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홍대 몰카 사건을 두고 여성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홍대 몰카 사건의 피해자가 남성이라 범인이 빨리 잡혔다며 ‘편파 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의 청원이 사흘 만에 무려 31만명 이상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청원인은 “피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고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재빠른 수사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라며 피해자의 성별을 기반으로 편파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이어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수사를 달리 하는 국가에서는 남성 역시 안전하지 않습니다”라며 “누구나 범죄를 저질렀다면 벌을 받고 누구나 피해자가 되었다면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을 절실히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이 기대 이상의 높은 호응을 얻자 온라인커뮤니티에서도 성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 누리꾼들이 해당 청원에 참여를 호소하고 있는 반면, 남성 누리꾼들은 편파논란은 억측일 뿐이라며 반박에 나서고 있다.

성별 편파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도 빠른 해명에 나섰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피의자 성별에 따라 속도를 늦추거나 빨리하거나, 공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편파 의혹을 일축했다. 수사속도가 빨랐던 이유에 대해서도 “이번 사건은 범행 장소가 미대 교실이고 (수업에) 참여했던 사람으로 (대상이) 특정됐다”며 “용의자들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는 과정에서 (피의자가) 최근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 경찰의 몰카범죄 검거율은 97%

그렇다면 과연 청원인의 주장대로 경찰이 여성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몰카 수사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것일까? <이코리아>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6년간 벌어진 몰카 범죄에 대한 검거율을 알아봤다.

경찰청범죄통계에 따르면 2016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14조 (카메라등이용촬영) 위반 범죄 발생 건수는 총 5170건. 이중 검거건수는 4891건으로 약 94.6%다. 2011년 87.6% 수준이었던 검거율은 이후 점차 상승해 2015년에는 약 97.6%를 기록할 정도로 수사 성과가 좋다.

2011~2016년 국내 몰카 범죄 검거 현황. <자료=경찰청>

실제로 우리나라의 강력범죄에 대한 검거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2016년 형법범죄 검거율은 78.5%이지만 강력범죄 검거율은 96.1%, 그중 성폭력범죄는 96.0%다. 성폭력범죄의 가해자가 대부분 남성이고 피해자가 여성임을 고려하면 경찰이 편파수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애초에 경찰이 피해자 성별에 따라 편파수사를 할 정도라면 95% 이상의 높은 검거율을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청원인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검거율을 향상시켜온 경찰은 칭찬을 들어야 할 입장에 가깝다.

또한 홍대 몰카 사건에 대한 높은 관심은 편파수사때문이 아닌 사건의 특이성에 기인한다. 애초에 몰카범죄 가해자의 약 97%는 남성인 반면, 이번 사건은 여성이 남성의 누드를 몰래 촬영한 특이 사례다. 게다가 유명 대학의 수업시간에 동료모델에 의해 벌어진 범죄라는 점에서 언론과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 여성이 홍대 몰카 사건에 분노하는 이유

하지만 경찰의 높은 검거실적이 국민청원에 동참한 여성들의 불안을 간과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편파수사’에 대한 의혹은 근거가 부족하더라도, 경찰통계가 보여주는 몰카 범죄 현황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2011년 1535건이었던 몰카 범죄는 2015년 7615건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급증하는 몰카 범죄에 경찰 수사력이 집중돼 검거율이 높아지면서 2016년에는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몰카 범죄가 타 범죄에 비해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증가 추세를 보인다는 점은 확실하다.

2011~2016년 몰카 범죄 발생 빈도. <자료=경찰청>

검거인원 중 남성의 비율이 매년 약 97% 수준에서 변동이 없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비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특정 성별에게 잠재적 피해에 대한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몰카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체감이 극명하게 다른 이유다.

검거에 쉽게 성공하더라도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약하다면 몰카 범죄 근절의 효과가 없을 수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2년 10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몰카 범죄 216건의 1심 선고형량을 분석한 결과 벌금형이 68%로 가장 많았으며 집행유예 17%, 실형 9%, 선고유예 5%의 순이었다. 벌금형 중에서도 300만원 이하가 77%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낮은 처벌 수위는 몰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게다가 1심 선고에 불복해 검사가 항소한 경우는 쌍방 포함 11건(5%)에 불과해 2심에서 처벌이 강화되는 경우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몰카 범죄에 대한 1심 선고 현황. <자료=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법 자체의 모호성에 대한 비판도 지적되고 있다. 현행법 상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경우를 구성요건으로 한다. 문제는 모호한 기준 때문에 동일 가해자가 동일 피해자를 대상으로 촬영한 사진도 일부는 유죄, 일부는 무죄로 판결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 엉덩이나 허벅지가 부각된 사진은 유죄이지만, 전체적인 뒷모습을 찍은 사진은 무죄로 처리되는 식이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전윤경 검사는 2016년 발표한 논문에서 현행 법에 대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를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상적인 몰카 범죄의 위험에 둘러쌓여 있는데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미미한 상황에서 여성들이 몰카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통계자료로 볼 때 경찰에 대한 편파수사 의혹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국민청원에 대한 높은 참여율을 단순히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넘기는 것은, 오히려 여성들이 안고 있는 일상적 불안을 무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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