를 낮추고 부동산과다보유자에 대한 종부세를 재산세에 병합함으로써 1세대 1주택자 뿐만 아니라 다주택자의 세부담도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향후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계획을 재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2주택자 20%p, 3주택자 30%p)을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1주택자의 취득세를 1~3%로 단일화하고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 취득세 면제 또는 1% 단일세율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종부세의 경우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지난해 95%에서 올해 100%(재산세 60%)로 늘리도록 돼 있는데, 공약대로 한다면 종부세는 95%를 적용하게 된다. 현행 종부세법은 60∼100% 사이에서 해당 법 시행령(재산세는 40~80%)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재조정되면 지방 다주택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보유세를 낮추면 서울 외 지역의 불만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종부세 전액을 시·군·구 전체와 제주도 및 세종시에 일반재원으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부동산교부세를 운영하고 있다. 부동산교부세 재원 감소에 대한 우려로 서울 외 지자체에서 반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종부세를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배분받고 있는 재정여건이 낮은 지자체들의 반대와 국회 관련 법 개정의 허들을 넘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연내 바로 실행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2년 유예조치는 다주택자의 한시적 매물출회를 기대할 만하나 주택시장 양극화로 대기수요와 인기가 많은 지역보다는 비선호지역의 매물확대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전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는 시점을 더 미루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보유세 부담을 낮추면 다주택자로서는 주택을 매물로 내놓을 이유가 사라진다. 

게다가 실제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일부 서울 주요 아파트들 매도호가가 기존 신고가보다 높게 올랐다. 집주인들이 윤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가 현실화되기를 기다리면서 매도 시점을 늦추는 것이다.

SK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3월 3주차 KB지수 기준, 전국아파트 매수자 매도자 동향지수(이하 ‘매수우위지수)는 47.6pt를 기록했다. 전주대비 1.6pt 상승했다. 전저점은 2월 3 주차의 45.0pt였다. 인천, 경남, 제주 등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지역에서 동 지수의 반등이 확인됐다. 

서울 아파트의 주간 매수우위지수는 53.8pt를 기록했다. 전주대비 1.5pt 상승했다. 특히, 실수요자 유입 비중이 보다 높은 강북 지역의 매수우위지수가 57.0pt까지 반등했다. 신월 SK증권 연구원은 "11월 2주차 이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서울의 반등 추세화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상당히 제어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 연구원은 “근본적인 원인은 목표 기간과 현실화율을 설정하고 추진되는 공시가격 변동에 있다”며 “앞으로도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지속된다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지금은 강력한 규제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논리도 여론 호응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취지와 목적을 조속히 되돌아보고 제도 자체를 재검토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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