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방순미. 간월재.
사진 방순미. 간월재.

 

예까지 와서도 먹고 마시는 일이 걱정이니
내 육신을 부풀리고 있는 것은 걸신인가.

태우면 먼지바람으로만 날릴 것인데
이 몸 이렇게 무거운 것은 
한 생애의 놓지 못하는 쉰내 나는 욕망 때문인가.

뼈를 꺾고 힘줄을 늘려
예까지 오면 
새들은 내 발치 아래로 날으나
나는 하늘의 구름 아래 있을 뿐이네.

산머리 끝에 섰어도
기댈 것은 오직 바람뿐,

오른다는 것은 오르는 사람을 위해 
내려가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니,

굽이굽이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면
내 발자국은 길을 만들었으나
길은 저들의 길만을 받아들일 뿐이네.

이제 내가 저 길을 내려가서야
올랐던 태산의 오름이 비로소 완성된다네.

에베레스트 등반 첫 도전자 영국 산악인 조지 허버트 리 맬러리( George Herbert Leigh Mallory, 1886~1924)는 “에베레스트에 왜 오르냐”는 질문에 그는 “산이 거기 있으니까”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왜 사냐고 물으면 삶이 여기 있으니까”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태어나는 것을 알고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태어날 때 각자의 계획이나 목적이 정해진 것도 아닙니다. 그냥 우리 앞에 삶이 있느니 사는 거겠지요. 이러니 우리의 삶은 아무 방패막이도 없이 세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운영하고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도 져야 합니다. 사람은 ‘혼자의 존재’이기 때문에 타인이 우리의 삶을 도와 줄 수는 있어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 그러니 사는 일은 어렵고 어렵습니다.

산을 오를 때는 힘이 들지만, 산에서 내려올 때는 위험합니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도 그렇겠지만 안도와 방심, 무엇인가 이루었다는 오만함이 뜻하지 않은 조난을 자초하기도 합니다. 내려올 때 더 많은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제 내가 저 길을 내려가서야 / 올랐던 태산의 오름이 비로소 완성된다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