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귀국, 4·24 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지난해 12월19일 홀연히 미국행을 택한 뒤 82일만이다.

안 전 후보는 11일 오후 귀국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 위에 군림하고 편을 갈라 대립하는 높은 정치 대신에 국민의 삶과 국민의 마음을 중하게 여기는 낮은 정치를 하고 싶다"며 귀국일성을 밝혔다.

그의 귀환으로 향후 '안철수발(發) 정계개편' 등 정치권 지각변동의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야권발(發) 정계 개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 주목된다.

빨라도 10월 재보선에서나 정치재개를 선언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안 전 후보가 새 정부 출범 후 첫 재보선에 출마한 것은 향후 '정치세력화-신당창당-정계개편'으로 이어지는 정국 변화의 중심축이 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가 측근들의 선거운동을 측면지원하거나 연구소를 설립해 정치보폭을 넓혀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안 전 후보가 직접 출마 카드를 던짐으로써 제3지대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다.

◇안철수, 정계개편 첫관문 노원병 넘어서야

일단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노원병이라는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자칫 보궐선거라는 첫관문을 넘지 못한다면 본인의 정치적 입지와 세력화에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노원병은 재보궐선거 최대의 격전지로 떠오를 만큼 안 전 후보에게는 쉽지 않은 선거가 돼 버렸다. 전통적인 양강구도에서 다자구도로 흐름이 변하고 있다. 야권의 득표율 결집이라는 부분에서 다소 손해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궐선거에 대한 불확실성도 한몫하고 있다. 보궐선거 자체가 투표율이 높지 않고 조직력에 좌우하는 선거로 알려져 있다. 대선때 큰 지지를 얻었던 안 전 후보라 할지라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무소속인 안 전 후보가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정당들의 조직력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안 전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던 김민전 경희대학교 교수도 "모든 선거라고 하는 것은 쉬운 선거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선거가 쉽다고 보이면 많은 후보들이 몰리게 되니 결과적으로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또 어렵다고 보이면 후보가 적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생각보다 덜 어려울 수도 있다. 어찌됐든 노원병 역시도 저는 어려운 선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 전 후보가 여러 위험 요인을 뚫고 원내진입에 성공한다면 정치권의 새판짜기 흐름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기성 정치권은 대립과 갈등, 계파정치만 반복할 뿐 대화와 타협, 개혁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정치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안 전 후보에게 쏠릴 개연성이 크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 전 후보가 원내에 입성해 정치력을 보여준다면 당장은 아니지만 민주당 일부세력이 이탈해 안 전 후보측에 합류할 수 있다.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하는 진보정의당도 안 전 후보측과 손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안 전 후보에게는 이번 재보선이 정계개편에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신당 창당으로 정계개편 방점찍나?

안 전 후보가 원내입성으로 정치세력화에 성공한다면 자연스럽게 이목은 신당 창당으로 쏠리게 된다.

안 전 후보가 "신당 창당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고 우선 4월 재보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안 전 후보가 신당 창당 과정을 천천히 밟을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세력과 조직의 필요성을 뼈져리게 느낀 탓이다.

안 전 후보의 지지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그의 '새정치'가 바람몰이를 할 경우 야권의 정치지형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기 지지도가 예상을 밑돌고 있고 민주당이 대선패배 뒤에도 계파싸움에 몰두하는 틈이 신당 창당의 적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안철수 신당이 창당할 경우 제1야당인 민주당을 제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4~7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239명을 상대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 전 대선 후보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이냐' 문항의 응답비율은 새누리당은 37%, 안철수 신당이 23%, 민주당이 11%, 통합진보당 1%, 진보정의당 1%, 의견유보 28%로 각각 집계됐다.

조선일보가 지난 6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지지하는 정당'을 물어본 결과 새누리당 46.3%, 민주당 20.1%, '모름·무응답' 27.6%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안 전 후보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지지율은 새누리당(36.1%), 안철수 신당(23.6%), 민주당(10.6%) 등의 순이었다.

특히 역대 야당의 텃밭이던 호남권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34.4%로 24.1%인 민주당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이 40.9%에서 16.8%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안 전 후보는 노원병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에서 정치적 기반을 마련한 뒤 10월 재·보선을 전후해서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신당창당 방식 면에서도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창당과정에서부터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이른바 '안철수식 정치'를 보여주는 방안이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신당창당 작업에 가담할 인물로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 정연정 배재대 교수를 비롯한 학계 인사들과 송호창 의원, 금태섭·조광희 변호사, 정기남 전 진심캠프 비서실 부실장, 박인복 전 민원실장, 허영 전 비서팀장, 홍석빈 부대변인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단 안 전 후보가 당장 신당 창당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는 않겠지만 밑그름을 위한 움직임은 있을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최근 안철수재단이 7일 '동그라미재단'으로 명칭을 바꾸고 이사장을 새로 선임하는 등 사업 재개 채비를 마친 것도 이같은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재단 설립자인 안 전 후보가 재보선 출마와 신당 창당 등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앞두고 선거법 위반 소지를 없애는 동시에 재단의 활로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안 전 후보가 4월 재보선에 승리할 경우 야권과 제3지대에 있는 인사들을 대상으로 세 확장에 나설 시나리오가 높아 보인다. 특히 민주당의 5·4 전당대회에서 이탈한 세력을 끌어모아 창당할 가능성도 있다.

야권은 벌써부터 안 전 후보가 몰고올 정계개편의 가능성으로 뜰썩이고 있다. 민주당은 안 전 후보를 향해 쏠릴 당내 원심력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안 전 후보가 창당을 선언한다면 이는 단순한 창당이 아니라 야권 분열의 시발점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가올 10월 보궐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에서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야권지지자들의 표심을 끌어가기 위해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크다.

또 친노 주류와 비주류의 신경전이 가시지 않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5·4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자칫 상당수 인사들의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안 전 후보의 신당 창당여부에 따라 '민주당 분당론'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3개월만에 귀국한 안 전 후보의 행보가 정계 개편의 회오리바람이 될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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