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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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노인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 국민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확실시되면서, 가정에는 간병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간병비 지원을 사회보험과 국비 등 재원과 경로를 다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임페리얼대학의 에자티(Mazid Ezzati)팀은 1985년부터 2015년까지 통계를 바탕으로 선진 35개국 기대수명 변화를 예측한 결과 대한민국이 2030년에 세계 최장수국이 된다고 분석했다.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수명이 인류역사상 최초로 90세를 넘고, 남성도 84세를 넘는다는 것이다. 

간병 대상자는 늘어나는데 이를 지원하는 제도 및 대상 범위는 협소하다. 최근에는 급증하는 간병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7%였던 간병비 인상률이 2021년 6.8%로 크게 상승하더니 지난해는 9.3%나 올랐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인 2019년 7~9만 원 선이었던 하루 간병비가 최근에는 당시 간병비의 2배가 넘는 최대 17만 원까지 증가하면서 한 달이면 간병비 지출액만 4백만 원이 훌쩍 넘는 상황이다.

간병비 부담으로 직접 간병하는 가족들은 극심한 경제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 결과, 최근에는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아버지를 15년간 간병해 온 50대 아들이 아버지를 숨지게 한 뒤 아버지와 함께 묻어달라는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간병 살인’, ‘간병 파산’과 같은 사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간병보험 활성화를 통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간병에 대한 문제는 특정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여론조사기관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1월 9일부터 23일까지 전국의 만 20세 이상 남녀 총 1천명을 대상(95% 신뢰수준에서 ±3.1%p)으로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요구도’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90%는 요양병원 환자들의 간병비가 부담된다(부담되는 편이다 43.5%, 매우 부담된다 46.5%)고 답했다. 이는 남성보다 여성, 연령대가 높을수록, 요양병원 경험자일수록 높았다.

요양병원 간병비의 건강보험 급여화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1.7%(필요한 편이다 45%, 매우 필요하다 46.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남성보다 여성, 연령대가 높을수록, 기혼자일수록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동안 장기요양시설은 장기요양보험을 적용받아 간병인 비용을 100% 지원받고 있지만, 요양병원은 급성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어 제도권 범위 밖에서 관리되고 있었다. 법적으로 간병에 급여가 보장되는 경우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간병급여제도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3조 내 특별현금급여 및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뿐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는 대상자를 선정해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수급 대상 범위가 협소해 혜택 대상자가 많지 않고, 지원금도 지자체 재정에 따라 상이하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10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대상환자는 중증입원환자 중 의료진 판단에 따라 결정되고, 시범사업 참여 요양병원에는 시설 개선 등을 명목으로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그러나 간병비 급여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국민의 의료비 경감이라는 차원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결국, 한정된 의료자원과 건강보험 재정문제, 과다 수요 발생 우려 및 간병서비스의 질 저하 등의 부정적인 문제도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간병비 지옥은 해결될 수 있는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와 수요 증가 추이를 고려했을 때, 사회보험을 통한 공적인 지원만으로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에는 재정부담이 상당하고,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오히려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주목했다. 영국은 공적연금을 축소하는 반면 개인연금보험 가입 비중이 높다. 이는 저가형 장기간병보험을 출시해 가입을 유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은 최근 장기간병 특약을 연금상품에 포함하는 장기요양연금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보험료 인상을 금지토록 하면서 민간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김 조사관은 “영국처럼 보험료 대비 보험금 혜택을 높이거나 의무가입기간을 없애 바로 혜택을 볼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할 수도 있고, 미국처럼 민간보험에 공공성을 강화한 특약 등을 넣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입 여력이 있는 국민들이 민간보험을 활용해 간병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세액공제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공공과 민간 협력모형이 운영될 수 있도록 법, 제도적 근거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는 위와 같은 제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간병과 관련한 시장이 커지면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관련 기업의 매출 증진으로 이어지는 기회가 된다”며 “세제 혜택이 제공되면 소비자들의 부담이 주는 것은 물론, 결국 국가가 부담하는 비용까지도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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