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찰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16개의 새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하면서, 1단계 무역합의에 따른 관세 인하 조치가 무색하게 양국 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 검찰은 화웨이에 대해 ‘리코(RICO, Racketeer Influenced and Corrupt Organizations Act)법’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들이대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 연방검찰은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화웨이 및 화웨이의 미국 내 자회사들이 리코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공소장을 제출했다.

1970년 도입된 리코법은 지시와 실행이 분리돼 적발하기는 어렵지만 사회적 피해가 큰 조직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 법은 범죄집단이 스스로 자신의 적법성을 입증하도록 하고, 만약 적법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정부가 부당이득을 모두 몰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직접적 손해를 본 사람이 손실액의 3배 이상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두어, 피해자의 소송을 독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한국형 리코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돼 여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당초 마피아 등 범죄조직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법안이지만 이후 기업의 담합범죄나 공직자의 부패범죄 등을 처벌하는 데도 요긴하게 사용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99년 미 법무부가 주요 담배회사들이 흡연의 유해성에 대해 대중을 기만했다며 리코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을 맡은 글래디스 케슬러 워싱턴 D.C. 연방지법 판사는 소송 제기 후 7년이 지난 2006년, 1683쪽의 의견서와 함께 “담배회사들은 50년간 담배 소비자들을 포함한 대중을 기만해 리코법을 위반했다”며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다. 담배회사들이 곧바로 항소를 제기했으나 2009년 항소법원이 케슬러 판사의 판결을 지지하면서 결국 담배회사들의 패배로 마무리됐다.

화웨이에 대해 조직범죄에 적용되는 리코법을 무기로 내세운 것은 미국 검찰이 한층 공격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IT전문매체 기즈모도는 “리코법 위반 혐의는 화웨이와 다른 기업들이 범죄집단으로서 조직적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발견될 경우 엄청난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본지 자체 조사에 따르면 연방정부가 화웨이 같은 거대 기업에 리코법을 적용한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줄리안 쿠 호프스트라대 법학과 교수는 기즈모도와의 인터뷰에서 “(리코법 위반 혐의 적용은) 화웨이가 ‘종종 법을 위반하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기업’이 아닌 범죄집단이라는 혐의를 제기함으로서 기소를 극적으로 강화한 것”이라며 “리코법 위반은 화웨이에 적용된 모든 혐의들이 불법적 행위를 통해 수익을 올리려는 더 큰 계획의 일부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리코법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통해 화웨이에 대한 압박을 강화함으로서 2차 무역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넓은 의미에서 (미 검찰의 화웨이 추가 기소는) 미국·중국 간의 지속적인 긴장을 보여주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로) 독일과 영국 등 다른 국가들도 더욱 까다로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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