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3시 47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한 고층아파트 신축 현장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최근 광주 주상복합아파트의 붕괴사고에 대해 시공 하자 논란이 확산되면서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후분양 방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파트 후분양은 실수요자의 권익 및 건설사의 주택 완성 기여도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분양가 상승이나 건설사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 섞인 의견도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있는 광주 화정동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의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의 최종 조사 결과 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강행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의 계약·착공일은 2019년 5월 21일이며, 완공 예정일은 오는 11월 30일이었다. 기본도급액은 2,557억원이며, 작년 3분기말 기준 완성공사액은 1,353억원, 계약잔액은 1,205억원으로 공정률은 53%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공동주택 하자 접수 건수는 총 4245건이 접수됐다. 2019년 하자 접수 건수는 4290건으로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가 구성된 200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에 일부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후분양 확대를 통해 부실시공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선분양제는 견본주택을 참고로 아파트를 구매한다. 하지만 후분양은 주택 건설이 일정수준이상 진행된 후 수요자가 직접 주택을 확인하고 분양받는 방식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지난 17일 기자 설명회에서 “SH는 2006년 국내 최초로 아파트를 다 지어놓고 파는 후분양제를 시행했다”면서 “후분양을 하게 되면 광주 아이파크 같은 부실로 인한 문제가 생기지 않고, 공기에 촉박해서 동절기에 무리한 공사를 하지도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후분양제가 이번 아파트 외벽붕괴 사고와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을까. <이코리아>는 건설·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알아봤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1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적어도 소비자가 피해 받는 상황은 후분양시에 생겨나지 않는다”면서 “후분양제도는 부실시공자체를 막는다기 보다 예방효과를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분양제는 소비자의 돈을 미리 당겨 받는 만큼 사업자에게 굉장히 유리하다. 또 부실시공 발생 시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하지만 후분양제가 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건물에 대한 책임 및 완성도 기여가 높아지고 무엇보다 피해를 받는 소비자가 없다는 점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 A는 “사실 후분양제의 장점이 일장일단이 있다. 후분양제라 해도 입주예정단계에서 조망이라든지 마감재 등을 실물로 체감하면서 가치판단을 할 수는 있지만 시공의 오류를 모두 잡아내진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신 이미 분양대금의 잔금을 치른 후 집을 받는 것과 마감을 확인 후 구입을 결정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또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소비자의 권익 수준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가격격차가 양극화될 수 있다. 내 눈에 좋은 건 남들 눈에도 좋을 테니 그만큼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매입해야 된다“고 말했다. 

후분양으로 인해 건설사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재무적으로 부담이라는 주장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제를 시장이 못 받아들이는 데는 금융적인 문제가 크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상태에서 공급해야 하고, 수요자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돈을 준비해야 되니까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후분양제는 건설공사가 전체 공정의 70%에 이른 시점부터 분양자를 모집하는 것인데, 현산의 경우 공정율이 절반 이상을 넘어갔다. 그래서 단지 시공품질만 가지고 따지기에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아파트 외벽붕괴사고는 특이한 케이스”라며 “아직 현장의 최종조사결과보고서가 진행 중이라 확정원인이 나오진 않았지만 품질관리가 안 된건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후분양제로 건축물의 품질확보를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은 너무 단순한 발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광주아파트 붕괴건은 마감공사가 아닌 주요 구조부의 문제였다. 이에 후분양제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접근은 ‘건축물의 품질확보’라는 최종 목표를 획득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후분양제가 적용되더라도 효과는 미미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의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LH공사가 공급한 아파트들에서 발생한 하자는 창호와 가구, 도배와 잡공사의 순으로 발생빈도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부분의 정상시공 여부를 80%의 공정수준에서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또 정비사업조합 등 발주자가 현행보다 증가하는 비용부담을 감수하고 아파트를 짓는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인식변화가 우선이지 후분양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지금은 원리원칙대로 공사를 수행하는데 따른 비용증가가 최우선 핵심사안”이라면서 “현행보다 발주자가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합의되느냐의 문제다. 가령 재개발조합이 경쟁입찰에서 더 높은 공사비를 요구하는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겠느냐, 이런 게 현실적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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