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전력공사]
[사진-한국전력공사]

[이코리아]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업의 활동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기업의 재무적 요소를 중시하던 과거 경영방식과 달리, 비재무적 정보를 검토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기업의 ESG경영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에 ESG채권은 ESG경영의 중요한 부분으로 떠오른다. ESG채권은 발행목적과 기준에 따라 녹색, 사회적, 지속가능 채권 등 총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프로젝트나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특수목적 채권으로, 오직 친환경 사업 관련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제한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회적 채권은 사회적 가치창출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채권이다. ▲지속가능채권은 녹색채권과 사회적채권의 혼합형으로 환경친화적이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채권이다.

ESG채권은 발행하는 기업입장에서 친환경활동을 대외적으로 알림으로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어 기업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또한, ESG를 중시하는 투자자의 관심을 자극해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과 향상에 기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장점이 큰 탓에 기업들은 의도적으로 ESG채권 발생을 홍보의 대상으로 쓰는 등 그린워싱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사업별 채권 발행액을 분석한 결과, 녹색 채권의 4분의 1이 화석연료인 천연가스, LNG 사업관련 채권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한전의 경우, 2022년 16억 달러, 2023년 10억 달러, 2024년 12억달러 등 3년 사이에 약 5조원 규모의 글로벌 녹색 및 지속가능 채권(글로벌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글로벌 녹색채권의 명목은 재생에너지, 전기차 인프라, 에너지효율 개선, 중소기업 지원 및 일자리 창출 등의 부문에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은 한전이 그린워싱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전은 2023년 녹색채권 보고서에서 글로벌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16억달러 중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재생에너지 연계를 위한 전력망 인프라 구축사업 등에 8억1000만달러를 썼다고 밝혔을 뿐 나머지 사용처를 공개하지 않았다.

기후 솔루션은 “한전이 홈페이지에 4년 연속으로 총 16억달러의 글로벌 녹색채권를 발행했고, 조달한 자금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홍보 중이다.”라며 “하지만 구체적인 사용처를 공개하지 않은 탓에 대부분 화석연료 채무를 갚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높아 ‘그린워싱’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기후솔루션 누리집 갈무리]
[사진-기후솔루션 누리집 갈무리]

이에 기후솔루션은 지난 20일 그린워싱 의혹이 있는 글로벌 녹색채권을 발행한 한전을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에 각각 표시광고법 위반, 환경기술산업법 위반 혐의 등으로 신고했다.

이관행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현재 녹색채권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경성규범이 부재한 상태로 녹색채권 시장에서 그린워싱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행해지고 있다”며 “녹색채권은 지속가능한 미래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활용될 수 있기에 활발한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동시에 명확한 규제를 통해 조달된 자금이 다른 곳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수도꼭지 역할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기후솔루션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단 입장이다. 한전측 담당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글로벌녹색채권의 경우 사실 공시의무 대상이 아님에도 홈페이지를 통해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있다."면서 "다만, 공시하는 시점이 채권이 만기되기 전이기 때문에, 일부가 공개되지 않아 오해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담당자는 "공개되지 않은 부분은 채권의 만기에 맞춰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며, 사설 ESG인증기관에서 사용처 인증도 다 받고 있기 때문에 그린워싱이라는 기후솔루션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