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른 '학교장 긴급조치' 제도 변화, 출처-교육부]

[이코리아] 3월 1일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시행을 앞두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국무회의에서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이 심의·의결됐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초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마련한 대책과 법률 개정안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 방안에 맞춰 전담 조사관제도를 도입했다.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은 교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교폭력 사안 조사 업무를 대신하는 직책으로, 퇴직 교원이나 퇴직 경찰이 임명된다. 당초 다음 달까지 채우기로 했던 목표치(2700명)의 72.4%인 1955명이 위촉됐다.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은 교육지원청에 과·팀 단위로 설치되는 학교폭력 전담부서에서 학교폭력 관련 조사·상담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전담부서의 효율적 업무 수행을 위해 학교폭력 조사·상담 관련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담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학교폭력 문제 해결의 핵심은 화해와 중재에 있고, 화해 중재의 전문성은 교사에게 있다며 외부 전문가들이 교사를 도와주는 형태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균석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교사는 “교육청에 상주하는 교육청 전담조사관이 잘잘못을 가리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반성시켜 화해에 이를 수 있도록 중재하는 교사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가”하고 묻는다, 

강 교사는 기고문을 통해 “학교에서 피해자, 가해자, 목격 학생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교사는 상담과 훈육을 병행한다.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해주고, 목격자의 불안을 덜어주려 노력한다. 가해자가 객관적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볼 수 있도록 질문하기도 한다.”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언행을 조심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가해자의 반성과 사과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가해자가 반성하고 사과하려는 태도를 가지면 피해자도 마음이 누그러져 가해자의 사과를 수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교사의 학교폭력 조사는 경찰의 수사와도, 검찰이나 법원의 조사와도 다르다.”고 말한다.

전담조사관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홍섭근 연구위원은 칼럼에서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들이 대부분 퇴직자라는 점이 한계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홍 위원은 “교원 중 퇴직자는 보통 장학관이나 교육장(또는 교장) 급 이상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경찰 중 퇴직자는 아마도 경찰서장(총경) 이상의 직급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라며 “이런 고위직 출신들이 전담 조사관이 된다면, 실제 학교 현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고 말했다.

이어 홍 위원은 “전담 조사관이 학폭조사 과정에서 학생, 학부모에게 일방적 방식(취조)으로 접근하거나, 가·피해자를 너무 명확하게 구분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또는 과거의 일 처리 방식에 집착한 나머지 학교 현장의 혼선과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면서 “최근 들어 심각한 학폭에는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퇴직 경찰이나 교사가 이들을 상대로 얼마나 큰 역할과 기여를 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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