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에콜로지센터에서 실시한 2011-2012년도 자동차 제조사 및 모델 상대평가자료를 보면 현대-기아차가 2.27등급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래픽=이재훈기자 jhlee@ekoreanews.co.kr)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생산하는 차량에서 배출되는 인체 유해물질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미국 에콜로지센터 자료에 따르면 900여 차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해도 평가에서 현대ㆍ기아차는 '새차증후군' 위험이 높은 차량을 가장 많이 생산한 제조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새차증후군이란 내장재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자재와 페인트, 접착제가 실내 환경을 오염시켜 차를 탈 때마다 두통, 구토, 메스꺼움 등의 신체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차량 내부에는 270여 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사용되는데, 여기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은 인체에서 선천적결손증·기억력 장애·갑상선 질환·암과 같은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롬과 염소, 납을 비롯한 기타 중금속을 기준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 현대ㆍ기아차는 최근 2년간 인체 유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차종을 가장 많이 생산한 제조사로 꼽혔다.

2011-2012년도 상대평가에서 현대 '엑센트'와 기아 '소울'은 각각 2.98, 3.11 등급으로 최하위 10개 차종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도표 참조).

등급은 0에서 5까지의 소수점 둘째자리까지의 숫자로 표시되며, 5에 가까울수록 위험도가 높은 모델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 '투싼'과 기아 '리오'는 각각 4.11, 4.17 등급을 기록해 다른 차종에 비해 새차증후군 위험성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판매되는 쉐보레 '말리부'가 1.38, 혼다 'CR-V'가 1.16 등급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유독물질은 BFR(브롬화난염제)과 PVC(염화비닐수지)다.

화재 예방을 위한 방염재로 사용되는 BFR은 기억력 장애와 갑상선 질환, 생식능력 저하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신종유해물질로 분류돼 있다.

PVC는 플라스틱의 주성분으로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성장과 면역 활동을 방해하고 간·신장 등의 장기와 고환·난소 등의 생식기에 문제를 일으킨다.

BFR과 PVC는 인체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폐차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과 금속은 주변 토양과 하수를 오염시키며 소각 시에는 유독성 화학물이 대기 중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동일한 평가에서 혼다 '시빅'의 경우 유해물질인 BFR와 PVC 및 기타 중금속의 사용을 최소화해 '가장 건강한 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새차증후군 위험도 조사 결과와 관련해 현재 해당 제조사에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K모 관계자는 "해외에서 실시된 연구라 상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현재까지 확실시된 대응책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신규제작자동차의 실내공기질 관리 기준 역시 해외에 비해 느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운전자 이모(54)씨는 "요즘 국산 자동차의 품질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새차증후군 논란까지 불거져 소비자 입장에서 불안하다"며 "정부가 국내 자동차업체 보호를 이유로 운전자들의 건강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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