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세계녹색건축 위원회가 인정한 최첨단 지속가능한건물의 수, 출처-세계녹색건축 위원회]
[사진-세계녹색건축 위원회가 인정한 최첨단 지속가능한건물의 수, 출처-세계녹색건축 위원회]

[이코리아] 전 세계 많은 도시·국가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건물 탈탄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3이 건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항공, 육상, 해상 운송 부문의 배출량 합에 약 두 배에 달하는 양이다. 

건물 부문에서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건물 수명 주기 전반에 걸친 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대폭 줄여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세계 건물 면적은 거의 두 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대한 빠르게 행동하지 않으면 건물의 탄소 배출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이에 유럽은 빌딩라이프(Buildinglife) 프로젝트를 통해 건물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건설 부문의 탈탄소화를 달성하고자 한다. 빌딩라이프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녹색건축협의회(WGBC)와 스페인녹색건축이사회(GBCe)는 국가 및 지역의 탈탄소화 로드맵 개발과 그 이행을 통해 건축 부문의 기후 행동을 주도하고 있다. 10개국의 유럽녹색건축이사회(독일, 크로아티아, 스페인, 핀란드, 프랑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영국)가 참여한다. 

빌딩라이프 프로젝트는 건물의 생애주기 동안에 미치는 모든 영향을 다루는 것으로, 건물의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운영상 탄소 배출량’뿐만 아니라 제조, 운송, 건설 및 수명 종료 단계의 환경 영향도 고려한 ‘내재탄소 배출량’까지 고려한다는 이 특징이다.

▲건물 생애주기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제한, ▲건축단지 내 최소에너지 성능기준을 시행, ▲기존 건축 단지의 에너지 재활에 대한 개입 가속화, ▲건물이나 주변환경의 재생에너지 활용 극대화, ▲건물 내 화석 연료 사용 중단, ▲건축 자재 및 제품의 탈탄소화, ▲건설폐기물 재평가, ▲지속가능한 탈탄소화 건설을 위한 공공 및 민간 자금 조달의 방향전환이라는 8개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미 연방 정부는 무려 30만 개의 건물을 이용하고 있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해 넷제로 건물 프로젝트 실현을 위해 연방정부 건물에 에너지절약기술지원연방시설지원(AFFECT)프로그램을 통해 2억5000만달러(약 3224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넷제로 건물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연방 정부 운영에서 발생하는 온실 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65% 줄이고, 2035년까지 100% 무배출 차량을 구입하고, 2045년까지 넷제로 건물 포트폴리오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1월엔 미국 조달청(GSA)를 통해 ‘저탄소(LEC) 건축 자재’로 알려진 청정 건축 자재를 사용하는 150개 이상의 건설 프로젝트에 20억 달러(약 2조6197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투자금은 미국의 39개 주,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의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미국산 저탄소 아스팔트, 콘크리트, 유리 및 강철 시장을 촉진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조달청(GSA)은 연방 건물과 법원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효율성, 안전성 및 편안함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저탄소(LEC) 건축 자재에 약 2500만 달러(약 327억원)를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조달청은 창문과 문을 방폭 알루미늄 프레임과 단열 저탄소(LEC) 유리로 교체하여 건물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건물의 유효 수명을 연장할 계획이다.

콘크리트 포장 보도와 주차장은 저탄소(LEC) 콘크리트로 업그레이드되어 지속적으로 노후화를 해결하고, 접근성을 향상시킨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그린 리모델링’에 대한 로드맵조차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연도별 ‘그린 리모델링’ 세부 목표도 세우지 못했다. 대신 ‘보일러 교체’가 위주인 사업을 ‘그린 리모델링’ 예시로 제시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내놓고 2030년까지 ‘그린 리모델링’을 약 160만건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누적 목표의 근거와 세부 계획에 대한 질의에 “160만건은 국토부, 지자체, 민간에서 진행하는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건수를 합산한 수치”라며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도 저탄소 주택 100만호 확산 사업과 같은 건물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가 예시로 든 서울시 저탄소 건물 전환 100만호 사업의 2022~2023년 5월 실적 39만2671건을 보면 36만5485건(93%)은 ‘가정용 친환경 보일러 지원’ 사업이다. 공공건물 저탄소 전환은 86건에 불과했고, 어린이집 등 ‘그린 리모델링’ 사업은 112건이었다. 그나마 지난해 공공임대주택 ‘그린 리모델링’이 1만5586건 이뤄졌지만, 서울시 자체 목표에 못 미친다.

심지어 정부는 민간 건축물에 대한 ‘그린 리모델링’ 이자 지원 사업 신규 접수를 올해부터 중단됐다. 국토부는 “집행 실적이 부진하고, 고금리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 방식의 사업 방안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160만건이라는 ‘그린 리모델링’ 목표를 제시했으면 획기적인 정책예산 투입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부자 감세로 투입할 재정도 없고, 에너지 기준을 설정해 민간에 의무를 부과할 생각도 하지 못하니 방법이 없는 것”이라며 “기후위기로 극심해질 폭염과 혹한에 국민을 방치할 게 아니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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