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왼쪽)와 토스의 부동산 담보대출 상품 소개 페이지.
카카오페이(왼쪽)와 토스의 부동산 담보대출 상품 소개 페이지. 사진=카카오페이, 토스 앱 갈무리

카카오페이, 토스 등 대형 핀테크 플랫폼을 기반으로 P2P(개인간 금융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그에 따른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내달 시행될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에도 P2P 상품 판매를 중개하는 대형플랫폼 관련 규제가 모호해 신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간편결제·송금 서비스를 주 기능으로 하는 금융플랫폼이지만, P2P업체와 투자자들을 중개하는 ‘간편투자 서비스’의 기능도 맡고 있다. 토스는 지난 2017년부터 테라펀딩, 어니스트펀드 등과 제휴해 부동산 소액투자 상품을 광고하고 있다.

2018년 말부터 투자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의 경우, 매일 오전 11시에 피플펀드, 테라펀딩, 투게더펀딩 등 P2P업체의 신규 부동산 담보 투자 상품을 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에게 해당 상품들이 짭짤한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신규 상품이 올라온 지 몇 시간 만에 완판되는 상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인지도 높은 대형 핀테크 플랫폼이 P2P 상품 판매를 중개하기 시작하면서, P2P 시장 또한 빠르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P2P 상품을 취급하기 전인 지난 2016년 P2P 시장 규모는 업체 수 27개, 누적 대출액 373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토스와 카카오페이가 투자서비스를 도입하면서 P2P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업체 수 239개, 누적 대출액 8.6조원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두 플랫폼에 대한 P2P업계의 의존도가 높은 만큼, 플랫폼이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입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핀테크 플랫폼을 통한 P2P 상품 중개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금융사고의 책임 소재다. 앞서, P2P업체 테라펀딩에서는 지난 3월 약 30억원 규모의 원금 전액 손실 사태가 발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해당 업체는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인근 근린생활시설 신축사업’에 투자하는 건축자금 대출상품을 판매했으나, 분양임대가 지연되고 공매마저 유찰되면서 투자금 전액을 날리게 됐다. 테라펀딩은 누적 대출액 1위의 P2P업체로 카카오페이와 토스 양쪽에서 모두 부동산 담보 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실제 P2P 투자자 커뮤니티에는 카카오페이, 토스 등 대형 플랫폼의 이름을 보고 투자했다가 상환 지연으로 속을 끓이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빈번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 투자자는 “토스가 추천해주는 줄 알고 B등급 이상으로만 여러 개 상품에 투자했는데 모두 연체됐다. 상품 등급을 대체 누가 매기는 거냐”라며 “남의 돈 날려 먹고 ‘송구하다’ 한 마디로 끝낼 수 있나. 차라리 P2P 안 하는 것이 돈 버는 길”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토스는 자사 투자서비스 카테고리에 부동산 소액투자 상품과 관련한 손실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주의 문구를 명시하고 있다. 사진=토스 앱 갈무리
토스는 자사 투자서비스 카테고리에 부동산 소액투자 상품과 관련한 손실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주의 문구를 명시하고 있다. 사진=토스 앱 갈무리

카카오페이, 토스 등 익숙한 핀테크 브랜드를 믿고 소액투자에 입문하는 청장년층이 늘어나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의 책임 소재는 아직도 모호하다. 내달 시행되는 온투법은 P2P투자 및 대출 계약의 체결 등의 업무를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P2P 금융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카카오페이와 토스의 투자서비스도 중단돼야 한다. 

하지만 두 플랫폼은 자사 앱(App)을 통해 P2P 상품을 광고하고 있을 뿐, 중개업무를 담당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토스 앱의 부동산 소액투자 카테고리에는 “토스는 부동산 소액투자 상품의 설계·심사·평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 않으며, 광고만 게재하고 있으므로 모집 상품과 관련하여 토스는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으므로 투자 판단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주의 문구가 명시돼있다. 

금융당국 또한 현행법으로 플랫폼을 통한 P2P 상품 판매를 규제하기는 어렵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TV 광고를 보고 산 물건에 하자가 있다고 해서 방송국을 제재할 수는 없다는 것.

하지만 온투법 시행을 앞두고 P2P 업계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중개 역할을 하는 대형 플랫폼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자칫 또 다른 금융사고의 가능성을 방관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실제 P2P 플랫폼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P2P 업계의 평균 연체율은 13일 기준 16.6% 지난해 말 11%에서 약 5%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P2P 시장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투자자들에게는 카카오페이, 토스와 같은 대형 플랫폼에 대한 높은 신뢰도가 이들이 홍보하는 P2P 상품에 대한 신뢰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P2P 상품 판매와 관련해 플랫폼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민섭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열린 ‘P2P금융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최근 토스, 카카오 등의 플랫폼을 통해 청약을 받는 것은 P2P 본연의 업무를 위탁하는 것으로 제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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