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을 공식 발표하면서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개발 및 교통 영향에 대한 토론으로 들썩이고 있다. 국방부 근처 용산 주민 및 직장인들은 이전보다 교통 통제와 집회를 더 경험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임기 첫날인 5월 10일부터 용산 집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하고, 청와대의 모든 시설은 국민에게 개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20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는 측면,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하여 돌려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국가안보 지휘시설 등이 잘 구비되어 있고, 청와대를 시민들께 완벽하게 돌려드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시민의 불편도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조감도까지 동원한 윤 당선인은 용산 국방부 청사 역시 시민들의 접근이 차단됐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국민 소통 공간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 측은 교통대란 등 문제에 대해서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또 한남동 공관과 국방부청사 건물까지 출퇴근길 이동에는 교통통제 시 차량으로 3∼5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더라도, 주 출입구는 현재 국방부가 사용하는 삼각지역 인근 북측 정문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국방부의 남쪽 방향인 서빙고로 쪽으로 새로 정문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서빙고로는 국방부 정문 앞(이태원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통혼잡이 덜하고, 왕복 8차선이라 2배 가량 넓다.

하지만 서울 지하철 4‧6호선 환승역이자 국방부가 위치한 용산구 한강로 인근 삼각지 일대 주민들은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소식을 접한 후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출퇴근 시간 이외에도 수시로 교통 통제가 이뤄지는 지역이다.

국방부가 위치한 곳은 양방향 4차로인 이태원로가 지난다. 이 길은 용산과 마포에서 강남과 강변북로, 올림픽대로를 이용하려는 차량이 얽히는 상습 정체 지역이다. 이로 인해 해당 주민들은 서울시청과 용산구청에 도로 확장과 교통 정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달라는 민원을 수시로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서도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의 경우 ‘용산 교통 통제 상황 더 심각함.jpg'라는 글이 7만2000여명이 넘게 클릭하며 핫 게시판에 등록됐다. 

회원들은 ’대통령 동선은 "비공개원칙"이기 때문에 여러 개 동선을 다 막게 될 것‘,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길로 다니면 위험하니까 매일 시간과 동선을 바꿀 거고 예상가능한 모든 루트는 동시에 다 제한되지 않겠냐‘, ‘대통령차 지나가면 잠깐 통신도 안 터지지 않음? 나 수년전에 경험해 본 거 같은데 버스정류장에 도착정보 다 멈추고 폰도 안 되던데’ 등의 반응들이 올라왔다. 

용산에서 출퇴근하는 30대 이모씨는 “삼각지 고가철거랑 미군기지 때문에 원래 교통지옥인 곳이다. 출퇴근 시간 때는 녹사평역 초입부터 막혀 1시간씩 멈춰 있을 때도 많다.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오면 안 그래도 막히는 곳에 교통통제에 통신장애까지 더해질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빙고에 사는 40대 최모씨는 “국립중앙박물관 서쪽 이촌역 근처에서 한남동까지는 출퇴근 시간만 피하면 그나마 삼각지-녹사평-한강진 라인 보다는 차도 적고 길도 넓다. 하지만 국민과 가깝게 일하는 대통령이 목표라면 용산보다는 광화문이 대통령 출퇴근 경호 문제나 여러 면에서 합리적이지 않나”고 말했다. 

국방부 청사와 보광‧한남동으로 집무실과 관저를 이용할 경우 대통령 관저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이 구간만 일반 도로로 약 3.6㎞로, 애초 거론된 광화문 청사 집무실과 삼청동 총리관저 거리(약 1.2㎞)보다도 3배 가량 길다. 

이 구간은 이미 출퇴근길 상습 정체 지역으로 하루 두 번 대통령 출퇴근을 감안하면 시민들의 불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 지역 주민들이 활동하는 네이버카페 ‘동부이촌동 커뮤니티’의 지난 18일 회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와대 이전에 찬성하는지’ 여부에 대해 참여자(390명)의 59.2%(231명)가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찬성은 141표(36.2%)로, 과반이 넘는 주민들은 집무실 이전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용산 이전 확정 이전에 발표된 조사이지만 지난 18일은 이미 이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 후였다. 

찬성 이유로는 용산공원 사업 추진 가속화, 미국 백악관과 같은 지역 분위기 조성, 임대아파트 조성 감소 등이다. 반대 이유로는 교통·통신 등 통제, 집회시위 빈발, 안보공백·이전비용 지출 등을 꼽았다. 

게다가 한남동을 제외한 보광동 일대는 '한남뉴타운' 조성을 위해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다. 한남2‧3‧4‧구역은 서울시와 용산구청에 사업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만약 대통령 관저가 들어설 경우 이런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통령 관저 100미터이내 외부 저격 및 도·감청에 대비해 저‧고층과 상관없이 경호 인력과 관련 시설들이 들어서야 한다. 이로 인해 관저 주변은 고층 건물을 짓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21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은 일장일단이 있다. 우선 집무실 이전으로 용산공원 개발에 속도가 나면서 주변의 전반적인 집값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용산공원 개발이 최소 7,8년이 걸리는 사업이라 바로 호재로 반영되진 않을 것”이라면서 “재개발 사업장의 입장에서는 고층아파트가 보안상의 문제로 층고제한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 수석전문위원은 “반대로 종로 일대는 집무실 이전으로 인해 과거에 묶였던 층고제한이 풀릴 수 있고, 청와대 개방으로 유입인구가 늘면서 주변 상권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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