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5일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사진-5일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이코리아] 올해 하반기 KDDX 사업의 상세설계 입찰을 앞두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 직원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보고서 등 기밀 유출와 관련해 임원 개입·관여 여부를 수사해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화오션은 4일 ‘KDDX 개념설계 유출 등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이 개입된 사실을 수사해 처벌을 촉구하는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제출했다. 

한화오션은 이번 고발에 대해 업체간 이권 다툼 문제가 아니라 K-방산 신뢰 회복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수년 동안 조직적으로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하고 보관하며 공유하는 것은 중대한 불법행위”라며 “해외 수출에서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관련해 유출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국가의 방산업체 기술이라면 아무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지난 2012~2015년 여러 차례 방위사업청과 해군본부 등을 방문해 KDDX 개념설계 보고서 등 군사기밀을 빼돌려 비밀 서버에 올리는 방식으로 유출한 사실이 국군기무사령부(현 방첩사령부) 보안 감사에 적발됐다. 이로 인해 직원 9명이 기소됐고, 지난해 유죄가 확정됐다.

한화오션은 현대중공업 직원 유죄 확정 판결문에 '비공개 서버'를 운용한 사실이 적혀있는데, 서버 운용 예산 집행에 임원 결재가 필요하기에 개입 정황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군사기밀을 제공한 군 관계자 군사재판 기록을 제시하며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뿐만 아니라 ‘경영지원정보부’가 관여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의자 신문조서에 있는 ‘중역’이 임원을 뜻하는 것이라며 임원이 개입했다는 진술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안보지원사 특별사법경찰의 현대중공업 직원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피의자, 부서장, 중역이 결재했습니다. 맞습니까’라는 질문에 직원은 “예”라고 답했다. 

법원의 판결이 있은 후, 방위사업청은 예규에 따라 HD현대중공업에 보안 감점 1.8점을 부여했다. HD현대중공업은 오는 2025년까지 입찰 과정에 해당 감점이 적용된다. 다만 방사청은 국가계약법과 방사법에 따라 지난달 27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어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여부를 따진 뒤 '행정지도' 처분했다. 

한화오션은 방위사업청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2018년 현대중공업 압수수색 당시부터 방위사업청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대한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 분명했음에도 그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방위사업청의 행정지도 처분에 대해서도 “임원에 대한 제재를 하지 못하면 조직적이고 암행적인 관행을 정부가 손 놓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설명회에서 발표한 자료는 심의위원회에서는 보지 못한 자료"라면서 "심의위원회 발표 전날 입수한 자료였고, 위원회 결정에 맞춰 ‘임원에 대한 형사처벌’이 있어야 HD현대중공업을 제재할 수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에 이번 고발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과의 갈등은 이미 지역 국회의원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일 울산 출신 국민의힘 권명호 국회의원은 이채익 의원과 기자회견을 열어 “HD현대중공업은 보안사고로 이미 1.8점의 감점을 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개 1점 미만으로 당락이 엇갈리는 수주전에서 1.8점은 이미 엄격한 처분이며, 그 이상의 제재는 오히려 부정당하다는 입장이다.”라며 “방위사업청이 울산 지역 경제는 물론 대한민국 안보와 윤석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세계 방산 시장 4강’을 고려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거제출신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은 방위사업청 발표가 있은 뒤인 지난 29일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임원개입 여부가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의 입찰 참가 자격에 대한 재심의에 즉각 착수해야 할 것이다.”라며 “경찰을 비롯한 수사당국은 역량을 총집결해 ‘방산 카르텔’,‘방산 마피아’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수사를 촉구했다.

한화오션의 이와같은 공세에 대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한화오션이 내세운 근거는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에 불과하며,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 걸친 심도 있는 심의로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아직 절차적인 대응에 대한 결정은 정해진 바가 없다”라고 답했다.

또한 “이번 설명회를 통해 발표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기록과 판결문을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며 “HD현대중공업은 앞으로도 축적한 함정건조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출확대에 기여하고 K-방산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 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고발과 별개로 KDDX 기본설계 입찰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준 의혹으로 왕정홍 전 방사청장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왕 전 청장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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