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업은행 제재심 소위, 강력제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업은행 제재심 소위, 강력제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부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피해보상 문제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투자자와 금융사 간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피해자 단체를 중심으로 대선 후보들이 나서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9년 10월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가 처음 환매중단된 이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젠투, 독일 헤리티지, 이탈리아 헬스케어, 팝펀딩, 피델리스 등 수많은 사모펀드가 부실 문제로 환매가 중단됐다. 이후 금융당국의 분쟁조정으로 인해 일부 피해자는 투자원금 중 일정 비율을 보상받았고, NH투자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 등의 판매사는 자발적으로 100% 보상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사모펀드 피해자들은 손실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사모펀드 사태 피해액 중 구제받지 못한 금액은 은행권 1조6537억원, 증권사 3조8488억원 등총 5조5천025억원에 달한다. 

이는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라임 펀드의 경우 판매사에 대한 제재가 확정됐지만, 옵티머스 펀드 등은 아직 금융위 의결 절차가 남아있다. 젠투, 독일 헤리티지 등 다른 펀드는 아직 제재 및 분쟁조정 절차가 시작되지도 못했다. 판매사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에 대한 제재절차도 대부분 마무리되지 못했다. 

아직 2562억원(지난해 4월 기준)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디스커버리 펀드 또한 제재 및 피해보상 절차가 지지부진하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5월 분쟁조정 신청 2건에 대해 기업은행이 불완전판매의 책임이 있다며 각각 60%, 64%의 배상비율을 적용하고 나머지 투자손실에 대해서는 40~80% 범위에서 자율조정을 추진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NH투자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의 사례처럼 전액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14일 배포한 자료를 통해 “윤종원 행장과 기업은행은 피해자들의 투자자 자기책임만 외치며 취임 3년이 되도록 (디스커버리 사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며 “저희들은 수십년 기업은행을 믿고 거래해온 고객들이다. 사모펀드인줄도 몰랐던 저희에게 ‘투자자 자기책임’은 ‘기업은행을 왜 믿었느냐?’는 궤변으로 들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책위는 이어 “저희들은 평생 아껴 모아온 노후자금 은퇴자금 주택마련자금 자녀 결혼자금, 사업설비 투자금 등 소중한 돈을 장하원과 기업은행에 사기 당했다”며 “이제 기획재정부와 대통령이 결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선 후보들이 사모펀드 사태 해결에 의지를 보여달라는 요청도 나온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 후보들이 사모펀드 피해자를 외면하는 것에 실망했다”며 “다시 한번 사모펀드 사태 해결에 관심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실제 사모펀드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대선 후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해 12월 연달아 자본시장 공약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쪼개기 상장, 공매도,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개인투자자 보호 등 주식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사모펀드 사태 해결과 관련된 공약은 포함되지 않았다. 동학개미운동, 빚투 열풍 등 최근의 이슈와 관련된 공약을 제시하는데 바빠, 정작 2년 이상 시간을 끌어온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 

공대위는 이미 지난달 이·윤 두 후보를 비롯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에게 직접 만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요청을 전달한 바 있다. 이·심 두 후보는 일정 문제로 이를 거부하고 대신 국회의원 간담회를 추진하겠다고 답했으나,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안 두 후보는 아직 공대위에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다. 

공대위는 “사모펀드 사태는 정의와 질서를 훼손한 대규모 국가 금융사고인데 반면교사는커녕 단순한 일탈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아 답답하다”며 “공대위와 피해자들은 다시 한번 정부와 국회 금융사에 호소한다. 사모펀드 피해자들의 문제를 외면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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