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열린 게임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전용기 의원이 발언하는 모습. / 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이코리아] 게임법 전면개정안이 발의된 지 14개월 만에 공청회가 열렸다. 입법 논의는 그간 지지부진했지만, 지난해 확률형아이템 이슈에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덕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청회에서도 확률형아이템 규제 방향에 시선이 쏠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전면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현아 박사와 게임물관리위원회 자문위원인 법무법인 창과방패 오지영 변호사가 참석해 법안에 관해 진술했다.

게임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2020년 12월 대표발의했다. ▲확률형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등급분류 제도 개편 ▲민관이 참여하는 게임산업 협의체 구성 등이 주요 내용이다.

박현아 박사는 “기존 게임법은 기술의 진화를 고려하지 않고 제정됐으며, 이번 개정안은 규제 개편을 시도하는 취지”라며 “게임산업 분야의 특성을 고려하면 자율규제도 이점이 있지만,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정부 개입의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자율규제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현행 규제의 단점인 탄력성을 보완할 수 있다면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규제 수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각 집단 간에 의견이 상충하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박사는 개정안의 핵심으로 등급분류 제도 개편 및 확률형아이템 규제를 꼽았다.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지정기관을 확대하는 것은 민간 자율성과 책임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며, 청소년이용불가등급 게임 자율심의 권한을 부여하고, 게임위원회가 사후 심의를 담당하도록 할 경우 분류 절차에 소요되는 자원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확률형아이템 규제는 도입하돼 부작용을 예방해야 한다고 봤다. 예를 들어 새로운 형태의 확률형아이템이 등장해도 규제가 적용될 수 있어야 하고, 국내사업자 역차별 방지를 위해 해외 업자 국내대리인 지정 등 역외 적용 한계를 최소화하고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오지영 변호사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게임법은 당초 사행성 아케이드게임 규제를 주된 목적으로 제정된 탓에 기술 발전 등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게임산업의 위상이 커지면서 소비자와 사업자 간 정보비대칭과 소비자 보호 문제가 대두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법은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 개정안은 상당히 반영됐다”며 “신기술의 최전선에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게임의 특성을 다양하게 담을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하면 좋을 듯하다”고 강조했다.

오 변호사는 업계가 전향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부 사업자들은 표시 공개 의무에 대해 부정적인데, 이용자로서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법안”이라며 “구매하는 물건의 주요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설명했다.

게임업계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 강령 개정 전후 비교. 개정 자율규제는 지난해 12월 시행됐다.  / 사진=한국게임산업협회
게임업계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 강령 개정 전후 비교. 개정 자율규제는 지난해 12월 시행됐다. / 사진=한국게임산업협회

이상헌 의원은 오 변호사에게 “그간 자율규제 실태를 보면 확률을 공개해도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워 진실성 조사 수단이 추가로 필요하다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오 변호사는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 특성을 고려하면 자율규제만으로는 신뢰를 담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게임위원회 혹은 적절한 기관이 진실성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업계가 등급분류 취소 사유 추가를 반대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애초에 게임법의 본질은 게임의 부작용을 막는 것”이라며 “게임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패치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추후 사행성을 추가한다면 등급분류를 취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업계가 확률형아이템 확률 정보를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질의했다. 이와 관련해 박 박사는 “공개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다수의 이용자가 피해 입고 있는 상황이 중요하다”며 “기업 이익 추구라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이용자의 알 권리와 공정거래 측면도 살펴야 한다”고 답했다.

박 박사는 또 우리나라 업계의 자율규제가 이용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해외 업계보다 낮은 자율규제 수위도 지적했다.

일본 게임업계는 2016년 강도 높은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희귀 아이템 획득 확률을 최저 1% 한도로 정하고, 일정 비용을 지출하면 특정 아이템을 확정 제공하는 ‘천장’ 시스템 의무화 등이 골자다.

미국 게임유통사들은 자율심의 기관인 ESRB(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Board)를 운영 중이다. 이에 현지 게임유통사들은 등급을 부여받지 않은 게임은 취급하지 않는다.

유 의원은 게임법 전면개정안과 별도로 발의돤 ‘컴플리트 가챠’ 금지 법안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컴플리트 가챠란 ‘이용자가 빙고판 채우듯 퍼즐의 모든 부분을 완성해야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을 뜻하는 외래어다. 2중 확률형 아이템으로도 불린다.

컴플리트 가챠는 이를 최초로 도입한 일본도 지나친 사행성으로 강력하게 제한하는 수익모델이다. 퍼즐의 일부분만 남았을 때 이용자의 지출 욕구가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게임법 개정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 최형두 의원은 아직 국제적인 모범이 되는 규제 사례가 없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김승수 의원은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확률 정보 공개 범위는 구체화해야 한다고 봤다.

한편 게임법 개정은 지난해 여러 게임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확률형아이템’ 논란으로 인해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게임업계는 이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자율규제를 강화해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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