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7월 고용동향이 발표된 이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한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고용지표 개선이 지지부진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7월 취업자는 2708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증가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15~64세 고용률은 0.2%p 하락한 반면, 실업률은 3.7%로 0.3%p 상승했다. 7월 실업자 수 또한 103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만1000명(8.4%) 늘었다.

◇ 야권, 소득주도 성장론 맹비난

예상보다 침체된 수준의 고용통계가 발표되자 야권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한 거센 반론이 이어지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청와대와 정부가 드디어 ‘아무 말 대잔치’에 빠져들고 있다”며 거칠게 비판했다. 특히 소득주도성장론의 핵심인사로 꼽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국민들이 정책성과를 체감하고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확신하는지 밑도 끝도 없는 맹신은 그만 접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 또한 지난 20일 논평을 통해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 “새로운 생산과 새로운 고용이 없는 고용쇼크 유발책”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최저임금을 올려준다, 기업의 법인세를 올리고, 샐러리맨들의 세금을 더 많이 걷는다. 이것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것”이라며 “생산 없는 소득주도 성장은 인플레만 조장하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 제기

전문가들은 내수시장이 위축된 상태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을 추진한 것이 역효과를 불러왔다며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산업별로는 제조업 및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직업별로는 기능원,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 판매원, 단순노무, 지위별로는 일용직 및 임시직 등에서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항목들이다.

이 때문에 경영계를 중심으로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경영계는 지난 20일 열린 ‘고용노동현안 경영계 간담회’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호소하며, 인상 속도 조절 및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일자리 창출 문제는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규제혁신을 과감히 추진해야 하고, 기업의 사기와 투자심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내에서도 속도조절에 대한 필요성은 여러 차례 제기돼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2일 “일부 업종과 연령층의 고용 부진에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있다”며 정책 추진에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고용 부진은 구조적 문제, 반론도

반면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고용 부진의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1일 SBS라디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최근의 고용 침체는 일시적이 현상이 아닌 장기적인 제조업 경기 하강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30~40대 일자리 감소 현상를 설명하며 “출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까 제조업의 구조조정은 자꾸만 지연시키는 방향으로, 연명하는 식으로 그 동안 대응해왔다. 그게 한계 상황에 봉착하면서 봇물 터지듯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서도 “고용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최근만 하더라도 7~8만 개씩 증가하고 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자기 가족 노동력을 가지고 하는 자영업자 같은 경우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이라며 “2003년부터 진행돼왔고 지난 10년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임시직 일자리도 2016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현재의 고용 부진을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 여, “소득주도 성장정책 계속 추진”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효과를 단기간에 판단할 수 없다며, 지속적인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홍익표 정책위수석부의장은 이날 YTN 인터뷰에서 “보수 정권 10년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양극화가 너무 심화됐다”며 “양극화가 심화되면 전반적으로 경제 성장의 동력이 상실되고, 소비나 투자가 침체되면서 고용도 약화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 위주의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가 실패한 이상, 소득분배를 통한 체질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것. 홍 부의장은 “경제의 구조 전환이 이루어지고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제의 큰 축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다소 진통이 있다”며 “정책 효과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권을 놓고 경쟁 중인 이해찬·김진표·송영길 후보 등 3인도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20일 YTN 인터뷰에서 “임금을 올리고 소비까지 가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오늘 투입한다고 내일 나타나는 게 아니다”라며 “소득주도 성장을 지속해가면서 혁신성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 또한 보완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고용 쇼크가 온 것은 아닌 것 같다. 소득주도성장 속성상 효과가 나올 때까지 3년 걸리니까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 후보도 마찬가지로 “정부 경제 정책의 3대 축인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여당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믿음은 확고하다. 하지만 부진한 고용지표와 이어진 논란 속에서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 정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오는 23일 발표될 2분기 가계소득동향마저 부진한 수치가 나온다면 소득주도 성장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첫 예산안 통과 후 8개월간 유지해온 방향타를 고쳐 잡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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