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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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후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국내 주식시장을 강타했던 SK바이오팜 열풍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을 위해 바이오주 물량을 시장에 내놓고 대형 IT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도한 주식은 SK바이오팜이다. 순매도 금액은 총 8351억원으로, 2위인 네이버(5279억원)에 비해 약 3000억원 많은 수치다. 

실제 외국인은 SK바이오팜이 상장된 지난 2일부터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연일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상한가를 기록한 첫 사흘 동안 약 210만주를 시장에 내놓은 외국인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매도세를 지속했고, 7.27%였던 외국인 보유율은 21일 기준 2.42%로 4.85%p 하락했다.

외국인 매도세로 인해 상장 후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던 SK바이오팜의 상승세도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상장 후 사흘째인 지난 7일 한때 27만원 돌파를 눈앞에 뒀던 SK바이오팜은 이후 17~19만원대를 횡보하다 21일 종가 기준 18만5500원을 기록했다. 

계속되는 외국인의 SK바이오팜 매도는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 빠르게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SK바이오팜의 유통 주식은 전체 주식의 13% 수준으로 올해 IPO(기업공개) 최대어임을 고려하면 기대보다 적은 편이다. SK바이오팜의 주가 급등은 기업 가치보다는 수급불균형에 따른 단기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요인은 향후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제품명 수노시)’ 등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 2종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 대박의 배경에도 신약 2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감이 놓여 있다. 

하지만 두 신약의 실적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 출시된 ‘수노시’의 올해 1분기 실적은 192만4000달러(약 2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9.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 시장에서 8400만 달러(약 1024억원)의 매출을 올린 셀트리온의 ‘램시마’나, 1050만 달러(약 126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대웅제약의 ‘주보’에 비하면 아직 실적이 미미한 수준이다. 

SK바이오팜이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직접 판매하는 ‘엑스코프리’의 경우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첫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일각에서는 임상에서 높은 효능을 보인 만큼 높은 실적이 기대된다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지만, ‘수노시’와 마찬가지로 기대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할 경우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SK바이오팜, 삼성바이오로직스(순매도 2699억원) 등 바이오주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은 삼성전자 등 대형 IT주를 중심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순매수 금액은 총 1조653억원이었다. 앞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5월 삼성전자 주식을 7조1050억원 순매도했으나, 6월 들어 4038억원을 사들이며 변화의 조짐을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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