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우크라이나의 상황에 대해 화상회의를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공식 러시아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이코리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제재와 같은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이미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의 경제적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외신들은 에너지 측면에서 잠재적으로 중국에게 이득이 될 수 있지만 러시아에 유리하게 서방의 제재를 희석하려는 전면적인 시도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서방, 러시아에 ‘금융 핵폭탄’ 스위프트 제재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캐나다 정상들이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망에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200개국의 1만1000개 금융기관(중앙은행 포함)들이 국제 결제 주문을 주고받기 위해 쓰는 전산망이다. 여기서 배제된다는 것은 러시아 기업 및 개인의 수출입 대금 결제, 해외 대출·투자가 모두 막힌다는 뜻이다. 국제사회에서는 그동안 스위프트 제재를 ‘금융 핵무기’라고 부르며 이란과 북한에만 적용해왔다.

지난 달 초중순 달러당 75루블 안팎이었던 루블화 가치는 스위프트 제재 발표 당일인 지난달 26일 달러당 119루블까지 치솟았다. 불과 2주 만에 루블화 가치가 40% 이상 폭락한 것. 이에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만달러(약 1200만원)을 초과하는 외화에 대한 국외 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가 이어지자 수출 기업들의 외화 수입 80%를 강제로 매각하도록 하는 조치도 내렸다.

◇중국의 경제 의존도 높아진 러시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중국 위안화를 활용해 미국 달러 기반의 국제 금융 시스템을 크게 벗어난 여러 에너지 거래에 서명했다. 러시아 석유회사 가스프롬 네프트는 지난해 중국과의 항공기 연료 거래에 미국 달러 대신 위안화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또한 2000년에서 2017년 사이에 1510억달러를 받는 등 중국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주요 수혜국이다. 또, 2014년 크림반도 합병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4000억달러 규모의 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인프라와 기술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 쪽으로 경제를 재편했다.

중국은 이미 러시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2020년 러시아 수입의 23%와 수출의 15%(대부분 석유와 가스)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증가하는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의존은 양국 사이에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팀슨 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담당자인 쑨 윤은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이미 소련 시절 보호국이었던 국가에 신세를 진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뒷마당으로 여기는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지원하거나 러시아와의 경제 거래를 지속하는 데 비용이 크지 않다면 중국은 이를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와의 금융 및 경제 관계에 상당한 비용이 든다면 중국은 재계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메리 러블리는 "러시아는 첨단 기술을 제외한 모든 것을 중국에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블리는 "중국은 러시아의 반도체 공급의 70%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가 반도체와 같은 민감한 기술에 대한 제재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문제는 중국에 무엇이 이득이 되느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중국이 장기적으로 에너지 및 잠재적으로 기술 영역에서 일부 이점을 얻을 것이나 서방의 재정적 압박에 대한 실행 가능한 대안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WSJ은 “단기적으로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 측 고객 공급을 지속해 서방과 일본의 2차 제재를 감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중국이 전체 반도체 생산 체인을 성공적으로 현지화할 수 있다면 최첨단 기술 수준(아직 매우 불확실한 전망)에서 러시아 시장을 사로잡는 것은 또 다른 환영할 만한 자본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기 몇 주 전 중국은 러시아로부터의 밀 수입에 대한 규제를 풀고 증가된 양의 러시아 가스를 구매하기 위한 30년 계약에 서명했다. 하지만 에너지의 경우 매우 강한 수요 증가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중국이 유럽 천연가스 시장의 대체재가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WSJ은 평가했다. 

러시아는 2020년 전체 천연가스 수출의 약 70%에 해당하는 1680억입방미터(㎥)의 가스를 유럽에 공급했다.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총 165억㎥의 천연가스를 수입했을 뿐이다. 송유관의 볼륨이 5년 안에 약 500억㎥에 이른다고 가정하더라도, 러시아 가스에서 벗어나려는 유럽의 주요 노력은 러시아 가스에 영구적이고 상당한 할인을 가하는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WSJ은 중국에게 우크라이나 위기의 가장 걱정스러운 측면은 아마도 그것의 재정적인 영향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내린 러시아의 스위프트 제재 결정은 향후 대만 해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떤 잠재적 위기에도 매우 힘든 선례가 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에 따라 중국은 글로벌 금융 전산 시스템인 스위프트에 대한 자국 내 대체재를 활용해 무역 및 금융 파트너들에 대한 위안화 사업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준비금의 2.7%에 불과한 위안화 표시 준비자산의 외국 중앙은행 보유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중국의 통화가 평상시에도 완전한 환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는 더욱 그렇다. 중국 중앙은행의 경우 홍콩의 역외 통화 시장과 역내 통화 시장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움직일 때 정기적으로 개입한다. 역내 보유하고 있는 위안화 예금은 얼마만큼의 환전이 가능하고 합법적인 사용 수익에 대한 양적·질적 통제를 받는다. 전체 자본의 유출이나 유입이 빠르게 변할 때는 이런 규칙도 종종 바뀐다. 이런 연유로 중국 경제 규모에 비해 세계 위안화 수요에 대한 상한선이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될 것으로 WSJ은 관측했다. 

게다가 현재로서는 특히 부채가 많은 부동산 및 국영 부문에 대한 중국의 자본 통제를 제거하는 거시경제적 위험이 여전히 위안화의 해외 채택을 밀어붙이는 지정학적 자극보다 더 클 것이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WSJ은 이에 중국이 향후 재정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더욱 골몰하겠지만 실행 가능한 대안들은 여전히 희박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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