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진 드래곤스

록밴드 이매진 드래곤스(Imagine Dragons)의 2012년 히트곡 'It's Time'(빌보드 팝 싱글차트 15위)은 젊은이들에게 두 가지 다른 외침을 쏟아내는 곡이다. 첫째는 과감히 꿈에 도전하란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더라도 성공의 열매에 도취돼 자신의 출신성분을 잊거나 검소한 삶을 저버려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It's Time'의 작사/작곡자인 댄 레이놀즈(Dan Reynolds)는 미국 서부에서 가장 반짝이는 밤을 자랑하는 도시 라스베가스 출신이다. 이 곡에서 “This city never sleeps at night.”(이 도시는 절대 밤에 잠드는 법이 없잖아.)는 바로 그 휘황찬란한 카지노의 천국 라스베가스를 말한다.

레이놀즈는 십대 후반 무려 2년 간 학업을 접고 선교활동을 펼치기도 했던 독실한 모르몬(Mormon) 교도였다. 'It's Time'의 노랫말에 굳이 '천국으로 오르는 길'(path to heaven)과 '긴 안개지옥'(miles of clouded hell) 등 종교적 표현이 등장하는 이유는 바로 그의 모르몬 신앙에 기초한다.

이처럼 깊은 신앙심에도 불구하고, 레이놀즈의 첫 번째 사랑은 언제나 음악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꿈을 쫓길 두려워했다. 어린 시절 그는 누군가로부터 “하고 싶다고 음악을 해선 안 된다.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할 때 하는 것이다.”(Don't do music because you want to do music. Do music if you have to do music.”)란 말을 듣고부터 항상 스스로 그만한 열정이 있는지를 의심했다고 한다.

레이놀즈가 음악에 대한 열정을 확신하게 된 것은 명문 네바다/라스베가스대학(UNLV)에 입학한 직후였다. 그는 이때부터 음악과 헤어져 살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고통스러워했다. 마치 사랑하는 여성을 외면하는 것처럼 자신의 꿈을 부정하는 건 견디기 힘든 열병이었다. 결국 그는 행복하기 위해 평범한 대학생활을 포기하고 가난한 뮤지션의 길로 들어섰다. 

라스베가스를 떠난 레이놀즈는 미국 내 가장 많은 모르몬교도들이 사는 유타에 정착, 기타리스트 웨인 서몬(Wayne Sermon)과 함께 밴드 이매진 드래곤스를 결성했다. 이매진 드래곤스는 브리검영대학(BYU)이 개최한 밴드 경연대회 등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했다. 가난과 무명의 설움에 시달리던 레이놀즈는 어느 날 밤 한 멜로디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가운데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노랫말에 집어넣었다.

“대학을 중퇴하고 몇 가지 변화를 주기도 했죠. 내 인생에 있어 아주 최상의 때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저 날 위해 노래 하나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 당시 나는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죠. 이 노래는 그때 상황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누군가가 이 노래에 공감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한 거죠. (I was dropping out of college, making some changes. And it wasn't the peak of my life. I was just trying to write a song for myself. I've struggled with depression and anxiety, and the song spurred from that. Whoever connects to it, I'm happy.)

이렇게 탄생한 'It's Time'을 통해 레이놀즈는 누구나 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다른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뮤지션으로 살기 위해 학교를 떠나야만 했던 자신처럼 말이다. 또한 그는 성공한다 해도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절대 변치 않겠다.”(I'm never changing who I am.)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아울러 성공의 보상인 '부유한 삶에 대한 경계'(giving the commodities a rain check)도 잊지 않는다.

꿈을 꾸는 자에게 하늘은 서둘러 성공의 기회를 내려주었다. 라스베가스 어느 음악페스티벌에 참여키로 했던 록밴드 트레인(Train)의 불참으로, 이매진 드래곤스는 무명임에도 불구하고 한 자리를 꽤 차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레이놀즈와 밴드 멤버들은 무려 2만6천명 관객 앞에서 공연하는 이 황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후 인터스코프 레코드사에 픽업된 이들은 2012년 첫 메이저 EP앨범 < Continued Silence >를 내놓았다. 프로듀서로는 에미넴(Eminem), 리하나(Rihanna) 등과 작업한 바 있는 알렉스 더 키드(Alex Da Kid)가 참여했다. 그해 이매진 드래곤스는 빌보드지가 뽑은 '최고신인 아티스트'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So this is what you meant
When you said that you were spent

And now it's time to build from the bottom of the pit
Right to the top
Don't hold back
Packing my bags and giving the Academy a rain check


네 말 뜻이 이거였군.
네가 지칠 대로 지쳤다는 게
이젠 밑바닥에서 꼭대기로
치고 올라갈 때야
주저하지 마
짐을 싸고 학교엔 우천교환권을 줘야지


I don't ever want to let you down
I don't ever want to leave this town
Cause after all
This city never sleeps at night


난 널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이 동네를 떠나고 싶지도 않아
어쨌든 이 도시는
절대 밤에 잠드는 법이 없잖아


It's time to begin, isn't it?
I get a little bit bigger
But then I'll admit I'm just the same as I was
Now don't you understand
I'm never changing who I am


이젠 시작할 때 아냐?
난 꽤나 컸지
물론 예나 지금이나 난 똑같지만 말이야
알잖아
난 절대 변치 않는다는 걸


So this is where you fell
And I am left to sell
The path to heaven runs through
Miles of clouded hell right to the top
Don't look back
Turning to rags and giving the commodities a rain check


이 부분에서 네가 무너진 거야
난 남아서 널 설득하려고 해
천국으로 오르기 위해선
엄청나게 긴 안개지옥을 통과해야 꼭대기에 오른다는 걸
돌아보지 마
검소함을 가까이 하고 물질들에 우천교환권을 줘


I don't ever want to let you down
I don't ever want to leave this town
Cause after all
This city never sleeps at night


난 널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이 동네를 떠나고 싶지도 않아
어쨌든 이 도시는
절대 밤에 잠드는 법이 없잖아


It's time to begin, isn't it?
I get a little bit bigger but then I'll admit
I'm just the same as I was
Now don't you understand
I'm never changing who I am (repeat)


이젠 시작할 때 아냐?
난 꽤나 컸지
물론 예나 지금이나 난 똑같지만 말이야
알잖아
난 절대 변치 않는다는 걸 (반복)


This road never looked so lonely
This house doesn't burn down slowly
To ashes to ashes


이 길이 이처럼 외로워 보인 적은 없었지
이 집은 아주 쉽사리
잿더미로 변해버릴 수 있어


It's time to begin, isn't it?
I get a little bit bigger but then I'll admit
I'm just the same as I was
Now don't you understand
I'm never changing who I am (repeat)


이젠 시작할 때 아냐?
난 꽤나 컸지
물론 예나 지금이나 난 똑같지만 말이야
알잖아
난 절대 변치 않는다는 걸 (반복)

 

“When you said that you were spent.”에서 'spent'는 원래 '(돈을) 쓰다', '(시간을) 보내다', '(힘을) 소비하다' 등을 의미하는 동사 'spend'의 과거/과거분사다. 그런데 이 노래에서는 '힘이 빠진', 또는 '다 쓴' 등의 뜻하는 형용사로 쓰이고 있다. 비슷한 단어로는 'exhausted'가 있다. 완전히 지쳐 아무 힘도 없을 때, 'I'm totally spent(또는 exhausted).'라고 하면 된다. 보람 있게 쓴 돈은 'money well spent', '잘 산 인생'은 'life well spent'라고 한다.

It's time to build from the bottom of the pit.”에서 'pit'은 명사로 주로 '(움푹 파인) 웅덩이'란 뜻으로 많이 쓰인다. 웅덩이의 바닥이니 '맨 아래', 그러니까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바닥'을 의미한다. 'Pit'은 이 외에도 '(탄광) 등에서의 갱'이나 '곰보자국'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른 단어와 합쳐져 'pit'이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겨드랑이는 'armpit', '(항공기) 등의 조종석'은 'cockpit', '무대 바로 아래 부분에 위치한 오케스트라 자리'는 'orchestra pit'라고 한다.

“Packing my bags and giving the Academy a rain check.”에서 'to pack'을 직역하면 '짐을 싸다'가 되지만, 이 노래에서는 '학교를 그만 두다'란 의미다.

'학교에 우천교환권을 주다.'(giving the Academy a rain check)는 참 재미있는 표현이다. 'Rain check'은 '공연이나 경기 등이 비가 와서 취소될 경우 다른 날 쓸 수 있도록 바꿔주는 티켓'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 경우 'giving (something) a rain check'은 '일단 미루다', '훗날을 기약하다'는 뜻이 된다. 즉,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꿈을 쫒는 일이고, 학업을 마치는 일은 나중에 선택해도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좀 뒤에 “Turning to rags and giving the commodities a rain check.”란 문장에서 'rain check'이 다시 등장한다. 문장을 해석하면, “검소한 삶의 실천이 우선이고, 물질은 그 다음이다.”란 뜻이다. 이 경우 'giving (something) a rain check'은 '덜 중요한 것은 나중이다'란 의미가 된다.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가스는 'The City That Never Sleeps'란 별명(nickname)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대도시란 뜻이다. 똑같은 별명을 가진 세계적인 대도시들로는 뉴욕(New York City)과 바르셀로나(Barcelona),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도쿄(Tokyo), 상파울루(São Paulo), 텔아비브(Tel Aviv), 취리히(Zurich), 카이로(Cairo), 메카(Mecca), 나이지리아의 라고스(Lagos) 등이 있다.

이 노래에서 “I get a little bit bigger.”(난 꽤나 컸지.)은 '몸이 크다', '성장하다'는 게 아니라 '명성을 얻다', '성공하다'는 뜻이다. “I am left to sell.”에서 'sell'은 '(물건 등을) 팔다'가 아니라 '설득하다', 또는 '이해하게끔 하다'란 뜻이 된다. 흡사한 뜻의 영어 단어 중에 'persuade'가 있다.

“The path to heaven runs through miles of clouded hell right to the top.”은 팝 음악계와 같은 곳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마치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속을 통과하는 것처럼 매우 험난하며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Ashes to ashes'는 '재는 재로'란 의미로 우리말의 '흙에서 흙으로'와 흡사한 표현이다. 서양 장례식에서 목사 등 성직자가 “Ashes to ashes, dust to dust!”(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라고 말하는 걸 자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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