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산크레딧, 출처-국민연금공단]
[사진-출산크레딧, 출처-국민연금공단]

[이코리아] 연금구조개혁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기여를 금전적으로 인정해주는 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여성의 연금 수급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자녀를 출산한 국민에게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크레딧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출산의 주체인 여성은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국민연금 출산크레딧 수급 현황’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출산 크레딧 수급자 남성은 4천617명으로 전체(4천716명)의 97.9%를 차지했다. 여성 수급자는 99명으로 2.1%에 불과했다.

출산크레딧은 출산 장려를 위해 2008년 도입됐다.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하거나 입양한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자녀 수에 따라 가입 기간을 최대 50개월까지 추가로 인정해주고 있다.

출산크레딧은 출산 후 바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보험료를 10년 이상 납부하고 노령연금을 받을 시기가 되어 연금을 청구할 때 출산크레딧으로 인한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사진-자녀수에 따른 추가 가입기간, 출처-법제처]
[사진-자녀수에 따른 추가 가입기간, 출처-법제처]

출산크레딧으로 인한 혜택은 부모 모두 받을 수 있다. 부모 모두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있다면, 출산으로 인해 추가되는 가입기간은 합의를 통해 부모 중 한 사람에게 모두 추가하거나 부모 모두에게 균등하게 나누어 추가할 수 있다. 

부부가 균등하게 나누어 추가할 수 있는데 왜 국민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남성이 압도적으로 혜택을 받는 상황이 생기는 걸까? 바로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로 연급 수급 자격이 발생하는 가입 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독일에선 실제로  자녀양육기간을 연금에 산입시켜주고 있다. 바로 독일의 '엄마연금'이다. 독일은 출산과 양육과 관련된 제도들을 유기적으로 설계 운영하고 있고, 자녀양육기간을 연금에 산입해주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여성들의 연금수령을 가능하게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도입한 ‘엄마 연금’은 여성이 육아를 위해 헌신한 햇수를 직장에서 일한 것과 동일하게 인정해 준다. 육아 기간의 연금 보험료는 국가가 부담한다. 

이에 엄마연금과 비슷한 목적으로 ‘주부 연금’을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진보당은 “주부들의 가사노동을 ‘사회적 가치’로 인정해야 한다”며 ‘주부연금 신설’을 제안하고 있다. 진보당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여기서 주부는 여성만은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성별과 관계 없이 주부의 일의 가치를 인정하자는 게 도입의 목적이다.”고 말했다.

박미란 진보당 전북 여성엄마당 위원장은 정책토론회에서 전북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부연금 정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총 601명의 여성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20%는 ‘노후준비를 하지 못함’과, 9% 가까이는 현재 ‘국민연금이 중단’되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전업주부들은 국민연금 적용제외자’로 되어 있어 안내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불합리하다’ 라고 71%가 응답했으며, ‘주부 가사노동을 국가가 인정해야 한다’ 라고 83%가 동의했다. ‘주부연금 신설’에 대해선 91%가 찬성했다.

경제학자인 우석훈 교수 역시 한국식 엄마연금 도입을 주장한다. 우 교수는 “남자든 여자든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 둬도 노후에 연금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라며 “노후 불안을 해소하고 국민연금 가입자도 늘어나는 일석이조의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인구 문제를 전담하는 사령탑인 인구부총리를 신설해 노후까지 책임지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일본에서도 인구부총리 모델을 도입한 바 있다”며 “앞으로는 결혼하고 출산하라는 방식과 다른, 엄마 연금과 같은 접근 방식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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