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청와대가 일자리수석과 경제수석을 교체하며 경제라인 혁신을 단행한 반면,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유임을 결정했다. 소득주도·혁신성장의 핵심 축인 두 인사의 유임을 두고 청와대 의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靑, 경제지표 악화에 일자리·경제수석 교체 결단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6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 및 비서관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며 “일자리수석에는 정태호 대통령 비서실 정책기획비서관, 경제수석에는 윤종원 주 OECD 대사”를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이어 “문재인 정부 출범 2기를 맞아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실행함으로써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실 수 있는 성과를 신속하게 도출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인사 취지를 설명했다.

청와대 설명과는 달리 이번 경제라인 교체를 두고 문재인 정부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의 성과가 부진한 것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고용·소득지표가 악화일로에 들어서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40%(1, 2분위)의 소득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기록했으며, 하위 20% 대비 상위 20%의 소득(5분위 배율)도 5.95배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올해 취업자 증가세도 떨어지는 추세다. 올해 1~5월 월 평균 취업자 증가는 14만9000명으로 지난해(31만600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소득분배와 일자리창출이 모두 뒷걸음질을 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든 청와대가 홍장표 경제수석과 반장식 일자리수석을 교체해 책임을 묻고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김동연 유임, 혁신성장 힘실어주기?

반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총책임자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소득주도성장론의 핵심인사인 장하성 정책실장은 유임이 결정됐다. 만약 부진한 소득·고용지표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 김 부총리와 장 실장도 예외가 될 수 없지만, 재신임을 선택한 청와대의 의중에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 부총리의 경우 교체를 위해서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 청와대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북미회담에 이어 지방선거 압승으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상황에서 섣불리 신임 경제부총리를 물색하다, 청문회 정국으로 돌입해 야권과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김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내에서 야권의 반발이 적었던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 6월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은 당시 김상조·강경화·김이수 등 주요 후보자들을 모두 반대하면서도 김 부총리에 대해서만큼은 “국민 눈높이에서 자격 되는 분들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찬성 의견을 낸 바 있다. 만약 청와대가 김 부총리를 교체하려고 한다 해도, 김 부총리만큼 야권의 지지를 받을만한 후보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번 경제라인 교체로 김 부총리의 ‘혁신성장’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에 대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혀, 불화설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정책의 브레인인 홍장표 경제수석의 빈자리를 기재부 출신의 윤종원 신임 수석으로 채우면서 김 부총리에게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총리의 행시 1회 후배인 윤 신임 수석(행시 27회)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 장하성 유임, 소득주도성장정책 지속

장하성 정책실장 유임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제수석이 교체된 상황에서 장 실장까지 물러날 경우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 게다가 핵심 경제정책을 취임 1년 만에 포기할 경우 노동계, 청년층 등 이를 응원해온 지지층으로부터 반발을 살 수 있다.

또한 이전부터 계속된 가계부채 문제, 제조업 하향세 등 경제지표 악화의 여러 원인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소득주도성장에 모든 책임을 묻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장 실장 또한 지난 20일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지표가 악화됐다는 지적에 “고용지표가 나쁘게 나온 이유를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며 “종합적인 요인을 분석해야지 어느 하나 때문에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이번 인사교체가 장 실장 중심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 관료 출신 윤 신임 수석 임명이 단순히 혁신성장 힘실어주기만은 아니라는 것. 윤 수석은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두로 중용된 인물로, 소득분배와 삶의 질 향상을 중시하는 포용적 성장론자로 평가받고 있다.

윤 수석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계화, 기술혁신으로 경제효율이 높아지고 총량적인 성장 혜택이 늘어났지만 소득과 기회의 불평등 또한 커지고 있다”며 “성장 혜택이 저소득층에게까지 공평하게 나눠지고 삶의 질 개선으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수석의 임명이 소득주도성장정책에 추진력을 불어넣기 위한 수로 읽히는 이유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