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코로나 팬데믹은 지나갔지만, 이후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청소년의 비율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선진국들은 학생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사회정서학습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HHS)의 정책자문기관인 ASPE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던 아동은 진단받지 않은 아동보다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한 비율이 높았다. 급성 스트레스 장애 진단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생에게 가장 많이 나타난 정신건강 문제였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그 발생 비율이 같이 증가했으며, 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경우, 6~11세 아동에게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으며, 불안, 우울, 기분장애의 비율은 12~17세 청소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에 미국은 청소년 정신건강 증진위해 교사 및 교직원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자금을 배분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 내 17개 주에서는 교사와 교직원 모두 관련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정신건강 교육 및 자원을 제공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로드아일랜드 주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도 자살 인식 및 예방에 대한 교육을 같이 받을 것을 요구하며, 버지니아 주는 학교 상담사가 상담사 자격증을 얻거나 그것을 갱신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 장애, 우울증, 트라우마 및 청소년 자살을 포함한 정신건강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교실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지원 방법인 사회정서학습(SEL)을 교육과정에 포함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생기고 있다.

사회정서학습은 아이의 정서와 감정을 살피고 단단한 자존감과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다. 미국에서 가장 능동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현재도 많은 나라에서 미국의 모델을 기본으로 채택, 운영하고 있다. 

뉴욕시는 사회정서학습을 교육에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주 중에 하나이다. 팬데믹 전부터 사회정서학습 커리큘럼을 모든 공립학교에서 사용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그 영역을 더 확장하여 모든 공립학교에 정신건강 상담소를 설치하거나 적어도 한명의 사회복지사를 두어 학생들의 정신건강 뿐 아니라 학부모 상담프로그램까지 시작하고 있다.

중국은 학생의 정신건강에 관련해 비교적 명확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학생 심리건강 관리 업무에 관련한 통지’를 두어 대학과 초‧중‧고 각급의 학교가 학생의 정신건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규정하고 있다. 또 학생의 정신건강을 돕기 위해 학교와 교사의 역할 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 차원에서도 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학업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에게 교사가 적절한 시기에 별도의 지도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학생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낮춰주는 일도 포함된다. 특히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 느끼는 취업 스트레스나 학생의 인간관계, 심지어는 연애와 감정에 대해서도 교육자가 관심을 가져주고 ‘정확한 연애관’을 갖도록 도와주라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 학생 정신건강 관리에는 학교와 교사 뿐 아니라 각급의 행정 조직도 함께 참여한다는 특징이 있다. 모든 대학교는 학생 4천 명당 1명 이상의 정신건강 교육 전문 교수를 배정해야 하며, 재학생 4천 명 미만의 소규모 학교라 할지라도 정신건강 전문가가 2명 이상이어야 한다. 모든 초‧중‧고등학교는 최소 1인의 전업 정신건강 교육 담당 교사를 두어야 하며, 교육 연구 기관도 정신건강 연구자를 보유하여야 한다. 

다만 모든 학생의 정신건강 상태를 파일로 관리하고, 이 파일은 ‘당안’에 포함하여 평생동안 그 기록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 ‘당안’에는 중국인의 출생, 성장, 취업, 사망 내역 뿐 아니라 정치성향 등 생애 전반과 관련된 모든 개인정보가 기록되어 있고 한번 수록된 내용은 고칠 수 없기 때문에 성장기의 정신건강 관련 상담 내용이나 그 판단 결과가 평생 동안 기록으로 남는다.

독일은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후 우울증, 불안, 섭식 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는 청소년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독일 직원 의료 보험(DAK)의 아동 및 청소년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특히 15세에서 17세 사이의 청소년 여학생 중 상당수가 우울증, 불안 장애, 섭식 장애로 인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해 9월 독일의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전국적으로 아동 및 청소년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정신건강 코치’ 시범사업을 도입하였다. 전국적으로 16개의 주에서 100개 이상의 학교가 이 정신건강 증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교육/사회복지/학교심리학 분야의 전문가가 전기 중등교육 수준의 학교부터 배치된다. 

이 시범사업은 학생의 회복력과 정신건강 증진을 목표로 상담 및 조언뿐만 아니라 다양한 그룹 활동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 시범사업의 모토는 ‘무슨 일인지 말하라. 그리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이다. 즉, 그동안 정신질환에 대해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를 환기하고 편견 없이 정신질환을 바라볼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을 구축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베를린의 미학·기술 상위학교에선 학생을 위한 스트레스 관리 그룹코칭이 진행되었다. 이 코칭은 개인별 자원을 발견하고 자신의 강점을 인식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접근법은 학교생활 중에 학생들이 자기 결정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한다. 

그룹코칭을 하는 동안 학생은 두려움과 걱정에 대한 개방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며, 이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강화된 공동체 의식을 형성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은 개인적인 회복을 촉진하는 연습을 진행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개발한다.

독일 연방청소년부는 이러한 시간은 학생이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인성 발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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