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카카오페이 고평가 및 금융규제 논란으로 두 차례나 상장 일정을 미뤘던 카카오페이가 일반 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상장 후 적정 주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려 신중한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5~26일 진행된 카카오페이 일반 청약은 청약 건수 182만4365건, 청약증거금 5조6609억원, 청약경쟁률 29.6대 1을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카카오페이의 청약 건수는 같은 카카오 계열사로 지난 7월 청약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카카오뱅크(186만 건)와 비슷한 수준이다. 크래프톤 등 대어급 공모주가 흥행에 실패하며 하반기 IPO(기업공개) 시장에 찬바람이 불 것이란 우려가 많았지만, 카카오페이는 카카오게임즈(41만 건)나 SK바이오팜(23만 건) 등 일반 청약 흥행에 성공한 다른 공모주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청약 증거금은 흥행에 성공한 다른 공모주에 비해 다소 낮지만, 이는 이번 일반 청약이 100% 균등배분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청약 수량에 비례해 주식을 배정받는 방식이 아닌 최소 수량(20주, 90만원)만 청약해도 같은 수량을 나눠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굳이 최소 수량 이상을 청약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 일각에서는 100% 균등배분 방식 도입 덕분에 개인투자자의 무리한 ‘영끌’, ‘빚투’를 방지했다며, 카카오페이의 이번 일반 청약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 엇갈리는 카카오페이 평가, 적정주가는? 

다만 청약 흥행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페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아직 카카오페이 적정 주가를 제시한 증권사가 많지는 않집만, 최저 5만7천원에서 최고 11만원으로 격차가 큰 상황이다.

KTB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19일 금융당국의 규제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목표주가를 하향한 바 있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핀테크에 대한 정부의 스탠스가 육성에서 기점으로, 기존 금융 기관과의 형평성 및 동일 규제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카카오페이 적정 기업가치를 기존 12조6000억원에서 7조4000억원으로 하향하고 적정 주가로 5만7천원을 제시했다. 이는 현 공모가인 9만원보다도 낮은 것이다.

반면 금융규제 리스크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단된 서비스(P2P 투자, 보험상품 비교추천)는 2021년 반기 기준 카카오페이 전체 매출액 중 1.2%에 불과하다”며 “카카오페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이어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대출상품 비교판매(16%)는 9월 24일 대출성 상품 대리중개업등록을 완료해 향후 판매가 가능하게 됐고, 펀드상품 중계판매(15%)도 카카오페이증권이 판매하고 카카오페이가 판매하는 것이 아님을 명시하는 UI, UX를 변경함으로서 판매 가능하게 되어 향후 금융플랫폼으로서의 매출 및 밸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공모가 이상의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높은 이용자 충성도와 카카오톡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 및 빅데이터 경쟁력을 이유로 카카오페이의 적정 기업가치를 14.4조원, 적정주가를 11만원으로 제시했다. 

또한 카카오페이는 상장 직후 코스피200 편입 가능성도 높아 패시브 자금 유입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코스피200 특례 편입은 상장 후 15거래일간 평균 시가총액이 코스피 50위 이내이면 가능하다.

27일 현재 코스피 시총 50위는 한온시스템(7조9536억원)으로 카카오페이 주가가 공모가 대비 약 32% 이상 하락하지 않는 한 특례편입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2년 간 일단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위 이내로 상장한 이후 시가총액 요건을 채우지 못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지수편입은 최장 60영업일 이내에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 알리페이, 상장 후 차익실현 나설까?

물론 주가 하락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페이의 1~6개월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70.4%로 2014년 이후 규모가 1조원을 넘는 IPO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2대 주주인 알리페이가 보유한 지분 중 상당수가 상장 직후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변수다. 실제 알리페이 보유 지분 중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 3712만755주(28.47%)과 신주 물량 1360만주(10.44%)를 더하면, 카카오페이 주식의 38.91%를 잠재적인 매도 물량으로 볼 수 있다. 

카카오페이 또한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유통가능 물량으로 인한 주가 하락 위험성을 명시하기도 했다. 만약 기존 주주 물량이 다수 시장에 출회될 경우 오버행 이슈로 인한 주가 하락과 지수편입 실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한편,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와의 파트너십을 고려할 때 상장 직후 지분 매각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장기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 출범 때부터 전략적 투자자이자 장기적 사업파트너”라며 ”단기간에 지분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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