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욱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 국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담배경고그림 교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두고 보건복지부와 담배회사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복지부가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흡연 위험성을 경고하는 그림을 표기하기로 결정하자, 담배회사들은 유해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담뱃값에 표기된 기존 경고그림·문구를 교체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자담배 또한 경고그림 수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자담배의 경고그림은 ‘흑백 주사기 그림’으로 일반 담배에 비해 경고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니코틴 중독 유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내용의 그림을,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발암 위험성을 경고하는 그림을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에 새로 들어갈 경고그림 시안에는 흡연으로 인해 암에 걸린 환자의 장기 등이 그대로 노출돼 시각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의 이번 결정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빠른 성장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해물질이 적게 나온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존 흡연자들이 금연을 선택하기보다는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 궐련형 전자담배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담배반출량 기준 2017년 3%에서 올해 2월 8.6%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복지부 결정에 대해 담배 업계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담배협회는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그림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유해성 논란이 진행 중이므로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그림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보건복지부는 과학적 근거와 상관없이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그림 시안을 암세포 사진으로 성급히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담배협회는 이어 복지부 결정이 업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밀실 결정”이라고 비난하며 이번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그림(왼쪽)과 복지부가 발표한 새로운 경고그림(오른쪽). <사진=보건복지부>

하지만 복지부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출물에서도 여전히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참고한 여러 해외 연구자료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는 포름알데히드, 아크롤레인, 벤조피렌, 벤즈안트란센, 피렌 등의 발암물질이 배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연구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일반담배 대비 포름알데히드는 74%, 아크롤레인은 82%가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회사 내부 조사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회사들은 찌는 형태의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기가 나지 않아 타르 성분이 없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필립모리스사 자체 연구자료에 따르면 전자담배 ‘아이코스’에 포함된 타르 배출량은 개비당 4.71mg으로 일반담배의 8.64mg에 비해 54.5% 수준이다. ISO시험법으로 검사한 결과는 오히려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배출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왔다.

학계에서는 궐련형전자담배가 일반담배에 비해 유해물질을 적게 배출된다고 해서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연구진이 흡연량을 절반 이하로 줄인 흡연자 2만 명을 3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폐암발병률은 감소했지만 사망률은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는 유해물질의 양과 유해성은 선형적 관계가 아니라며, 유해물질 감소를 강조하는 담배회사의 마케팅 활동에 대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권준욱 건강정책국장은 “‘덜 해로운 담배’ 로 오인되어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폐해를 국민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경고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며 이번 대책의 취지를 밝혔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성장으로 인해 흡연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의 결단이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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