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독자기술로 개발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이동식발전기(PPS)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낸 대표적인 제품이다"

2007년 쿠바 정부는 새로 발행한 10페소 지폐 뒷면에 현대중공업의 이동식발전설비 도안을 삽입했다. 한 국가의 지폐 도면에는 그 나라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인물이나 물건 등이 삽입되는 것이 일반적임을 감안했을 때 국내 대기업이 수출한 제품이 다른 나라의 지폐에 도안으로 들어간 것은 유일무이한 일이다.

쿠바 전역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이동식발전기 600기가 작동하고 있으며, 국민 30%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 쿠바의 '에너지혁명'을 이끌고 있다

발전설비 사업에서 초년병과도 같았던 현대중공업이 '에너지혁명' 공사를 따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남들과 다른 창의성 때문이었다. 외상거래가 관행화돼 있던 쿠바 정부는 이례적으로 공사 선수금을 내주며, 이동식발전설비에 신뢰를 보냈다.

이는 피델 카스트로 의장이 40피트(약 12m)라는 한정된 공간의 컨테이너에 발전소 운용에 필요한 설비들을 모두 담아 이동·운반·설치할 수 있는 제품에 감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계 유일 '이동식발전설비'…전 세계 22개국에 1000여기 수출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이동식발전설비(PPS)' 수출 1000기(누계)를 달성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설비를 2001년 도미니카공화국에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쿠바, 칠레, 이라크 등 중남미 및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계 22개국으로 수출을 확대해 왔다.

이동식발전설비는 전세계에서 현대중공업이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제품으로, 2006년 지식경제부(당시 산업자원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동식발전설비 1000호기 출하 기념행사'에서 "기술의 새로운 가치를 어떻게 창출해 나갈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라며, 이동식발전설비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든 사례로 평가했다.

이동식발전설비는 디젤발전기과 엔진 등 발전소 운용에 필요한 설비들을 40피트 컨테이너 내에 담은 소규모 패키지형 발전소다. 이동식발전설비는 1기당 1.7㎿ 규모의 전기를 생산한다. 이는 동시에 3000~40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이다.

현대중공업은 중남미와 동남아, 중동 등 전력난 해소가 시급하면서도 대규모 발전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소규모 발전소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에서 이동식발전설비라는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당시 디젤엔진을 활용한 육상용 발전설비는 공사현장과 병원 등에서 쓰이던 비상용발전설비와 공장 형태의 디젤발전설비가 있었다. 비상용발전설비는 컨테이너형으로 설치와 이동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속엔진을 채택해 비상용일 뿐 상용화는 불가능하고, 디젤발전설비는 상용 발전소지만 공장 형태로 이동이 불가능하고 설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현대중공업의 이동식발전설비는 공장형이 아닌 박스(box)형이기 때문에 설치와 이동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경유만을 연료로 하는 기존 패키지형 발전설비와 달리 저렴한 중유를 연료로 쓸 수 있어 경제성도 매우 뛰어나다. 이에 PPS는 전력난 해소가 시급한 지역이나 송·배전 설비가 열악한 섬과 오지,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가 잦은 곳에서 더욱 편리하다.

PPS는 무엇보다 엔진과 발전기 등 대부분의 기자재를 국산화한 제품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PPS의 핵심기자재라 할 수 있는 엔진은 현대중공업이 국내 최초다. 또 유일하게 독자기술로 개발한 '힘센(HiMSEN)엔진'을 적용했다.

◇강진, 허리케인 등 재난지역에서도 정상적으로 가동

이동식발전설비의 진가가 발휘되는 곳은 바로 재난지역이다. 현대중공업이 칠레에 설치한 이동식발전설비는 지난 2010년 칠레에서 발생한 진도 8.8의 강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가동되며,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다.

이 설비들은 지난 2008년 10월과 2009년 5월 진앙지인 콘셉시온시에서 불과 150㎞ 떨어진 쿠리코와 북동쪽 안토파가스타 지역에 총 20.4㎿ 규모(주택 2만 가구 사용분)로 설치된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와인 산지로 유명한 쿠리코 지역은 이번 강진으로 주요 건물과 주택, 도로, 전력망 등이 파괴되며 도시 기능이 마비됐지만, 현대중공업의 이동식발전설비가 가장 먼저 전력을 공급하며 지진 피해 복구에 핵심 역할을 수행, 현지의 주목을 끌었다.

현대중공업의 이동식발전설비는 2010년 1월에도 7.0 리히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등지에서 유일하게 정상 가동되며 전력을 공급했다.

또 쿠바에 1000㎿ 규모로 설치된 이동식발전설비는 2008년 9월 쿠바를 강타한 허리케인 구스타프에도 전혀 피해 없이 제 성능을 발휘했으며, 전력이 부족한 쿠바의 10페소 지폐에 '에너지 혁명'이란 이름으로 제품이 도안되기도 했다.

쿠바에는 전국 40여 곳에 600기가 넘는 이동식발전설비가 설치돼 국가 전력 생산의 약 30%를 책임지고 있다. 쿠바 전 국가평의회 의장 카스트로는 현지 공사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느낀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근면성과 성실성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납품 후에도 끝까지 책임지는 사후 관리시스템에 대해서도 찬사를 보냈다.

◇친선과 우호의 상징으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1년 대지진이 발생한 일본에 이동식발전설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 발전설비는 총 발전용량 5.6㎿로 약 1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 도쿄전력의 송전망을 통해 도쿄 인근에 공급돼 이 지역의 전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됐다.

지난 5월에는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갈라파고스에 이동식발전설비 2기를 지원하기도 했다. 산타크루즈의 전력난 해소를 위해 노후 발전설비를 대체해 달라는 에콰도르 전력청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 5000가구 이상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 현지의 전력난을 해소하며 우리나라와 에콰도르 간 '친선우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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