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100만명에게 무료 코로나19 검사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가, 강한 비판 여론이 직면했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100만명에게 무료 코로나19 검사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가, 강한 비판 여론이 직면했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100만명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기회를 무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가 오히려 여론의 역풍에 부딪혔다. 

일본 정부의 지나치게 소극적인 코로나19 검사 방침이 전문가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공격적인 검사를 전개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여론은 오히려 현 정부의 방침을 지지하고 있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1일 의료계와 여론의 간극을 보여주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이후 3년 만에 “오랜만의 트윗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상황을 걱정하고 있습니다”라며 트위터 활동을 재개했다. 손 회장은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불안한 사람들에게 간이 유전자 검사(PCR) 기회를 무료로 제공하고 싶다”며 “우선 100만 명분. 신청 방법 등은 지금부터 준비”라는 트윗을 올렸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손 회장의 기대와 전혀 달랐다. 해당 트윗에는 “그만하고 그냥 마스크나 만들어달라”, “병상도 부족한 상황에서 검사를 남발하는 것은 자제하라”, “독단적인 행동이 의료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화제를 만들어 주가라도 올리려는 수작이냐” 등 부정적인 댓글이 무수히 달렸다. 선의로 무료 코로나19 검사를 제안했다가 뜻밖의 비판여론에 직면한 손 회장은 곧 “검사받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어서 제안했는데, 평판이 나쁘니 그만둘까”라는 트윗을 올려 실망감을 드러냈다.

손 회장의 무료 검사 제안에 대한 일본 여론의 반응은 소극적 검사 방침이 단순히 일본 정부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 손 회장의 트윗에는 “이탈리아나 한국의 공황상태를 보면 안이한 검사는 오히려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중보건정책은 사망자 수로 평가받는 것이다. 검사를 억제한 일본의 사망자 수가 적고 대담하게 검사한 국가의 의료가 붕괴된 현실을 냉정히 판단하라”는 구체적인 반박이 다수 달려있다. 즉, 정부뿐만 아니라 여론 또한 코로나19 검사 확대가 오히려 방역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

국가별 코로나190 누적 확진자 수 추이. 아래쪽 파란 점선이 일본. 자료=도이치방크
국가별 코로나190 누적 확진자 수 추이. 아래쪽 파란 점선이 일본. 자료=도이치방크

문제는 이러한 일본 정부·여론의 주장이 의료전문가들의 지적과는 상반된다는 점이다. 의료거버넌스 연구소의 가미 마사히로(上昌廣) 소장은 지난 10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공청회에서 “검사는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해 필수적인 초동 조처”라며 “세계에서 이렇게까지 (검사를) 받지 않는 나라는 일본뿐”이라고 정부의 방역대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가미 소장은 이어 “한국을 보라. 감염자가 매우 많지만 치사율은 높지 않다”며 “전 세계에서 한 나라(한국)만 특별하다. 유전자 검사를 매우 많이 하고 있다”고 한국과 같은 공격적 검사를 촉구했다.

니시우라 히로시(西浦博) 홋카이도 대학 교수 또한 지난 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코로나19 확산 추세는 발원지인 중국 우한시와 유사하다”며 “실제 확진자 수는 통계치의 10배가 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사자 수가 적기 때문에 확진자 수도 실제보다 축소됐을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의료전문가들의 주장은 국가별로 누적 확진자 수 추이를 비교해보면 간접적으로 입증된다.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이탈리아, 이란 등 초기에 코로나19가 퍼진 국가의 경우 확진자 수 증가 추이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일본의 경우 다른 국가들과 달리 확연하게 완만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12일 일본의 특이한 누적 확진자 수 추이에 대해 “확산세가 둔화한 것인지, 단순히 검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손 회장은 무료 검사 제안을 철회한다는 트윗을 마지막으로 더는 트위터에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 일부 일본 누리꾼들은 무료 검사를 부탁한다며 손 회장을 지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댓글은 무료 검사가 의료 붕괴로 이어진다는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인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일본의 누적 확진자 그래프의 기울기가 크게 변할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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