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에 참여한 미군의 F-22 '랩터' 전투기가 훈련을 마치고 4일 오전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한·미 연합 공군훈련으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비질런트 에이스 18’(Vigilant Ace 18)이 지난 4일 시작됐다. 특히 이번 훈련에는 과거와 달리 F-22, F-35A, F-35B 등 미군의 최첨단 전략자산이 참여해,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은 과거 ‘비벌리 불독’(Beverly Bulldog)이라 불렸던 한미연합 공군훈련으로, 2015년 명칭이 변경된 뒤 3회째 진행 중이다. 이 훈련은 한미 연합 공중전력의 전시작전수행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24시간 지속 작전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참여하는 조종사들은 24시간 동안 최소 3~4시간의 비행을 하는 강도 높은 훈련을 겪게 되며, 이를 통해 전시 작전절차를 숙달하고 임무 수행능력을 강화하게 된다.

주한 미 7공군사령부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질런트 에이스는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것이라며 “어떤 도발이나 사건에 대한 대응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북한의 화성-15형 ICBM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의 군사훈련이 아니라는 것.

실제로 한·미 양국 공군은 지난 2015년에는 11월1일~7일, 2016년에는 11월30일~12월5일 동안 합동으로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수행한 바 있다. 일정 측면에서 이번 비질런트 에이스 18은 과거 비질런트 에이스 16·17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의 규모가 과거와 크게 다르다며, 비질런트 에이스 18이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의 대답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 시행된 비질런트 에이스 16에서 미 공군은 F-16, F-15, A-10 등의 기체를 동원했다. F-15, F-16은 우리 공군도 주력으로 사용하는 기체이나, A-10은 베트남전 이후 개발된 대전차공격용 전투기로 실용성 문제가 있어 미군 내에서도 퇴역논란이 나오고 있는 기체다.

2016년 비질런트 에이스 17에 참여한 미 공군의 기체는 F-16, EA-18G, F/A-18D 등이다. EA-18G 그라울러는 우리 군에서도 도입을 희망하는 미 해군의 최첨단 전자전 공격기지만, 그 밖의 전략자산들이 훈련에 동원되지는 않았다.

반면 미 7공군사령부에 따르면 이번 비질런트 에이스 18에는 F-22 6대, F-35A 6대, F-35B 12대 등 스텔스 전투기 24대가 참가한다. 이는 역대 한반도에 전개된 스텔스 전투기 규모 중 최대이며, 비질런트 에이스에 스텔스 전투기가 참가하는 것도 처음이다.

F-22는 지난 2005년 실전 배치된 세계 최초의 5세대 공대공 전투기다. 스텔스 능력, 탐지력, 기동성, 전자전 대응력 등 모든 면에서 현재까지 운용되고 있는 기체 중 최고의 능력을 자랑하며, 미군 내 모의전투에서도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F-35A·B는 공대지 능력이 부족한 F-22와 짝을 이루기 위해 개발된 다기능 전투기로 약 8200kg의 무기 탑재가 가능하다. 공대지 능력 강화를 위해 개발된 기체지만, 스텔스 기술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한 4세대 전투기와의 공중전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차세대 주력 기체로 평가받는 F-22, F-35가 이번 훈련에 참여한 것은 북한에게 군사적 압박을 가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비질런트 에이스는 전시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전술훈련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에 대한 공중 타격도 작전 시나리오에 포함돼있다.

북한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등은 미국 군사훈련의 중단을 북한 핵실험 중단의 선 조건으로 언급해왔다. 반면 미국은 오히려 이번 연례훈련에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최첨단 전략자산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북한이 F-22, F-35 등을 동원한 선제타격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실질적인 군사행동을 제외하면 미국이 가할 수 있는 최고의 압박일 수 있다.

북한의 화성-15형이 미국 전역에 도달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미국 내 안보관계자들도 군사적 대응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매일 증가하고 있다. 분쟁 없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지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화당 내 강경파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또한 2일 CBS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의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한국에 (주한미군의) 가족과 아이들을 딸려 보내는 것은 미친 짓이다. 주한미군 가족의 한국 철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비질런트 에이스에 미군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들이 다수 참가한 것은 이러한 미국 내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에 대해 “공공연한 도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과연 미국의 대답에 북한이 또 다른 군사도발로 응수할지,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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