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가 종료된 15일 서울 광진구 동국대사범대부속여자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가 종료된 15일 서울 광진구 동국대사범대부속여자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시민당이 21대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확보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차지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정당과 제3정당을 노리는 군소정당들은 초라한 성적을 냈다.

◇ 與, 수도권 압승, 영·호남 지역주의 뚜렷

전국 개표율 99.9%를 기록한 16일 오전 10시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각각 지역구 163석, 비례 17석 등 총 180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정권심판을 내건 미래통합당과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은 각각 84석, 19석 등 총 101석으로 개헌 저지선을 간신히 확보하는데 그쳤다.

시민당과 한국당의 정당득표율은 각각 33.35%, 33.84%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지역구에서는 민주당이 강남3구와 영남, 강원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뚜렷한 우위를 보였다. 반면, 한국당은 의석의 비중이 가장 큰 수도권 승부에서 참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 서울(49석), 인천(13석), 경기(59석) 등 3개 지역의 총 의석 수는 121석으로 전체 지역구 의석(253석) 중 47.8%를 차지한다. 세 지역에서 한국당이 건진 의석은 서울 8석, 인천 1석, 경기 7석 등 16석으로 겨우 13.2%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확보한 35석(28.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영·호남은 지난 총선에 비해 투표 성향의 차이가 좀 더 뚜렷해졌다. 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부산 5석, 경남 3석, 대구 1석 등 총 9개의 지역구 의석을 차지했지만,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부산 3석, 경남 3석, 울산 1석 등 7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통합당은 지난 총선에서 전북·전남에서 각각 1석씩 총 2석을 차지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호남에서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다만 정당투표로 보면 민주당이 영남에서 지난 총선보다 소폭 상승한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통합당은 호남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실패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 민주당은 부산(26.64%→28.42%), 경남(24.35%→25.59%), 경북(12.89%→16.14%), 울산 (22.76%→26.76%) 등 대구(16.30%→16.23%)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지역에서 모두 지난 총선보다 높은 성적표를 받게 됐다. 반면, 통합당은 전북(7.55%→5.73%), 전남(5.65%→4.18%) 모두 득표율이 감소하며 저변을 확대하는데 실패했다. 

◇ 무너진 제3정당의 꿈

한편, 정의당·민생당·국민의당 등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의석(20석) 확보를 목표로 출사표를 던진 정당들은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기대보다 못한 성적을 기록하게 됐다.

정의당은 지역구에서 심상정 대표만이 살아남은 가운데 비례 5석을 확보해 지난 20대 총선과 같은 결과를 기록했다. 정당득표율은 9.66%로 지난 총선(7.23%)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두 자릿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안철수 대표의 복귀로 관심을 모은 국민의당도 비례 3석을 확보하는데 그치며 오렌지색 돌풍을 일으키는 데 실패했다.

민생당 또한 호남에서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한 데다, 비례득표율도 2.7%에 그쳐 단 한 개의 의석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국민의당이 지난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25석, 비례 13석을 확보하며 녹색 돌풍을 일으킨 것에 비하면 10분의 1로 당세가 축소된 셈이다. 

◇ 민심은 ‘정권심판’보다 ‘국정안정’

여당의 완승으로 끝난 이번 총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을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여당 압승의 첫 번째 원인은 코로나19 문제다. 정부가 대책을 잘 세우고 대응을 잘했기 때문에 (야당의) 정권심판론이라는 전략을 눌러버렸다”라며 “여당 승리의 일등 공신은 대통령과 정부”라고 설명했다. 

‘정권심판’을 내세운 통합당의 전략적 실패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미래통합당의 선거 캠페인은 너무나 엽기적인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것의 영향도 있었다”며 “차명진 후보의 막말 논란 등에 대해 대응을 못한 것이 막판 변수가 됐다”고 지적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 또한 이날 YTN에 출연해 리더십과 공천과정, 대안 부재를 통합탕 참패의 원인으로 꼽으며 “어쩌면 (통합당이) 바이러스에 기댄 선거를 했던 것은 아닌가. 대안과 콘텐츠와 비전을 못 내고 부정적인 메시지만 전달하다 보니 야당에 대한 국민 신뢰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유권자들이 정권심판보다 국정 안정을 선택했다고 이번 총선을 평가했다. 그는 이날 YTN을 통해 “유권자들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는 일단 유보하고 코로나 사태를 빨리 진정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집권 여당이 (코로나19 사태를) 잘 수습하고 있으니 이쪽에 힘을 실어주자고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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