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21일 피카 프로젝트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사진=업비트 홈페이지 갈무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21일 피카 프로젝트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사진=업비트 홈페이지 갈무리

암호화폐 시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코인 발행사와 거래소 간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적용 유예기간을 앞두고 거래소들이 안전성이 의심되는 코인들을 정리하자, 발행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최대 규모 거래소 업비트는 지난 18일 업비트에서 상장 폐지된 암호화폐 피카코인의 발행사 피카 프로젝트와의 분쟁에 휘말렸다. 피카 프로젝트는 지난 20일 블로그를 통해 업비트가 지난 1월 마케팅(에어드랍) 용도로 500만개의 피카 코인(약 2억5000만원 상당)을 요구했으나, 이 중 3%만 마케팅 목적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97%는 고가에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피카 프로젝트의 주장대로라면 업비트는 발행사에 상장 대가를 요구한 셈이 된다.

반면 업비트는 21일 “업비트는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지원 개시 절차를 위해 단일화된 창구로 거래지원 신청을 받아 내부 심사를 거쳐 거래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또한 어떠한 명목으로도 거래지원에 대한 대가를 받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업비트는 이어 “이벤트에 사용하고 남은 잔여 디지털 자산을 일체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매매한 사실이 없다”며 “피카 프로젝트 팀의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카 프로젝트가 제기한 의혹의 진위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거래소와 발행사 간의 이 같은 갈등은 향후에도 계속 확산될 수 있다. 개정 특금법 유예기간 만료일인 9월 24일을 앞두고 거래소들이 소위 ‘잡코인’에 대한 정리작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개정 특금법에 따르면,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만 원화 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만약 거래소 측이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다수의 암호화폐를 계속 유통할 경우, 자칫 은행의 깐깐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업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관계자와 피카 프로젝트 관계자가 지난 1월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자료=피카 프로젝트 공식 블로그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관계자와 피카 프로젝트 관계자가 지난 1월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자료=피카 프로젝트 공식 블로그

업비트는 지난 일주일동안 29개의 코인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거래대금 기준 국내 5위권 거래소인 프로비트는 지난 한 달간 무려 145개의 코인을 원화 마켓에서 상장 폐지했는데, 이는 기존에 프로비트에서 거래되던 코인의 55%에 해당한다. 

갑자기 다수의 암호화폐에 대한 상장 폐지가 진행되다보니 발행사로서는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실제 암호화폐 고머니2의 발행사 애니멀고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상대로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가 지난 16일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하기도 했다. 애니멀고는 지난 3월 5조원 규모의 북미펀드 ‘셀시우스 네트워크’에서 투자를 유치했다고 허위 공시를 올렸다가 업비트에서 퇴출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허술하게 상장 심사 절차를 진행해놓고 뒤늦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고머니2 관련 허위 공시의 경우 별다른 여과 없이 업비트 자체 공시란에 올라왔다. 이후 진위 여부가 문제가 되자 업비트가 애니멀고에 증빙자료를 요청했고, 결국 자료 미제출로 코인 자체가 상장 폐지됐다. 이 기간 동안 고머니2 시세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면서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이후 업비트는 자체 공시란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부실 코인을 걸러내기 위한 법적 근거나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도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다. 거래소나 발행사에 공시 검증을 강제할 수단이 없어,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야 거래소가 유의종목 지정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일부 거래소는 아예 외부 공시 플랫폼에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검증 책임을 피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편 피카 프로젝트는 21일 업비트 공지에 대해 “업비트가 마케팅 물량 이슈로 시끄러워지니 피카의 유통량을 문제삼는다”며 “길고 긴 다툼이 될 것 같다”고 반박했다. 중국 채굴 단속 강화 등의 악재로 암호화폐가 급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잡코인’ 상폐를 둘러싼 거래소와 발행사 간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암호화폐 시장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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