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화]
[사진-한화]

[이코리아]기업의 복지포인트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최근 한화가 남대문세무서 등 13개 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소득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장을 접수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복지포인트 과세에 관한 사건도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황이라, 대법원의 판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화가 소송을 제기 계기는 2019년 판시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대법원은 당시 서울의료원을 대상으로 병원 근로자들이 낸 재판에서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상 임금과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2016다48785]. 

대법원은 그 이유로 “복지포인트는 여행, 건강관리, 문화생활, 자기계발 등으로 사용 용도가 제한되어 있고, 통상적으로 1년 내 사용하지 않으면 이월되지 않고 소멸하게 되며, 양도 가능성도 없다.”며 “복지포인트를 임금으로 평가하는 것은 자칫 통화 지급 원칙의 근간을 흔들어 장차 사용자로 하여금 통화 아닌 다른 것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규범적으로 폭넓게 허용할 가능성을 넓히게 되고, 그 결과 근로자의 실질적인 임금 확보를 위해 근로기준법이 이러한 규정을 마련한 취지를 훼손할 우려마저 있어 옳지 않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근로소득 범위를 정한 소득세법 조항이 “급여에 해당하는 것 모두를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근로의 제공으로 인해 받는 것으로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한화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복지포인트가 근로소득에 해당하는 줄 알고 낸 원천징수세액 차액을 돌려달라며 세무서에 경정청구를 했다. 하지만 각 세무서가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각 법의 목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화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득세법에 따라 과세 대상이 되는 근로소득과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임금은 서로 유사하지만 같은 개념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법원은 소득세법 시행령이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려운 복리후생적 수당을 근로소득 과세 대상으로 규정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근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면 복리후생적 수당도 과세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1,2심에서 패소한 한화의 경우와는 다르게 최근 공기업의 손을 들어 준 판결이 나왔다. 최근 대전고법은 코레일이 대전세무서를 상대로 낸 ‘근로소득세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공기업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아 근로소득세를 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코레일 재판 역시 대전세무서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복지포인트에 대한 징수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은 해당 기업 뿐 만이 아니다. 시민단체 역시 공무원의 복지포인트에는 징수하지 않으면서 공기업, 민간기업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국세청은 법제처가 2011년 공무원복지포인트가 ‘복리후생의 비용’이라고 유권해석을 했기 때문에 비과세이고, 예규에는 민간기업 복지포인트는 ‘비과세 대상으로 열거하지 않는 소득’으로 간주해서 과세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민단체에서는 “국세청이 ‘복지포인트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면서 “조세평등주의에 위반하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계는 복지포인트 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령 개정을 건의한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3월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복지포인트도 비과세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2023년 세법개정 의견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법조계 역시 과세 대상 범위를 해석으로 넓혀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재판을 담당한 대전고법 재판부는 “대전세무서의 주장대로 복지포인트에 대한 근로소득세 부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따라 입법을 통해 과세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할 것”이라며 “코레일 복지포인트의 배정은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돼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뤄 지급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세무서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코레일 측을 대리한 김형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그동안 복지포인트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들은 과세관청 의견에 따라 이를 근로소득에 포함해 해당 원천세를 임직원으로부터 징수해 신고·납부해 오던 위법한 관행에 대해 처음으로 이의 시정을 시도한 판결"이라며 "복지포인트의 근로소득 해당 여부에 대한 논란에 대해 납세자입장에서 최초로 합법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복지포인트 과세에 대한 법적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조계 관계자는 “두 사건 성격이 같아 같은 재판부에서 사건을 심리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법원 판단에 따라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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