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이 신작을 출시했지만 금융투자업계는 비관적인 하반기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해외 사업 부진 및 엔씨소프트와의 저작권 분쟁 등의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웹젠은 지난 1일 썬 클래식을 출시했다. 썬 클래식은 PC 온라인게임 ‘S.U.N.’의 그래픽과 시스템을 개선한 리부트 버전이다. 아이템, 옵션 등 시스템 전반을 수정해 파밍의 재미를 강조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는 썬 클래식이 웹젠의 실적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원작 게임의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데다, PC게임은 모바일게임 대비 수명은 길지만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게임들도 상황이 좋지 않다. 흥국증권 강석오 연구원은 지난 1일 “전민기적2가 중국 출시 이후 앱스토어 게임부문 매출 순위 5위를 기록했지만, 이후 50위 수준까지 하락해 장기 흥행이 불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전민기적2는 웹젠 대표 IP 뮤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게임이다. 현재는 중국 앱스토어 순위에서 74위까지 내려앉은 상황이다.

IBK투자증권 이승훈 연구원도 지난달 25일 “웹젠은 하반기 신작 및 해외 모멘텀 약화로 투자심리가 약해지는 구간에 진입했다”며 “전민기적2의 매출 하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게임들도 매출이 하락하면서 전체 실적은 둔화될 것”이라며 “중국에서 뮤 IP 기반으로 출시된 게임을 하반기 국내에서 퍼블리싱할 예정이지만,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모멘텀이 약하다”고 덧붙였다.

뮤 아크엔젤이 동남아시아 5개국에서 흥행하는 데 대해서는 “매출 순위 상위권에 진입했지만, 전체 실적에 기여하는 부분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비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와의 저작권 분쟁도 변수다. 엔씨는 리니지M 콘텐츠와 시스템을 웹젠이 모방해 R2M에 적용했다고 판단, 소송을 제기했다고 지난달 21일 밝혔다. 양사는 현재 합의를 논의 중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소송의 결과가 웹젠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판결이나 합의 끝에 웹젠이 일회성 비용이 아닌 로열티를 지불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R2M이 웹젠의 핵심 수익원인 탓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웹젠의 패소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까지 업계에서 리니지 시리즈 모방은 암암리에 이뤄져 왔다. 하지만 엔씨가 패소한다면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될 여지가 높다. 이를 알고도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 미뤄,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해 승소에 자신이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리니지 시리즈가 ‘리니지라이크’라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해 시스템을 차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 같은 논리는 원작자 허가가 앞서지 않으면 통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게임 ‘로그’를 모방한 게임이 잇따라 발매돼 ‘로그라이크’ 장르가 형성됐지만, 1980년과 지금은 저작권에 대한 사회 인식이 다르다. 이에 양사간 법적공방에 업계 전체의 눈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웹젠위드 조합원이 시위에 나선 모습. / 사진=웹젠위드

웹젠은 노사간 갈등에 따른 핵심 인력 유출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웹젠 노동조합 ‘웹젠위드’는 사측이 노조활동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말 사옥 앞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웹젠위드는 사측으로부터 외부 노조 사무실을 제안을 받은 뒤 “IT지회들 중에 회사 외부에 노조 사무실이 있는 경우는 없다”며 “사무실을 준다는 것이 아닌, 어떤 의도인지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웹젠위드 설립 계기는 사측이 R2M과 뮤 아크엔젤 등으로 거둔 성과에 대한 보상 문제였다. 웹젠은 임원들에게는 고액 연봉을 제시했지만, 일반 직원들의 경우 예외였다는 것이다.

한편 웹젠은 지난 1분기 매출 780억 원, 영업이익 373억 원을 달성했다. 각각 전년비 127%, 290% 증가한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는 2분기 매출은 약 30%, 영업이익은 120%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3분기의 경우 역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