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시민단체들의 의료현안 관련 기자회견 현장, 제공-공익감시 민권회의]
[사진-시민단체들의 의료현안 관련 기자회견 현장, 제공-공익감시 민권회의]

[이코리아] 파국으로 치닫는 정부와 의료계 대립에 시민단체들이 중재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공익감시 민권회의 등 11개 시민단체들은 28일 ‘의료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의대증원 필요성 등에 문서로 합의하고 한발씩 물러나라. 사회적 공론화로 올해 연말까지 중장기 의료체계개혁방안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시민단체들은 “의사 부족 현상이 갑작스레 발생한 문제도 아닌데, 정부가 일방적이고도 졸속으로 결정한 4대 정책 가운데 의대정원 증원만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사전 논의과정도 투명하지 않은데다, 설익은 정책발표로 위기상황만 조성됐다. 이는 총선전략의 하나로 급조한 의혹이 짙다.”라고 비난했다.

송운학 공익감시 민권회의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의료계와 정부가 극단적인 강경대립을 계속한다면, 이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하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이제 국회를 주도하는 양당이 중재에 나설 때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의대교수들도 중재역을 자임하고 나서고 있다. 지난 23일엔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파업 당시 주축이자 의협 대변인을 지낸 권용진 서울대병원 교수가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집단사직은 법적 위험성이 커서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권 교수는 “위기단계 격상으로 상당수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행정처분은 기록에 남아 해외에 취업하려 해도 서류에 행정처분 기록이 남아 치명적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여러분이 사직서를 제출하자마자 병원을 떠난 것은 의협의 의사윤리 지침에도 있는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고 있는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투쟁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내용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시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정은 서울대 의과대학장은 27일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식에서 의사의 사회적 책무 수행을 강조했다. 김 학장은 “지금 의료계는 국민들에게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며 “여러분이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은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라는 직업은 국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회에서 함께해야 하는 숭고한 직업”이라며 “의사가 숭고한 직업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려면 높은 경제적 수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의료진 부족으로 중중환자 우선한다고 적혀있는 응급실 입구,출처-뉴시스]
[사진-의료진 부족으로 중중환자 우선한다고 적혀있는 응급실 입구,출처-뉴시스]

2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26일 오후 7시 기준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천909명 선으로 파악됐다. 의료 현장은 전공의의 빈 자리를 전임의와 교수들로 메우며 버티는 중인데, 이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환자 관리, 야간당직을 도맡다 보니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의계에서도 한의사들을 투입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27일 성명서를 통해 “3만 한의사 일동은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돌볼 수 있도록 한의사의 업무범위 및 1차 의료(필수의료)의 참여 확대조치의 조속한 시행을 정부당국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한의협은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초유의 진료공백 사태는 양의계의 의료독점과 양의계 일변도의 정책 및 제도에 기인하는 것”이라며 “의료공백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응급의약품 종별 제한을 없애 의료인인 한의사가 이를 활용하도록 하고, 기본적인 예방접종을 한의원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의료인 직역 간 불필요한 장벽을 낮추는 조치가 시급하다”라고 제안했다.

프랑스 등 각국의 의사 파업에 대한 사례를 봐도 ‘의사 증원’이 파업의 이유인 경우는 거의 없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의사가 정부에 반발해 집단 행동을 한 사례는 임금 인상 같은 이유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우리 의사들의 집단 행동은 의사 부족으로 인한 환자의 피해를 전제로 돈을 더 벌겠다는 것으로 완전히 다른 사례”라고 지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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