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심층 진단①] 규제완화 5년만에 잇단 대형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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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심층 진단①] 규제완화 5년만에 잇단 대형사고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7.09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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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위원회가 처음으로 열리는 6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 배상) 결정 촉구 금감원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금융정의연대 회원들과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6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 배상) 결정 촉구 금감원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금융정의연대 회원들과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DLF 사태를 비롯해,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각종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수조원 규모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사실상 2015년 규제 완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문제의 핵심 원인인 사모펀드 ‘쪼개기’를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복층·순환식 사모펀드 쪼개기, 피해 눈덩이

사모펀드 쪼개기는 실질적으로는 공모펀드에 해당하는 상품을 49인 이하의 사모펀드로 잘게 쪼개서 공모펀드에 적용되는 규제를 회피하는 수법이다. 사실상 동일한 상품을 여러 개의 상품으로 나눠 파는 것이기 때문에 ‘시리즈 펀드’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펀드를 쪼개는 이유는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에 적용되는 규제의 차이 때문이다. 50인 이상의 불특정 일반인을 대상으로 투자를 권유하는 공모펀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분산투자 등 자산운용 규제, 투자설명서 설명·교부 의무, 외부 감사 등의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또한 펀드자산의 10% 이상을 동일 종목에 투자하거나 동일 회사가 발행한 주식의 20% 이상을 매입할 수 없으며, 정기적으로 운용보고서를 공시해야 하는 의무도 주어진다. 

반면, 사모펀드는 49인 이하의 소수 투자자를 비공개로 모집하기 때문에 공모펀드와 달리 투자 대상이나 비중의 제한이 없고 공시의무도 부과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근 문제가 된 다수의 자산운용사들은 공모펀드를 49인 이하의 사모펀드로 쪼개서 다른 상품인 것처럼 판매해 규제를 회피했다.

실제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4개의 모(母)펀드는 무려 173개의 자(子)·손(孫)펀드로 잘게 쪼개져 판매됐다. 규제 회피라는 이점은 누리면서 수백명을 투자자를 모집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하나의 펀드를 여러 개로 쪼개는 과정에서 복층·순환식 투자구조라는 복잡한 수법이 동원됐다는 것이다. 펀드 구조를 여러 개의 층으로 나눠 하위 펀드부터 최상위 펀드까지 다층으로 투자하거나, 다층으로 투자하면서 상위 펀드가 다시 하위 펀드에 순환하는 복잡한 투자방식을 통해 사실상 같은 펀드임에도 금융당국과 투자자들의 눈을 속일 수 있었던 것. 이러한 복잡한 투자방식은 펀드의 운용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특정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다른 펀드로 전이될 위험도 크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 사태의 뿌리는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처럼 손쉽게 규제를 회피할 수 있음에도 당국이 사모펀드 쪼개기에 대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것은 현행법의 한계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2월 “상호 출자나 출자 총액을 제한하는 규정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공모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복잡한 복층 투자구조는 공정거래법에서도 정의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규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 당시 발표된 금융위의 사모펀드 제도 개선 방향에는 복층 투자구조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못했다. 

또 다른 이유는 2015년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자격 미달의 운용사들이 대거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는 점이다. 당시 금융위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투자최저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운용사 인가제를 등록제로 완화해 사업계획에 대한 타당성 심사 없이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사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모펀드 운용 전문인력 또한 2년 간의 금융투자상품 운용 경력을 충족해야 했지만, 금융사 근무 경력 3년 이상으로 완화됐다. 

이처럼 규제가 완화되자 2015년 200조원 수준이었던 사모펀드 시장 규모는 2019년 416조원으로 두배 이상 확대됐고, 운용사 수 또한 93곳에서 292곳으로 급증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비책 없이 시장만 커진 상황에서 자격 미달의 중소형 운용사가 급격하게 유입되면서,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성행하게 됐다는 것. 이처럼 사모펀드 쪼개기의 뿌리에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초래한 사모펀드 시장의 내실 없는 성장이 놓여 있다. 

◇ 금융당국, '쪼개기' 규제 대책은?

사모펀드 쪼개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금융당국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사모펀드 쪼개기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을 입법 예고했다. 

이번 예고안의 핵심은 라임 사태와 같은 복층·순환식 투자구조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여러 개의 자 펀드가 모펀드의 30% 이상을 투자한 경우, 해당 자펀드의 투자자 수를 모펀드에 합산하도록 했다. 이 경우 모펀드를 49인 이하의 자·손펀드로 쪼개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자사 펀드, 또는 타사 펀드를 활용한 상호 순환투자 ▲펀드자금 투자를 조건으로 투자 상대방에게 펀드 가입을 강요하는 ‘꺾기’ 행위 ▲1인 펀드 금지 규제 회피를 위해 자사 또는 타사 펀드를 해당 펀드의 수익자로 참여시키는 행위 등도 금지됐다. 또한, 운용사가 투자설명자료와 다르게 펀드 자산을 운용하면 불건전 영업행위로 판단해 제재하고, 반기마다 제출하던 영업보고서도 분기마다 제출하도록 했다. 보고서에는  파생상품 매매, 금전 차입 등 레버리지 현황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위험평가액도 기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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