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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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서울대생 1100명을 심층조사한 교육 탐사 프로젝트인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보면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적은 캐나다가 노벨상 수상자를 20명 이상 배출한 원동력으로 교사의 재량권을 꼽고 있다.

저자인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창의적 과제가 가능한 수업, 교사가 창의적 운영을 할 수 있는 수업이 있었기에 창의적인 인재가 나올 수 있었다고 해석한다. 

독일, 싱가포르와 같은 교육 선진국들은 교육내용을 선정하고 조직하는 일은 교사의 자율성에 맡기고,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배움중심의 수업을 강조하고 있다.

이전 세대의 교육과정은 주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그 내용을 명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면 현재 적용되고 있는 교육과정은 학생이 습득해야 하는 역량은 무엇인가를 중시하는 것이다. 이에 <이코리아>는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 교사의 재량권을 넓게 인정하고 있는 나라의 정책에 대해 살펴봤다.

싱가포르는 교사의 재량권을 약 20여년 전부터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2004년 싱가포르 교육 시스템의 개선방안으로 ‘교육자에게 학생이 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덜 가르쳐야 한다(Teaching Less, Learn More)’가 제시되었다. 싱가포르 교육부는 이를 위해 ‘화이트 스페이스(white space)’제도를 시행했다.

화이트 스페이스란 교육과정 운영의 재량권을 제공하기 위해, 교육과정 시간의 10~20%를 ‘여백’으로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확보된 시간은 다양한 교육 및 평가 방법을 사용하여 학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교육을 위해 사용된다.

중요한 것은 화이트 스페이스는 교육과정 운영의 재량권 확대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줄인 교육과정 운영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꾀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교육부는 2005년부터 교사 전문성 신장을 위해 주 평균 두 시간을 보장한다. 한 시간은 방과후 특별활동 교사를 채용하여 교사의 여유 시간을 확보하고, 나머지 한 시간은 ‘시간표시간’으로 교사학습팀이 함께 모여 수업을 반성, 토론, 및 계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간표시간은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지켜졌으며, 교사 스케줄 표에 명확히 명시하여 그 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화이트 스페이스의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찬춘싱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은 “학생에게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다양한 관점과 경험에 노출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교사에게 더 많은 화이트 스페이스를 제공하며, 안식년을 제공하거나, 학교 밖의 기관에서 짧은 시간동안 일하는 것을 허용으로써 관점을 새롭게 하고 다양한 스킬을 갱신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채택하고 있다. 역량중심 교육과정의 핵심은 핵심 교육과정에 제시된 2/3의 교육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1/3의 교육 시간을 학교가 자체 개발한 교육과정을 통해 구현할 수 있도록 하 는데 있다. 학교 교육과정에는 개별 교과 교육과정, 보충 및 심화 과정, 교과 간 통합 교육과정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교과 간 통합수업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디히터피어텔 초등학교는 학생의 별적인 학습 수준과 경험 등을 고려하여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강화하는 학생 적응형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하고 있다. 학교는 학년별 혼합 수업을 통해 학생이 자신의 속도에 맞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습 속도가 빠른 학생은 자신의 학습 속도에 맞추어 상위 수업을 들을 수 있으며, 느리게 학습하는 학생은 그에 맞는 지원과 지도를 받는다. 

또 다른 학교인 넬슨-만델라 종합학교는 학생 인구의 이질성에 적합한 다양한 학습방법을 적용하였다. 이 학교는 개인 학습 시간, 프로젝트 작업 및 교과 수업과 같은 다양한 학습 방법을 융합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교육과정을 기획하였다. 학생들은 일상적인 인종차별이라는 주제로 교과 및 학년을 초월하여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프로젝트 수업은 보통 학기 당 두 번으로, 교사는 이를 위해 밀접하게 협력하며 학습 자료와 모듈 개발과 같은 수업 개발 및 교육의 질을 위해 노력한다.

일본 역시 교사의 재량권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 학생의 학습 속도와 수준을 고려한 지도 외에 교사의 재량권을 인정하여 맞춤형 탐구 교육을 교사가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 수업인 ‘종합적 학습 시간’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업시수특례교제도’로 교육과정 편성에 있어서 학교와 교사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종합적 학습 시간이 학생의 흥미를 일으켜 교과융합적인 탐구학습을 통해 학생의 문제해결능력을 기를 뿐만 아니라 학생의 학력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2015년도 전국학력학습상황 조사에서 초·중학교 모두 종합적 학습 시간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학생일수록 교과 평균 정답률이 높게 나오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종합적 학습 시간은 교사의 능력에 의해 크게 좌우되므로 일본에서는 교사의 교육과정 관리능력 향상을 위해 애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모든 교직원이 참여하여 각 교과별 연도계획을 단원배열표로 작성하고 이 중에서 학교의 교육목표 실현과 관련성이 깊은 단원을 추출한 다음 해당 단원의 지도시기를 맞출 수 있도록 교사가 효과적·체계적으로 단원을 배열하고 교과융합적인 시점에서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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