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코리아] 오는 4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오는 24일 열린다. 지난해부터 강력한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를 밝혀온 이 총재가 마지막 회의에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금융통화위원회는 국내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판단 하에, 물가상승 및 금융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p씩 인상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계속된 ‘제로’ 금리 또한 기준금리가 기존 0.5%에서 1.25%까지 오르며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두 번째 인상한 뒤 “위기 시 이례적으로 낮췄던 금리 수준은 경기 개선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 합당하고, 너무 오래 끌고 가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며 “통화정책이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정상화하면 과도한 차입에 의한 수익 추구가 줄어드는 등 금융 불균형 완화 효과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이 코 앞인 데다, 지난 11월, 1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만큼 이번 2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1일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3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복귀한 상황에서 당장 급하게 더 금리를 변경할 유인은 크지 않다”며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1~16일 채권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8%가 동결을 예상했다. 금투협은 “한은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 및 3월 대선을 앞두고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상승 응답자 비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이번 금통위에서 동결을 예상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심각한 물가상승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아직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 캐나다와 유럽중앙은행(ECB) 등도 가장 최근에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주요국 중앙은행 중 금리인상을 단행한 곳은 영란은행(BOE) 정도다. 

이 총재 또한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보다 우리가 한 두발짝 먼저 움직였고, 지난해 두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이라며 “우리가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앞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국내경제를 우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밝힌 바 있다. 

가계 및 중소기업·소상공인 부채 리스크와 이로 인한 경기둔화 우려도 연이은 금리인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분석 결과, 기준금리가 25bp 인상되면 고부채 국면에서는 평상시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두 배 정도 큰 폭으로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금리인상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도 존재하나, 이와 동시에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음을 감안하여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열린 금통위에서 유일하게 금리인상을 반대한 주상영 위원 또한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올해 상반기 성장이 예상보다 부진하고, 중국의 성장 둔화 및 미국의 정책변경도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경제는 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해 나가고 있지만,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의 도움 없이 코로나19 이전의 성장추세를 회복하는 시기는 내년 이후로 미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계속된 물가상승 압력은 변수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 11월 3.8%, 12월 3.7%, 올해 1월 3.6% 등 4개월 연속으로 3%대를 기록 중이다. 게다가 글로벌 공급망 위기 및 고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인해 물가상승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이 총재 임기 만료 뒤 추가 금리인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준금리가 2차례 더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 시기는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한 이후인 5월과 7월”이라고 내다봤다.

공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개시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목적으로 제시했던 금융안정은 상당한 수준으로 달성됐다”면서도 “하지만 이후 물가에 대한 상승 압력이 부각됐고, 실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망 역시 기존 2.1%에서 2.6%로 상향 조정함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견제한다는 목적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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