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유니클로가 '히트텍'을 절반 가격인 9900원에 내놓자 그야말로 '히트텍 대란'이 일어났다.

일부 구매자들은 줄을 서가며 하루 6벌씩 이틀을 오가며 제품을 샀다. 매장 인근 교통은 물론 온라인 마켓 전산까지 마비됐을 정도다.

2008년 유니클로의 히트텍 국내 출시를 필두로 시작된 국내 발열내의 시장 경쟁이 27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와 치솟는 난방비에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08년 18만장에 불과했던 히트텍 판매는 2009년 75만장, 2010년 110만장, 2011년 300만장 판매에 이어 지난해 500만장을 바라봤다. 유니클로는 히트텍만으로 올해 50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내의 브랜드 '좋은 사람들'도 발열내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치솟는 발열내의 인기만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1만원대부터 16만원대까지 차이가 크고, 일반 내복 가격의 2배 가까이 비싸다.

하지만 비싼 가격만큼 정말 보온효과가 있을까?

딸에게 발열내의를 선물 받았다는 회사원 김동진(55)씨는 "사실 예전에 입던 빨간내복이 더 따뜻한 것 같다"며 "더 따뜻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딸을 생각해 입는다"고 말했다.

조보은(25·여)씨도 "정말 따뜻한지는 잘 모르겠다"며 "얇아서 다른 옷 안에 입기 좋고 옛날 내복처럼 촌스럽지 않아서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일반내의가 이중, 삼중으로 원단을 겹쳐 보온효과를 준다면 발열 내의는 대부분 흡습 발열(땀과 체온이 섬유와 결합해 열을 내는 방식)로 열을 낸다. 이렇게 만들어낸 열을 섬유 사이의 공기 단열층(air pocket)에 가둬 온도를 유지한다는 것이 발열내의 업체의 주장이다.

하지만 발열 내의의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국내외 평가 표준(ISO, ASTM, EN, KS 등)은 아직 없다. 이를 평가하고 있는 한국, 일본의 시험기관에서도 각각 자체 시험을 하고 있을 뿐이다.

발열 평가에 관한 국내외 표준이 없는 상황에서 바이어나 관련 섬유업체가 제품 성능 시험을 요구하면 각 기관별 자체방식을 통해 평가한다.

발열내의 판매 업체는 업체별로 다른 발열 원단을 사용하고 발열성 시험 결과나 측정 자료 공개도 꺼린다.

발열성 시험을 하지만 이는 원단을 특정조건에서 평가했을 때 온도 변화를 측정한 것. 사람이 입었을 때 발열 정도를 측정하는지도 알 수 없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발열내의에 대한 정보를 제품 포장이나 매장 내 홍보물, 홈페이지 등을 봐야 알 수 있는 수준이다. 업체에서 발열내의라고 팔면 발열내의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발열 내의보다 예전의 두툼한 내복이 더 따뜻하다는 말도 있지만 피시험자에 따라서는 원래 체온의 30%까지 올라가는 효과도 있었다"며 "그러나 공정거래위원외에서 '몇 도가 올라간다'는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게도 해서 발열 성능을 공식적으로 제시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한수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 섬유사업 본부장 역시 "발열 내의의 발열성능 기준이나 객관적인 표준은 없다"며 "따뜻함을 느끼는 정도가 주관적이기 때문에 기준을 임의로 만들기 어렵고 결국 소비자는 업체를 믿고 사는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진용범 한국의류시험연구원 연구원의 '발열섬유제품의 평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발열 원단의 온도상승과 제품착용 시 체온상승의 상관관계는 아직 규명되지 않아 별도의 피시험자 시험이 필수적이다.

발열 섬유를 같은 조건에서 시험해도 습도 상승 속도와 온도계 종류 등에 따라 발열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도 숙제다. 이 때문에 시험조건과 측정 장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시험결과에 첨부돼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진 연구원은 "기업에서는 발열 섬유 시험 자료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며 "시험비용이 비싸기도 하고 직접 의뢰가 들어오는 제품에 대해서만 시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열성 평가방법이 국제 표준으로 제정된다면 결과 값에 대한 신뢰성과 재현성이 확보됨에 따라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발열 원단과 온도 상승의 상관 관계를 규명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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