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관자동화솔루션이 탑재된 HD한국조선해양의 LNG추진 벌크선,출처-HD한국조선해양]
[사진-기관자동화솔루션이 탑재된 HD한국조선해양의 LNG추진 벌크선,출처-HD한국조선해양]

[이코리아]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은 ‘선박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제어하며 운항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사람의 개입이 없거나 최소화된 상태로 운항하는 선박으로, 상용화되면 자율주행차와 마찬가지로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유엔 산하의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선박을 총 4단계로 정의하고 있다. ▲1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이며, ▲2단계는 선박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선원이 승선해 비상운항 상황 시 즉시 개입하여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다. ▲3단계는 본격적으로 선박을 원격 제어하는 단계로, 선원이 배에 타지 않고 장애 예측 및 진단이 자동화되는 수준이고, ▲4단계는 완전 자율 운항하는 수준을 말한다.

자율 운항 선박이 상용화된다면 해운 운송 서비스 향상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해상 안전 및 해양 환경오염을 절감하는데 상당한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안전 심판원에 따르면 국내 해양 사고 발생 건수는 2015년 2,101건에서 2020년 3,156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운항 과실 즉, 사람에 의한 과실이 90%다. 자율 운항 선박은 컴퓨터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항하므로, 운항에서 개인의 실수가 일어나지 않아 보다 더 해양 사고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부족한 해운 인력을 채울 수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 해양수산 위원회 신정훈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기사 수요 1만 364명 대비 공급은 90명으로 1만 274명 부족한 실정이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초과 공급 상태에 있었지만, 2021년부터 해운업계가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공급 부족 상태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자율 운항 선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자율 운항 선박이 레벨 3에만 도달하면 운전자가 필요 없어지기 때문에 선박에 필요한 선원은 현재보다 줄어들게 된다. 또한 해운 회사는 자율 운항 선박을 통해 선박 운항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배기가스 배출 저감 및 부가가치 재고, 신속하고 높은 신뢰성의 유연한 화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국내 업계에서는  2~3레벨을 실증하는 과정에 있다. HD현대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보여준다. 2022년엔 자율운항 2단계를 탑재한 초대형 LNG운반선으로 태평양 등을 횡단했다. 총 운항거리 2만km 중 AI 기반 자율운항은 절반인 1만km에 달했다.

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는 날씨, 파고 등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지하고 선박에 조타명령을 내리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충돌을 피했으며, 최적 경로도 찾아냈다. 그 결과 연료 효율을 7% 높였고, 온실가스 배출은 5% 절감했다.

이같은 사례가 알려지자, 시범 운항 두 달 만에 HD현대는 2단계 자율운항 탑재 선박을 수주했다. 지난해 8월에는 세계 최초로 AI 기관사를 탑재한 선박도 인도했다. 주요 장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고장 징후를 사전에 탐지한다. 

삼성중공업은 보다 까다로운 항로에서 자율운항 실증을 진행했다. 남중국해 1500km 구간은 크고 작은 섬이 많고, 대형선박 운항이 많아 베테랑 운항사들에게도 쉽지 않은 구간이다. 여기에 자율주행선박이 투입됐다.

대형 컨테이너선에 탑재된 삼성중공업 독자 개발 자율운항 기술도 2단계 수준이다. 반경 50km 이내에 있는 9000개 이상의 장애물을 정확히 식별하고, 다른 선박과의 충돌 위험도 90번이나 줄였다. 이 기술이 탑재된 선박은 연내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22년에는 AI 기반 자율운항선박 고장 진단 솔루션도 개발했다.

한화오션은 3사 중 자율운항선박 개발에 가장 늦게 발을 들였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레벨 2 수준의 자율운항 기술이 적용된 시험선이 바다를 가로지를 예정이다. 

자율운항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용화에 앞서 자율운항에 대한 법, 제도적 장치가 매우 부족하다. 만약 운항 중 사고가 발생하면 누구에게 형사 책임을 부담시킬지 정할 수 없다. 자율 운항으로 일어난 사고에 관한 데이터가 없을뿐더러 운항에 간섭하는 주체가 더 늘어나게 되어 선주, 선장, 원격 운항자 중 누구의 잘못을 가리기 힘들다.

이에 정부는 자율주행선박의 상용화에 앞서 제도 정비에 나섰다. 2023년 「자율운항선박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자율운항선박법」은 자율운항선박의 기술과 핵심 기자재 개발을 촉진하고 자율운항선박의 안전 운항을 위한 기반 조성과 해상물류체계 구축을 통한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해 제정됐다.

해양수산부는 2025년부터는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규제특례 조항 등으로 원활한 실증운항과 기술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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